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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복 차림 백선하 교수, 왜 백남기 수술 고집했나?"

장백산-1 2017. 6. 16. 11:30

노컷뉴스

"등산복 차림 백선하 교수, 왜 백남기 수술 고집했나?"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7.06.16. 09:35 수정 2017.06.16. 09:37


- 사망진단서 발급 전공의 용기 내 
- 故 백남기 농민, 입원 당시 중증
- '국가 중앙병원'으로 신뢰회복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경득(서울대병원 전 노조위원장)

서울대병원이 어제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진단서를 기존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을 했습니다. 사망진단서가 나온 지 9개월 만의 일이죠. 서울대병원 측은 병사인지 외인사인지 의학적인 논란은 여전히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에 따르는 게 적절하다 이런 최종판단을 내렸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서울대병원 노조에서는 이번 기회에 의료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이게 무슨 얘기인지 서울대병원 노조의 박경득 전 위원장 만나보겠습니다. 박경득 전 노조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 박경득>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서울대병원이 진단서의 사인을 정정했다. 이게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요?

◆ 박경득> 이렇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이슈가 된 일을 다시 수개월에 걸쳐서 정정을 하게 된 사례는 이례적인 일이 맞죠.

◇ 김현정> 그렇죠. 그 이례적인 일이 꼭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주장을 해 오신 분이 박경득 위원장이잖아요.

◆ 박경득>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 분이 보시기에 이번 사인 변경의 의미랄까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 박경득> 진단서를 이렇게 정정하는 것은 사실 한국 사회에서 개인전문가라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원칙에 어긋나는 그런 학문적 판단을 했을 때 사회가 집단이 나서서 그걸 정정할 수 있다는 매우 중요한 사례를 남기는 일이 됐죠.

◇ 김현정> 그런 의미로.

◆ 박경득>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백선하 교수. 수술을 담당했던 백선하 교수는 사인 변경에 대해서 굉장히 완강했거든요. 마지막에는 백선하 교수 이분이 입장을 변경한 건가요? 사인 변경해도 좋다고?

◆ 박경득> 백선하 교수는 입장을 바꾸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그래서 여태까지 사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았던 이유가 있습니다. 병원 내의 이런 의료분쟁, 소송이 있을 경우에 의료윤리위원회를 열 수 있게 돼 있는데 당사자가 그 위원회에 참석을 해야 됩니다. 동의를 해야 되는데 백선하 교수는 끝까지 위원회에 참석도 못하겠다, 열리는 것도 동의하지 않는다 해서 열리지 못했던 거고요.

◇ 김현정> 그러면 어떻게 해가지고 의료윤리위원회가 열리고 사인 변경까지 간 거예요?

◆ 박경득> 진단서를 발급한 사람, 거기에 명의를 올린 해당 전공의가 진단서 발급자이기 때문에.

◇ 김현정> 잠깐 정리를 하자면 그 당시, 그러니까 마지막 사인을 자기가 적어넣은 분은 전공의였던 거예요. 그런데 그 위에 나는 교수와 상의를 했다, 백선하 교수와. 이렇게 하면서 결정을 내린 건 백선하 교수다 이렇게 얘기가 전개가 됐던 거죠?

◆ 박경득> 네, 실제로 의사 사회에는 도제식 문화가 있기 때문에 담당 교수의 의견을 거스르기가 힘든 상황이고 담당교수의 의견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실 발급자는 전공의. 사망진단서 서류상에는 전공의입니다. 그 사망진단서 발급자는 해당 신경외과 전공의와 병원장으로 돼 있는데 의료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발급자인 전공의, 신경외과 전공의에게 수정 권고를 했고, 전공의가 수정 권고를 수용해서 사인이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되는 과정이 있었던 거죠.

◇ 김현정> 사실은 그 신경외과 전공의가 그동안에 전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거든요.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고 입장 내고 이런 게 없었는데 일종의 용기를 내고 윤리위원회에도 참석하고 사인 변경도 받아들이고 이렇게 한 거네요?

◆ 박경득>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병원은 계속 출근했습니까?

◆ 박경득> 네, 업무를 계속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굉장히 힘들었겠네요, 진짜.

◆ 박경득> 힘들었죠. 사실 그 전공의가 의무기록상에 사망진단서를 부원장 그리고 백선하 교수와 상의해서 작성했다는 그 한 줄을 남길 때는 정말 필사적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그 사망진단서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사망진단서에 그게 하나 남아 있었어요. 이거 내가 지금 병사라고 쓰지만 이거는 이건 내가 쓴 게 아니라 교수와 상의한 거다라는 흔적을 남겨놨었죠.

◆ 박경득> 네, 진단서 말고 의무기록지에.

◇ 김현정> 의무기록지에. 그렇죠.

◆ 박경득> 전공의가 용기를 낼 수 있는 그런 과정이라는 것이 어떤 개인이 그런 결심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그리고 병원 내에서도 민주적으로 이걸 수정할 수 있는 밑받침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런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래요. 병사냐 외인사냐. 그 한참을 끌어온 논란의 핵심은 사실은 백남기 농민이 서울대병원에 실려오던 그 순간의 상황일 거예요, 그 순간.

◆ 박경득>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 당시 혹시 기억나세요? 그 당시 아십니까?

◆ 박경득> 네, 아주 선명하게 기억이 나죠. 정말 엄청난 일이었고 당시에 병원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 사실 그런 경우가 흔치 않은데 마침 백남기 환자의 상태에 딱 맞는 세부전공을 전공한 교수님이 그날 당직이었어요. 그런데 그 전공을 하신 교수님이 소생이 어렵다, 이미 사망과 가까운 상황이다. 그리고 수술이나 이런 걸 진행하기 힘들다. 가족들에게 마음의 정리를 하시라라고 다 얘기를 한 상태에서.

