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檢 칼날, 전 · 현직 대법관 정면으로 겨눈다
윤진희 기자 입력 2018.08.18. 09:00 수정 2018.08.18. 10:51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을 줄소환하며 재판거래와 판사사찰 문건 작성 경위와 지시와 보고 라인 등 '윗선'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의 진술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압수한 USB 등을 바탕으로 전현직 대법관들의 사법농단 연루 정황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이규진에서 임종헌으로 다음은 누구?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불거지자 법원은 총 세 차례의 자체조사를 진행했다. 법원의 자체 조사가 횟수를 거듭할 때마다 사법농단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는 인물이 달라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 당시인 지난해 3월 꾸려진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대법관)는 "법관 블랙리스트는 근거 없다"는 결론을 내며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최종 책임자로 지목했다.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고영한 대법관에 대해서는 관리책임을 물어 주의 조치를 취했을 뿐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직후 추가조사위원회를 꾸려 이규진 전 상임위원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의 PC에 대한 물적 조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사법농단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처 차장의 PC를 조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됐다.
그러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월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단장으로 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하 특조단)’을 발족해 3개월의 조사 끝에 책임을 임종헌 전 차장에게 돌렸다.
1년 여에 걸친 세 차례의 조사 끝에 법원이 지목한 사법농단의 최종 책임자가 이규진 전 상임위원에서 임종헌 전 차장으로 바뀐 셈이다.
검찰의 수사 개시 직전인 지난 6월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법관사찰, 재판거래 의혹 등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사법농단의 윗선에 한걸음씩 다가서는 모양새다. 압수수색 등을 통해 재판거래 의혹을 뒷받침하는 문건 등을 찾아내고,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들로부터 윗선 보고와 관련된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전현직 대법관 4명 검찰수사 불가피… 사법부 비극 되나?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 · 현직 대법관은 총 4명이다.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과 권순일 대법관 등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 당시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은 차례로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다. 권순일 대법관 역시 양승태 대법원장 재직 시절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재직하다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4명의 전현직 대법관들의 사법농단 관련성은 검찰의 강제수사를 통해 하나씩 베일을 벗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3년 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과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차한성 대법관을 삼청동 총리실 공관으로 불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판결 지연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법관사찰 개입 정황이 조사위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2015년 7월 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인사모를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 재직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재판거래 · 법관사찰 의혹 문건들을 대거 삭제한 정황이 포착돼 조직적 은폐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직인 권순일 대법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공개변론을 하루 앞둔 시점에 박근혜 당시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돼 재판개입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검찰의 파상공세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조전문기자 · 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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