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참으로 기막힌 '노벨상 후보 전두환' 그리고..
손석희 입력 2017.10.19. 21:32
JTBC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한국으로부터 로비가 있었다."
올라브 욜스타드 노벨연구소 연구실장은 답변했습니다. 2000년 11월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열린 한반도 국제 심포지엄에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로비를 통해서 노벨상을 받았다는 주장이 사실이냐?"는 한 독일 학자의 질문이 나왔고 그 질문에 그는 답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노벨연구소의 연구실장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로비가 있긴 했는데 김대중 그의 정치적 반대자들로부터 노벨평화상을 주면 안 된다는 기이한 로비가 있었다"
노벨평화상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상을 주지 말라고 로비하는 반대 쪽 사람들을 보며 그 시절의 노벨위원장은 '한국은 참으로 이상한 나라' 라고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하긴 2008년 2월 25일 부터 2013년 2월 25일 까지 이명박 전 정부 시절의 국정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상 취소를 청원하는 서한까지 실행에 옮겼다 하니까 노벨연구소 그들의 눈에 한국은 두고두고 이상한 나라였을지도 모르지요.
그런가 하면 노벨상을 받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또 다른 전직 대통령도 있었습니다.
이른바 노벨평화상 플랜까지 가동했다는 군부정권.
실제로 그는 재임 중 발생한 아웅산 사건과 KAL기 폭파 사건 등에 평화적으로 대처해 한반도 안정을 유지하는데 공헌했다는 명분으로 1988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정식 추천되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피로 물들었던 광주의 봄날, 1980년 5월 18일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기가 막히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이었던 또 다른 인물.
헌법재판소와 법원을 인정하지 않고 급기야 재판 출석마저 거부하기 시작한 뉴스의 주인공과 그 변호인단은 이제 국제사회를 향해 감옥생활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이러니입니다.
탄핵된 대통령이 "더럽고 차가운 감방"을 이야기하며 한국 감옥의 열악한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인권 투사로 변신한 셈이 됐으니까요. 물론 그가 기거하는 방은 열악함과는 거리가 멀긴 합니다만…
어찌 보면 탄핵 파면된 전 대통령은 물러난 뒤에야 한국사회의 한 구석을 개선하는 제대로 된 임무를 수행하는 현실….
그래서 아마도 그 탄원서를 받아 든 유엔의 인권위원회는 또 다시 우리를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하지나 않을까… 착잡해지는 밤.
오늘(19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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