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감찰실 '녹취록 가위질' 의혹..수사 방해 정황
서복현 입력 2017.07.25. 22:29 수정 2017.07.25. 22:33
감찰실, 사실상 국정원장 직할부대라 불려
[앵커]
이렇게 일부 내용, 그것도 원 전 원장의 수사나 재판에 핵심 증거일 수 있는 발언을 삭제해 버린 채 자료를 제출한 부분은 향후 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 원 전원장에 대한 수사, 즉 선거개입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고, 특히 그 선거가 대선이라면 그 파장은 굉장히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부 서복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2013년에 국정원이 제공하지 않다가 이번에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찾아낸 원 전 원장 관련 자료 52건, 어떤 것들입니까?
[기자]
일단, 2009년부터 2012년 5월까지 원 전 원장 회의 녹취록 원본인데요. 거의 매달 있던 회의니까 이 녹취록 문건이 30여건입니다.
또 원 전 원장에게 보고된 심리전단 문건들도 있습니다. 이 문건은 각 항목마다 제목이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4대강 홍보 관련 문구…이런 제목이 붙어있었습니다.
[앵커]
일단 제목만 들어도 그걸 왜 국정원이 하는가 하는 생각의 우선 듭니다. 반대로 말하면 2013년 당시 박근혜 정부 국정원은 이 자료들을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 안 내놓았던 거잖아요. 그 국정원 댓글 수사팀, 바로 지금 중앙지검장을 하고 있는 윤석열 검사가 맡았던 팀입니다. (그죠. 팀장이었죠.)
[기자]
제출할 경우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걸로 보입니다. 녹취록을 제출하긴 했는데 100곳 가까운 원 전 원장 발언이 삭제된 녹취록이 제출이 됐었습니다.
어떤 건 너무 많이 지워서 문건이 거의 누더기가 되거나 일부는 맥락을 알 수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결국은 4년이 지나서야 적폐청산 TF가 찾아서 댓글 수사팀에 제공하면서 어제 법원에 제출됐습니다.
[앵커]
또 짚어서 얘기할 수 밖에 없는것이 2013년이라면 선거 끝난 다음해고, 바로 이부분 원 전 원장이 개입했다고 의심을 받는 선거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던 그 선거. 그것과 관련한 발언들이 계속 삭제된 채 넘어갔다는 것은 이것이 만일에 그대로 복원이 되거나 발견이 되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킬수 밖에 없는 그런 내용들이잖아요. 그래서 당시에 이 자료 제출은 국정원 감찰실이 주도했다는 건데 그건 어떤 의미가 있는겁니까.
[기자]
일단 말씀 하셨듯이 당시에 댓글 수사팀에 자료를 제출하는 업무는 국정원 감찰실이 맡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반쪽짜리 부실 자료들이었습니다.
국정원 감찰실은 국정원장의 사실상 직할부대라고 불리는데요. 당시는 박근혜 정부 초대 국정원장인 남재준 전 원장 시절이었는데요. 결국 이렇게 보면 재판, 그리고 수사 방해에 국정원장의 의중이 반영된것 아니냐 이런 의혹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감찰실은 어땠습니까?
[기자]
당시에요 박근혜 정부는 처음으로 국정원 감찰실장로 외부 인사를 임명했는데요. 바로 현직 검찰 간부였습니다. 임명 시점이요. 2013년 4월이었습니다.
그런데 댓글 수사팀 역시 2013년 4월에 출범했고 국정원 압수수색은 그달 말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일부러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임명된 검사 출신 감찰실장의 첫 업무는 댓글 수사 대응이었던 셈입니다.
[앵커]
삭제된 자료를 제출하거나 증거를 안 준 것은 법적인 문제도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당시에 국정원은 삭제 이유로 업무 보안을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드러났듯이 총선이나 언론 보도 개입, 민노총 등 사찰 정황 이런 부분들은 업무 보안과는 거리가 있는 부분이거든요.
이렇게 때문에 수사 방해를 넘어 증거 인멸이나 은닉에 해당된다는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공식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앵커]
전공노, 민주노총, 전교조…그중에 제일 나쁜것은 전교조다. 전교조 선생님들을 징계해야 한다 이게 과연 국정원장이 해야될 말인지…누가봐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인데. 청와대, 법무부, 검찰에 국정원까지 나오면 사실상 전방위적으로 원세훈 전 원장의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있다고도 봐야겠군요?
[기자]
보시듯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법무부의 외압 의혹은 이미 제기됐고요. 검찰은 댓글 수사팀도 모르게 국정원의 정치와 선거개입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하고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반납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이 진상조사해서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요. 여기에 국정원도 자료를 삭제해서 주거나 아예 안 주는 방식으로 수사를 방해한 의혹이 있습니다.
이렇게 박근혜 정부에서 전방위적으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은폐하려는 정황이 있는 겁니다.
[앵커]
그래서 결과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바로 직전에 있었던 대선과 관련이 있는것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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