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朴정부 공정위 직권조사 통해 대기업에게
'미르재단 · K스포츠재단 출연' 압박 정황
정건희 기자 입력 2017.10.17. 19:54
박근혜 전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조사를 통해 대기업에게 미르재단 · K스포츠재단 출연 등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정황이 포착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공정위는 특히 박근혜 정부가 두 재단 설립을 모색 중이던 2014∼2015년 대기업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두 재단 출범을 전후해 모두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0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당시 공정위는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LG, 포스코, KT, 금호아시아나, 대우조선해양 5개 대기업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박근혜 전 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 25일 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는 대기업의 부당지원 행위나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다루는 공정위 직권조사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2014년 6월 포스코와 KT를 시작으로 8월 금호아시아나, 이듬해 1월 LG유플러스에 대해 순차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독대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을 논의하는 등 문화체육계에 대한 출연 요청이 시작되던 시점과 맞아 떨어진다.
공교롭게도 5개 대기업 중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4개사(LG 78억원, 포스코 49억원, KT 18억원, 금호아시아나 7억원)는 2015년 하반기 미르재단 · 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냈다.
검찰수사 결과에 따르면 서대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은 2015년 10월 24일 박찬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로부터 ‘문화재단 설립에 동참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6일 7억원을 출연했다. 이틀 뒤인 28일 공정위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한 정도’라며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무혐의 조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2월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과의 자리에서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미르재단 · K스포츠재단 설립 석 달 전인 2015년 7월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행사에서 주요 그룹 총수 7명과 독대해 두 재단 설립과 자금 조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미르재단은 2015년 10월, K스포츠재단은 이듬해인 2016년 1월 설립허가를 받고 출범했다. 공정위는 양대 재단 출범 전후인 2015년 5월부터 12월까지 해당 기업들에 대한 직권조사를 차례로 종결했다.
당시 공정위의 직권조사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두 무혐의 또는 심의절차 종결로 종료됐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공정위 직권조사 결과를 보면 주의 · 경고 · 시정조치 등이 이뤄진 비율은 84%에 달한다. 하지만 2014∼2015년 초 이뤄진 직권조사 5건은 모두 무혐의나 절차 종료가 이뤄졌다. 무더기 조사와 무혐의 처분 자체가 기업 압박용이었다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 10년과 그 이전 정권의 직권조사 건수를 비교하면 이례적인 무더기 조사에 대한 의구심은 더 짙어진다. 김대중 · 노무현정부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직권조사가 74건 이뤄졌지만 이명박 · 박근혜 보수정권에서는 15건으로 대폭 줄었고, 무혐의 처분 비율도 ‘11%→43%’로 크게 증가했다.
전해철 의원은 “이미 2014년 CJ E&M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과정에서 무리한 외압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면서 “대기업 총수의 사익편취, 정부 지시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등에 대해 거의 조사하지 않던 공정위가 특정 시기에 이례적으로 무더기 조사를 하게 된 경위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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