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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의 깃털'이냐 혹은 '사나운 호랑이냐'

장백산-1 2017. 7. 25. 00:26

 JTBC 앵커브리핑

[앵커브리핑] 

'거위의 깃털'이냐  혹은 '사나운 호랑이냐'

손석희 입력 2017.07.24 21:57 수정 2017.07.24 22:01




역사적으로 독특한 세금들은 많았습니다.

1세기 로마에서는 돈에서는 냄새가 안 난다면서 '소변세'를 부과했고, 러시아엔 '수염세'가 있었습니다. 영국엔 창문 개수만큼 매기는 '창문세'가 있었는가 하면, 프랑스 루이 15세 시절엔 신선한 공기를 내려주는 왕에게 감사한다는 의미의 '空氣稅'를 매기려 했던 관료도 있었다고 합니다.

걷는 쪽은 어떻게든 더 받아가려 하고 내는 쪽은 어떻게든 덜 내려 하는 세금.

국가의 역사는 어쩌면 더 걷고 싶은 자와. 덜 내고 싶은 자의 투쟁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오죽하면 이런 말도 나왔을까 싶습니다.

"예술적인 과세는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

17세기 프랑스 재상 콜베르의 말처럼 증세이되 증세가 아닌 것처럼 보이도록. 국가는 묘책에 묘책을 더했던 것이겠지요.

박근혜 전 정부가 아무리 증세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했어도 결과적으로는 알게 모르게 늘어나고 있는 담뱃세처럼 말입니다.

수퍼리치 증세냐, 세금 폭탄이냐…이번 증세안의 성격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명칭논란입니다.

기억하시겠습니다만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세금 폭탄 논란과 닮아 있습니다.

당시 야당이 내세웠던 그 '세금 폭탄'이란 한 마디로 여론이 갈렸던 것을 여야 모두가 의식해서인지 이번에는 초반부터 명칭을 둘러싼 프레임 전쟁이 치열합니다.

명예과세, 사랑과세란 표현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편에서는 표적 증세 청개구리 증세란 말이 나오고 새발피 증세, 눈가웅 증세라는 표현까지….

이쯤에서 다시 인용할 수 밖에 없는 고사성어.

가 정 맹 어 호(苛 政 猛 於 虎). 가혹한 정치, 즉 정권의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

세금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일 테니까요.

그러나 세금이 호랑이보다 더욱 무서웠던 이유는 사실은 따로 있었습니다.

사실은 있는 자에게선 덜 거둬들이고 없는 자에게선 더 거둬들였던 가혹함.

이 사실이 없는 사람들이 맹수보다 두려운 세금을 더 두렵게 여긴 이유였을 것입니다.

그러니 명칭을 뭐라 하든 필요한 세금을 원칙에 따라 정의롭게 걷는다면 없는 사람들에게는 세금이 호랑이 보다 더 두려워 할리는 없을 것입니다.

JTBC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