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근혜 정부, 미군에 현금 더 주기로 '분담금 밀약' 맺었다
입력 2017.10.11. 19:46 수정 2017.10.11. 19:56
미 요구대로 '현금 확대' 이면합의
국회엔 숨기고 이행약정에 슬쩍 넣어
'현물 확대 - 현금 축소' 원칙서 퇴행
한국돈 들어가는 미군 특수정보시설용
전방위 도청능력 불구 한국 접근 봉쇄
[한겨레]
박근혜 전 정부가 2014년 초 주한미군 주둔 경비 지원을 위한 9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을 미국과 맺을 당시 예외를 사유로 현금 지원을 늘려주기로 약속한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군이 요구한 현금 추가 지원의 실제 명목이 한국의 접근이 봉쇄된 미군 특수정보시설(SCIF)이란 점이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협정이 비준·발효된 뒤에야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에 이행약정을 설명하면서도 ‘이면합의’가 있었던 사실은 감췄다. 이행약정 역시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본협정과 달리 국회 비준을 필요로 하진 않는다.
<한겨레>가 11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을 통해 입수한 9차 방위비분담협정(적용연도 2014~2018)의 이행약정을 보면, ‘군사건설비’ 항목에 8차 이행약정에는 없던 문구가 추가됐다. “특정 군사건설사업이 군사적 필요와 소요로 인해 미합중국이 계약 체결 및 건설 이행을 해야 하며 동 목적을 위해 가용한 현금보유액이 부족하다고 한국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협의를 통해 합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추가 현금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쉽게 말해 주한미군이 건설 계약에서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에서 미국 업체가 기지 안에 특정 시설물을 지을 때 한국 정부가 현물 대신 현금 지원을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양국의 밀실 합의 내용이 이행약정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더욱이 이면합의에 언급된 ‘특정군사건설사업’은 미국의 최고 등급의 군사기밀정보를 다루는 특수정보시설(SCIF)을 지칭하는 것이다. 특수정보시설을 짓는데 추가 현금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은 미군이 협상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이었다. 이 시설은 한국 정부와 군 고위 관계자도 접근이 통제될만큼 철저한 보안이 유지된다. 청와대를 비롯해 한국의 중요기관들을 도청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한국 돈을 받아 한국 땅에 짓는 건물과 설비가 정작 한국 국민과 정부에겐 실체를 알 수 없는 ‘유령 시설’인 셈이다.
현금 지원 증액에 대한 밀실합의는 9차 협정 체결 직후 정부가 주목할 성과로 내세운 ‘제도개선 교환 각서’의 취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2014년 2월 국회에 9차 협정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협정 1조에 “협정 이행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 제도개선 교환각서가 협정과 같은 날 발효된다”고 명시했음을 강조했다. 그런데 뒤로는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서 현금 지원을 늘려주겠다고 국민 몰래 약속한 것이다.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찾는사람들(평통사)의 박기학 연구소장은 “(이면합의는)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국회를 속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 현금을 쓰겠다는 미군 특수정보시설(SCIF)은 설계·시공·감리 등 건설의 전 과정을 미국 공병단과 미국 업체들이 맡는데, 이는 방위비 분담금이 한국 방위 목적이며 한국 경제로 환류된다는 설명과 달리 미 본국으로 한국의 돈이 흘러들어가 상업적 이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위비 분담 자체가 주한미군 지위협정(SOFA·소파)의 예외 협정인데다, 미국 민간업체가 수혜자가 되는 현금지원은 ‘방위비 분담’의 대원칙을 깨뜨린 퇴행이라는 것이다.
당시 협상 실무에 밝은 외교부 관계자는 <한겨레>의 확인 취재에 “당시 수석대표(황준국 현 주영대사)나 국방부 차석대표에게 물어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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