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사퇴 여론에도 버티는 탁현민.. "대통령이 경질해야"

장백산-1 2017. 7. 8. 23:38

노컷뉴스

사퇴 여론에도 버티는 탁현민.. "대통령이 경질해야"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입력 2017.07.08. 20:26 수정 2017.07.08. 20:31



여성단체 잇따라 기자회견, 온라인 서명인수 7500명 돌파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사진=유튜브 캡처)
학창 시절 비슷한 또래의 여학생과의 성 경험을 동의 없이 공개하고, 임신한 선생님을 보고 섹스를 연상하며 섹시하다고 느꼈다고 고백하며, 여성과의 잠자리를 목적으로 하는 각종 유흥행위을 "동방예의지국의 아름다운 풍경"이라 표현하고, 콘돔을 거부하는 여성이 더 성적으로 매력적이라고 치켜세웠다.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이야기다.

'남자 마음 설명서'(2007),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2007), '상상력에 권력을'(2010)까지, 그의 비뚤어진 성 관념과 여성관은 본인의 저서에서 반복 등장했다. 탁 행정관을 두둔하는 쪽은 '과거의 철없는 행동'이라고 의미를 축소하지만, 이 책들은 그가 30대에 들어서고 나서 쓰인 것이다. 여성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탁 행정관의 자질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본인도 계속 버티고 있는 중이다.

7일 오전, 여성단체들은 거센 빗속을 뚫고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탁 행정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19대 대선 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 대통령에게 약속한 대로 성평등 공약을 이행하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탁현민 즉각 퇴출을 요구하는 상식적인 시민들의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통령에게 탁 행정관을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여세연은 "탁 행정관은 과거 저술한 다양한 책에서 여성을 남성의 성적도구로 대상화하고,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와 폭력을 성적 자유와 문화라고 포장했다"면서 "이런 자에게 대통령 의전을 담당하게 놔두는 것은 여성 주권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탁 행정관의 문제적 발언이 담겨 있는 저작들. '남자 마음 설명서'와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 '상상력에 권력을' 모두 그가 30대였던 2007년과 2010년에 쓰인 책이다.
'30대 때 과거의 저작'이라는 점을 들어 탁현민 행정관을 옹호하는 움직임에 대한 일침도 나왔다. 불꽃페미액션의 아영 활동가는 "명확한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쓴 책을 과거엔 다 그랬다며 넘어가자고 한다면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성평등 정부는 뭐란 말이냐"라고 반문했다.

또한 여세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탁현민 즉각 퇴출을 촉구하는 서명운동'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5시부터 지난 5일 자정까지 일주일 간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총 7542명이 참여했고, 마감 이후에도 200여 명이 힘을 보탰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은 "만 4세 아들을 키우는 여성으로서 강간문화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에서 대체 어떻게 자식을 낳고 기를지 너무 걱정되고 환멸스럽다. 성평등 대통령이시라면 이 점에 눈감지 말아달라. 아이들이 고스란히 듣고 배우고 있다"고 호소하는가 하면, "당신의 그 생각과 그 표현들이 성공에 위해가 된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 7개 지부 28개 단체도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는 차별적이고 비상식적인 여성관을 가진 인물을 반복적으로 등용해 여성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특히 탁현민 행정관에 대해서는 여성계를 넘어 비판과 사퇴의 목소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평등 국가 실현은 한국사회에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각 분야의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갈수록 심해지는 혐오를 멈추는 일이다. '성평등'은 국정 전반을 관통하는 철학으로 기능해야 하며 국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국정을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성평등 의식과 인권 감수성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중요한 자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연은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성평등 가치가 내면화되고 실질적 성평등을 이뤄감으로써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할 때,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성평등 의식은 분리되기 어려운 자질이다. 따라서 공직 임용에 있어서 성평등 감수성과 의식은 반드시 검증 기준에 포함되어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의 실질적 총괄조정기능 보장 △성평등을 국정 중점과제로 선정할 것 △공직인사 검증 기준에 성평등 관점 추가 △남녀 동수 내각 실현 등을 요구했다.

7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여성계 기자회견' (사진=한국여성단체연합)
◇ "탁현민 통해 남성들은 '그래도 되는 선'을 배울 것"

탁 행정관의 '여성혐오적' 가치관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등 야4당이 한목소리로 탁 행정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한편, 그를 기용한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여성신문',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한국일보' '씨네21', '조선일보', '오마이뉴스', '폴리뉴스',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21', '서울신문', '시사IN' 등 유수의 매체에서 탁 행정관 사태를 비판적으로 짚는 칼럼과 기사가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페미니스트 모먼트', '대한민국 넷페미史'(모두 공저) 등을 쓴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 씨는 언론 기고와 SNS 등을 통해 탁 행정관의 퇴출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밝혀 왔다. 권김 씨는 이번 탁 행정관 사례가 유야무야 넘어갈 경우 우리 사회에 '이 정도까진 괜찮다'는 신호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7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서울이 민주주의다'에서 민주주의와 여성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그는 "(탁 행정관은 책에서) 룸살롱 출입 경험을 자랑하고, 콘돔을 거부하는 여성이 매력적이라고 하고, 동의 없이 타인과의 성 경험을 드러내며 여성을 모욕하는 글을 썼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성들은 이를 통해 '그래도 되는 선'을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여성혐오와 성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대체로 '별 것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점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김 씨는 "우리는 굉장히 많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고 논쟁하고 토론할 수 있다. 보수는 이 차이를 없애려고 하고 진보는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대화 방법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그런데 여성혐오, 성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보수 태도가 다르지 않다. '너무 예민하다', '남자는 원래 그래'라는 말로 갈등을 재빨리 봉합하려고 하는 모습을 굉장히 자주 봐 왔다"고 전했다.

권김 씨는 "페미니스트 정권이 되겠다는 약속은 어디 갔나. (탁 행정관의 경질 요구가) 대의나 국익에 위반되는 것처럼 구도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왜 남자는 원래 그래라는 말을 2017년에도 들어야 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의 (책 속에 있던) '더러운 말'은 10년 동안 방치돼 있었다. 그게 문제라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본다. 성차별주의와 여성혐오가 '범죄는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그런 말을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며 변화할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 여기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양보 없이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없어져야 할 것은 성차별주의이지 페미니즘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은 논란의 중심에 선 탁 행정관의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다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청와대가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아마 국민 보시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정리가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 씨(오른쪽)가 '민주주의와 여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