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정형식 판새의 이중잣대

장백산-1 2018. 3. 24. 00:12




건설현장 뇌물 관행엔 “검은 거래” “없어져야 할 관행” 

“현실이 안타깝다” 호된 질책…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다른 ‘이중잣대’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을 심리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재용 항소심 선고 3개월 전 한 건설업자의 뇌물죄엔 “사라져야 할 관행”이라며 단호한 엄벌의지를 나타내 중형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과 동일한 요구형 뇌물 사건인데다 뇌물 액수도 0.3%에 미치지 못한 점에 비춰 이 부회장에게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지난해 2016년 11월2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수재·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A건설 현장소장 함아무개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5천만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2017년 2월5일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선고가 열리기 3개월 전 판결이다.

▲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석방될 당시 모습.ⓒ민중의소리

함씨는 하도급 업체 등과 공모해 2015년 1~10월 ‘수서~평택 고속철도 2공구’에 대한 노반신설공사를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수퍼웨지공법’으로 진행하겠다고 속여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182억 원의 공사대금을 타낸 혐의를 샀다.

이 과정에서 함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한국철도시설공단 관리자 박아무개씨 등에게 2014년 5월부터 1년7개월 간 1200만 원의 뇌물을 지급했다. 1·2심 재판부 모두 함씨의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정형식 판사는 선고를 하면서 “이 사건을 심리하면서 든 생각은 '도대체 우리 공사현장이 이렇게 오염됐는가'였다”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나중에 어떻게 잘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뤄진 행위들이 이런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형식 판사는 또한 피고인들을 향해 “수없이 많은 접대와 상납구조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도대체 이 현장만인지 우리나라 토목현장 모두가 이런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라며 “뇌물도 자동차를 넘겨받는 식으로 이뤄지는데 어떻게 이런 식의 범행이 이뤄질 수 있는지”라며 탄식했다.

정형식 판사는 ‘수동적 뇌물’이라거나 ‘업계 관행’이라는 함씨 측 주장도 일축했다. 함씨의 판결문엔 “상급업자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거나 업계에서 돈을 주고 받는 것은 관행적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관행은 사라져야 할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정형식 판사는 발주처, 시공사, 하청업체 등이 뇌물을 주고 받는 불법 관행에 대해서도 ‘검은 거래’라고 칭했다. 정형식 판사는 또한 함씨에 대해 “진지한 반성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형량 참작 사유를 밝혔다.

정형식 판사의 이 같은 엄벌의지는 3개월 후 2017년 2월5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 2심 선고에서 보여준 정형식 판사의 태도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정형식 판사는 ‘대통령 요구에 의해 수동적으로 뇌물을 지급했다’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주장을 감형 사유로 받아들였다.

정형식 판사는 함씨의 범행엔 ‘사라져야 할 업계 관행’이라고 비판했지만 이재용 부회장 사건에 대해서는 ‘정경유착 뇌물’을 인정하지 않았다. 특검이 “재벌 총수와 정치권력 간의 검은 거래를 ‘뇌물죄’로 단죄하기 위한 자리”라고 주장했으나 정형식 판사는 정경유착 사건이라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정형식 판사는 함씨 사건에서 외제차를 이용한 뇌물 상납에 대해 “차를 주고 받고, 넘겨 받고 어떻게 이런 식의 범행이 이뤄질 수 있는지 참…”이라고 언급했다. 정형식 판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씨에게 승마 지원이라는 합법적 계약을 가장해 뇌물을 준 혐의를 인정했지만 가중처벌 사유로 적용하지 않았다.

정형식 판사는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을 알지 못한다’거나 ‘승마 지원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하지 않았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범행 부인 태도도 꾸짖지 않았다.

정형식 서울고등법원 형사 2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 및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특검 및 삼성 양측이 상고한 ‘삼성 뇌물 사건’은 지난 2018년 3월 8일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에 배당돼 법리검토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