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 정부 비판집회 탄압 지휘한 '청와대 2인자'
김한솔 기자 입력 2017.10.12. 06:06 수정 2017.10.12. 08:17
[경향신문]
ㆍ이병기 “경찰 너무 방어적, 철저 색출·엄단”…
“보수단체 결집, 목소리 내게 하라”
ㆍ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전후 지시
ㆍ이재정 의원 ‘비서실장 문건’ 확인
박근혜 정부 당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70·사진)이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를 전후로 관계 수석들에게 “보수단체가 폭력집회 엄정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최대한 결집된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전달되게 할 것” 등을 지시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병기 전 실장은 시위 중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을 지시했으며, “집회 체포자를 포함한 범법 행위자를 철저히 색출하여 엄단하라”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끝까지 민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한 사실도 드러났다. 강경 진압 ‘컨트롤타워’가 청와대 2인자인 이병기 전 비서실장이었고, 강경 진압 여론을 조성하려고 보수단체까지 활용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경향신문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을 통해 입수한 박근혜 전 정부 청와대의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 문건 내용을 보면, 이병기 실장은 2015년 1차 민중총궐기 집회(11월14일) 이틀 뒤인 11월16일 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보수단체들이 폭력집회, 폭력시위자 엄정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이후 보수단체들은 집회 관련자들을 잇따라 검찰에 고발했다.
이병기 실장은 2차 민중총궐기 집회(2015년 12월5일)를 앞두고 보수단체의 맞불집회 예정 사실을 거론한 뒤 “개별 단체별 산발집회에 그치지 말고 기왕 최대한 결집된 보수세력 목소리가 명확히 전달되도록 할 것”(2015년 12월2일)이라고 지시했다. 이병기 실장은 1차 민중총궐기 집회 이튿날인 2015년 11월15일 회의에선 “정부(경찰) 대응이 너무 방어적이었던 것 같은데, 집회 체포자를 포함한 범법 행위자를 철저히 색출하여 엄단하라”고 지시했다. 또 “병원으로 이송된 시위자 백남기씨가 중상인데 이와 관련, 향후 상황변화에 대비한 정부 대응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병기 실장은 “한겨레신문이 민노총을 지원하는 선전물 형태의 특별판을 2만부 배포하겠다는 얘기가 있는데, 동향을 파악해보고 필요시 적의 대응할 것”(2015년 11월14일)을 지시하는가 하면, 2016년 3월27일 회의 때는 “최근 일부 비판세력들이 ‘정부 흠집내기’ 등을 위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는데, 기부금품모집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고 필요시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재정 의원은 “당시 청와대가 보수단체의 목소리를 키우고 일반 국민의 목소리는 돈으로 억압하려 시도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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