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얻을 수 없는 법, 끊임없는 변화의 배후에 있는 불변의 참나는 없다

장백산-1 2017. 12. 6. 23:54

수학자 강병균이 본 금강경 43. 얻을 수 없는 법,

끊임없는 변화의 배후에 있는 불변의 참나는 없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무상정등정각) 내지 무유소법가득(無有所法可得). 시법평등(是法平等) 무유고하(無有高下).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서 아이가 되고 어른이 되듯이 이 세상엔 끝이 없는 변화만 있을 뿐 변화 없는 그 무엇은 없다 


얻을 바 법이 없다(무유소법가득, 無有所法可得). 이 세상이 무아연기(無我緣起)의 세상이기 때문에 붙잡아 가질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연기법(緣起法)을 깨달았지만, 이 세상 모든 게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는 무아(無我)이므로 상대도 없고 주체도 없다. 그러므로 얻을 것도 없고 무엇을 얻은 자도 없다. 연기법(緣起法)에 의하면, 이 세상 모든 것, 우주삼라만상만물 일체는 이 세상 모든 것의 인연(因緣)들이 연기(緣起)하여 생겨난 현상(現像), 가상현실(假想現實), 허상세계(虛像世界), 환상세계(幻想世界)에 불과할 뿐이고, 이렇게 생겨난 현상은 이 세상 모든 것의 인연이 바뀌면 생겨났던 본래 모습, 현상(現像)을 유지하지 못하고 변해서 사라지기 때문에 이 세상에는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원자들이 모여 분자가 되고, 분자들이 모여 DNA가 되고, DNA는 단세포 생물이 되고, 단세포 생물 둘이 모여 진핵세포 생물이 되고, 진핵세포 생물은 모여 다세포 생물이 되고, 다세포 생물은 변해 물고기가 되고, 물고기는 양서류가 되고, 양서류는 파충류가 되고, 파충류는 포유류가 되고, 포유류는 영장류가 되고, 영장류는 유인원이 되고, 유인원(類人猿, 인간에 가까운 원숭이)은 인류가 되었다. 


이와 같이 이 세상 모든 것은 끝이 없는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 변화의 배후에 자리 잡은 변하지 않는 존재, 아트만(我 참나)은 없다. 다세포 생물 중 일부는 동물이 되지 않고 식물이 되었다. 씨는 발아해 싹이 되고, 싹은 자라 꽃나무가 되고, 꽃나무는 커서 꽃이 되고, 꽃은 짝지어 열매가 되고, 열매는 여물어 씨가 된다. 


끝없는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 변화의 배후에 자리 잡은 변하지 않는 존재, 아트만(我 참나)이란 것은 없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수정란이 되고, 수정란은 세포 분열해 손· 발· 뇌· 눈· 귀· 코· 혀· 피부· 척추· 장기· 신경계가 되고, 신체기관들이 모여 태아가 되고, 태아가 자라 갓난아이가 되고, 갓난아이는 커서 어른이 되고, 어른은 정자와 난자로 변한다. 이 중 어느 하나도 영원히 같은 모습의 상태로 있지 못한다. 


오직 끝이 없는 변화가 일어날 뿐이다(諸行無常). 하지만 이 변화의 배후에 자리 잡은 변하지 않는 존재인 아트만(我 참나)은 없다. 식물이 수억 개의 씨(種子)를 만들 듯, 동물은 수억 개의 씨인 정자(精子)를 만든다. 식물이 끝이 없이 씨가 되듯이, 동물은 끝이 없이 정자와 난자가 된다. 씨가 끝이 없이 식물이 되듯이, 정자와 난자는 끝이 없이 동물이 된다. 


이 세상엔 끝이 없는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 변화의 배후에 자리 잡은 변하지 않는 존재인 아트만(我 참나)은 없다. 무아(無我)다. 달 밝은 밤 크릴새우가 해수면으로 떠오르면 크릴새우는 거대한 향유고래 입속으로 들어가 향유고래의 몸이 된다. 향유고래가 죽어 바닥에 가라앉아 썩어 분해되면, 무기물· 유기물의 영양분이 되어 크릴새우 몸속으로 흡수되어 크릴새우의 몸이 된다. 


이 세상엔 멈춰진 것은 하나도 없고 끝이 없는 변화가 일어날 뿐이다. 하지만 이 변화의 배후에 자리 잡은 변하지 않는 존재, 아트만(我 참나)은 없다. 12연기란 인간의 의식이 끝이 없이 내부환경 외부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끝이 없이 변해가는 인간 의식의 변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순연기(順緣起)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묘사한 것이고, 역연기(逆緣起)는 시간을 거스르는 게 아니라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결과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 우주삼라만상만물 일체가 무상(無常, 끝이 없이 변함)하고 인(因)도 무상(無常)하고 연(緣)도 무상(無常)하다. (특정한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는 것은 특정한 원인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원인과 결과의 작용도 시간적으로 원인(因)은 결과(果)에 선행하지만,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결과의 발현을 막는다. 


전자와 양성자와 중성자라는 소립자가 모여 탄소 원자가 되고, 탄소 원자가 모여 다이아몬드 분자가 되고, 다이아몬드 분자는 다이아몬드가 된다(엔트로피 감소, 질서화). 다이아몬드에 에너지가 가해지면 탄소분자가 되고, 탄소분자에 다시 에너지가 가해지면 탄소원자가 되고, 탄소원자에 또다시 에너지가 가해지면 전자· 양성자· 중성자라는 소립자가 된다(엔트로피 증가, 무질서화). 


이 세상엔 끝이 없는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 변화의 배후에 자리 잡은, 변하지 않는 존재, 아트만(我 참나)은 없다. 무아(無我)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418호 / 2017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