(사진=황진환 기자)

◇ 김현정> 이미 수술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마음의 준비하십시오까지 해당 전공의가 판단을 내린 상태에서.

◆ 박경득> 네, 그렇죠. 응급실에서. 그런데 갑자기 신경외과 과장인 백선하 교수. 그 교수가 등산복 차림으로 와서 수술합시다라고 얘기를 하게 되죠.

◇ 김현정> 수술합시다?

◆ 박경득> 네. 그리고 수술이 진행되고 300여 일 동안 연명의료가 행해지게 됩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해서 신경외과 과장인 백선하 교수가 수술을 했는데 백남기 이분이 사망을 했으면 모르겠는데 어쨌든 죽을 뻔했던 사람을 살려낸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수술을 해서 살려냈다는 그 자체를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어떤 뭔가 그 뒷배경 같은 걸 의심하는 게 있어서 그러시는 걸까요?

◆ 박경득> 신경외과 과장인 백선하 교수가 그날 응급실에 오게 된 과정이 혜화경찰서에서 당시 병원장이었던 오병희 병원장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 그날 밤에 오병희 병원장이 백선하 교수에게 연락을 해서 백남기 환자의 수술을 맡게 하는 그런 과정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환자라면 경찰서에서 그렇게 연락이 가지도 않고 대학병원장이 세부전공이 맞지 않는 교수를 담당의사로 지정하는 일도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 말씀은 이대로 목숨을 잃으면 사망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더 커질 테니까 어떻게든지 목숨은 붙여놔야 된다, 목숨, 생명은 건져내야 한다 이런 위로부터의 오더, 명령 같은 게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의심하시는 거예요?

◆ 박경득> 네, 그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죠.

◇ 김현정> 그 당시에 가족들한테 이분 이대로 그냥 세상을 떠나도록 하는 데 동의하십니까. 아니면 수술해서 어떻게든 목숨을 건지는 쪽으로 가시겠습니까라고 물어봤다면 가족들은 전자를 선택했을 거다 이런 말씀이세요?

◆ 박경득> 그날 물대포 사고로 응급실에 오셨고 경황이 없었고 교수가 바뀌면서 다른 교수가 수술이 가능하다 희망을 준 거죠. 수술 할 수 있다 수술하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그 유가족들이 그런 판단을 하기에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수술 이후에 중환자실에서 수백여 일을 있는 동안 가족들이 연명의료를 더 이상 원치 않는다, 고인의 평소의 뜻에 따라. 그렇게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연명의료를 끌어온 것은 이거는 저는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 박경득> 이 부분에 대해서 나중에 백선하 교수가 가족들을 보호하지 않고 언론에 가족들이 포기했기 때문에 더 살 수 있는 환자가 돌아가셨다 이렇게 말을 한 부분은 정말 의료윤리적으로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일단 백선하 교수 이 사람이 어떤 위태위태한 환자를 수술을 통해서 살려놨다는 자체를 지금 비난할 수는 없는 문제고. 문제는 마지막에 이분이 돌아가실 때 이 사인을 외인사로 쓰느냐 병사로 쓰느냐에 따라서 사실은 굉장히 상황이 달라지는 이 지점에서 이 교수는 외인사가 아닌 병사를 택했다는 점 이 부분이 중요한 건데. 당시 그 교수는 백남기씨가 신장투석을 계속한다면 더 살 수도 있는 분이었는데 그걸 중단해서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이거는 병사지 물대포에 의한 직접적인 외인사는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거는 어떻게 보세요?

◆ 박경득> 정말 궤변입니다. 백남기 농민의 경우 병원에 들어올 때 이미 사망 직전 단계였고 전문의가 소생이 어렵다고 했고 의식이 없었습니다. 백남기 환자가 경증으로 들어와서 점점 치료과정에서 중증으로 발전된 것이 아니라 병원 응급실에 들어왔을 때 이미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로 들어왔기 때문에 장기간 연명치료 과정에 다른 질병의 발생으로 병사가 됐다라는 건 맞지 않는 얘기죠.

◇ 김현정> 노조는 병원장 퇴진까지도 요구하고 계시더라고요. 서창석 병원장이 이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해서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뭔가 좀 드러난 게 있습니까?

◆ 박경득> 서창석 병원장은 이후에 치료과정의 의무기록이나 상황을 청와대에 수십 차례 보고한 것. 의무기록을 무단으로 열어본 것은 병원장이니까 권한이 있다라고 주장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환자의 의료기록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이거는 명백한 불법행위죠. 그 기관이 아무리 청와대든 어디든 환자와 유가족도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 이렇게 의료기록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맞지 않는 거죠.

◇ 김현정> 의료적폐를 이번 기회에 청산하고 가야 한다 이런 주장하셨는데. 돌아보면 참 긴 시간 논란이었던 사건이에요. 이번 사건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라고 할까요, 뭐라고 생각하세요?

◆ 박경득> 국민 누구라도 어떤 병원이라도 그렇겠지만 국립서울대학교병원에 올 때는 정말 이 병원이 내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 여기가 아니면 그 다음은 없다라는 심정으로 생명을 내맡기고 병원을 믿고 신뢰하고 찾아올 겁니다. 그런데 권력의 요구. 또는 그 어떤 부정한 요구에 의해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판단에 근거를 가진다는 것은 정말 국가 중앙 병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냐 없냐. 존립 근거의 문제를 삼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거든요. 그런 잘못을 다시 국민의 힘으로, 사회적 집단의 힘으로 바꿔냈다는 게 큰 의미가 있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겠죠. 그런 일들을 국민 전체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바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박경득 전 위원장님 고맙습니다.

◆ 박경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서울대병원 노조 박경득 전 위원장이었습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