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시인)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잔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는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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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달라서 이기적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그들의 가족 속에서는 제각각 본연(本然)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 우주에 존재하고 있는 유형 무형의 존재, 생명이 있는 존재
없는 존재, 생각이 있는 존재 없는 존재 등 이 세상 모든 것은
서로가 알게 모르게 서로를 보듬고 치유한다.
가족 내에서 조차도 자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숨을 쉬는 어느 한 순간 본래의 나와 연결이
된다. 그 때 만큼은 그 사람은 우주 자체이다. 무한히 중첩된 인연의
고리속에서 얼마만큼 치졸하게 사는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말이다.
慧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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