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기념우표? '다까끼 마사오 우표' 나왔다
입력 2017.07.17. 18:26 수정 2017.07.17. 20:26
환경운동가 박성수씨 풍자 기념우표 발행
[한겨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뿌려 명예훼손죄로 8개월 동안 구속됐다가 풀려난 박성수(44·전북 군산)씨가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제작했다. 그는 “박정희 탄생 100년 기념 우표 발행이 무산되어 이에 좌절하는 수구보수들의 모습에 한 없는 연민을 느껴 직접 제작했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가 만든 정식 우표가 아니라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것이다.
박씨는 우정사업본부가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을 철회한 다음날인 지난 13일 ‘다까끼 마사오 탄생 100년 기념우표’를 만들었다. 기념우표 왼쪽에는 일본군복 차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오른쪽에는 죄수복을 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이 들어가 있다. 기념우표 중간에는 말(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풍자)과 양주(박정희 전 대통령이 숨진 79년 10·26 사건 당시 궁정동 안가 술자리 풍자) 그림이 그려져 있다. 기념우표 왼쪽 아래에는 ‘일본 천왕에게 혈서 충성 맹세를 한 일본군 박정희 소위 다까끼 마사오 탄생 100년 기념, 18원’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박씨는 기념우표를 1만장 제작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신청을 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박씨는 “보수단체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무슨 교주 모시듯이 홍보하려고 하는데 이번 기념우표 발행 논란을 보고 참 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박정희 신화를 우려먹는데 그런 모습에 좌절과 연민을 동시에 느꼈다. 잘못된 역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취지로 기념우표를 제작했다. 기념우표 발행을 주장하는 남유진 구미시장에게도 조만간 기념우표를 보내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둥글이’라는 이름으로 혼자 활동하는 환경운동가다. 2006년 8월부터 전국을 유랑해 <둥글이의 유랑투쟁기>(2014년 12월)라는 책을 냈다. 대학 졸업 이후 환경단체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회의를 느껴 혼자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만들어 뿌렸다가 2015년 4월 경찰에 체포돼 8개월 동안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그해 12월 박 전 대통령 명예훼손죄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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