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칼끝..KAI서 '박근혜 정부 · 청와대'로
유희곤·정대연 기자 입력 2017.07.19. 06:00 수정 2017.07.19. 09:33
ㆍKAI 협력업체 5곳 압수수색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를 압수수색한 지 나흘 만인 18일 하성용 KAI 대표(66) 측근이 대표로 있는 곳 등 협력업체 5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하 대표가 일감을 몰아주고 대금 중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KAI의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결함 사실에 대한 감사원 보고를 받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수사의 칼끝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날 KAI 협력업체의 납품계약 문서, 회계장부, 관련자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 업체 중 한 곳인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ㄱ사는 성동조선해양과 KAI에서 하 대표와 함께 근무한 조모씨(62)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하 사장이 KAI 사장에 취임한 2013년 설립됐다. 매출액은 2014년 39억원에서 2년 만인 지난해 92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ㄱ사 지분 80%를 갖고 있어 실질적 소유주인 또 다른 항공기 부품업체 ㄴ사도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ㄴ사 대표 위모씨(59)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KAI 측에서 ㄱ사 전신이었던 업체가 도산 위기에 처하자 지분 투자를 권유해 투자했을 뿐이고 ㄱ사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해양플랜트 배관 제조업체로 출발해 2015년 항공기 부품 제조업을 본격화한 ㄷ사도 들여다보고 있다. ㄷ사 매출은 2014년 84억원에 그쳤지만 2015년 264억원, 2016년 171억원을 기록했다.
압수수색 업체 중 일부는 하 사장이 대표를 맡았던 성동조선해양의 협력업체였다고 한다. 한 업체는 KAI 협력사로 바뀌고 회사 재정이 급격히 좋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KAI 협력업체가 하 대표의 비자금 ‘저수지’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수리온 헬기의 결함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1년 가까이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감사원에서 받은 ‘대통령 수시보고 현황’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12일 감사원의 ‘군수장비 획득 및 운용 관련 비리 기동점검’ 결과를 보고받았다. 보고 내용에는 수리온의 엔진 사고 현황·원인, 전방유리(윈드실드) 파손 현황 등이 포함됐다. 감사원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0월20일 KAI 감사 결과를 최종 의결해 11월22일 결과를 공개했다.
하지만 당시 감사원은 수리온 결함 내용을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고 지난 16일에야 수리온 관련 비위와 수사의뢰 내용을 발표했다. 감사원은 “16일 발표한 감사 결과는 추가 조사 내용에 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두 보고서의 감사위 최종 의결 날짜와 감사 중점·대상 등이 같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수리온 결함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년 전과 감사 결과가 같다면 당시 왜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등에 대한 수사 요청이 없었는지, 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KAI가 생산한 ‘수리온’의 결함을 알고도 전력화를 강행한 혐의로 감사원으로부터 검찰에 수사 의뢰된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유희곤·정대연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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