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율려와 포도 그리고 발우공양

장백산-1 2019. 1. 6. 01:17

1. 율려와 포도 그리고 발우공양

 

깨어있음과 음식을 연민으로 먹어야 한다


다른 생명 취함에 그 생명 배려 있어야

얻어먹는 발우공양의 정신 현대에 맞춰

발우공양을 대중화 비건채식운동 실천을


‘부도지’는 신라시대 박제상이 집안 대대로 내려온 비서를 정리하여 저술한 책으로 1만4000년 전 파미르고원을 발원지로 펼쳐졌던 한민족의 상고문화를 다루고 있다. 부도지에 언급된 마고성 신화에 따르면 그때는 우주의 음악과 빛, 즉 율려(律呂)로 세상과 우주를 다스리고 사람들은 대지의 젖을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마고성 인간들이 포도를 따먹고 처음으로 5가지 맛을 알게 된다. 이것이 인간이 다른 생명을 먹은 최초의 일로 이때부터 재앙은 시작된다. 5가지 맛을 알게 된 후로 인간들에게 원래 없던 이빨이 생겨나고, 인간들의  피와 살이 탁해져 우주의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되고 빛을 볼 수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해 다툼과 분열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 후로 마고성 사람들은 네 무리로 갈라지게 되는데 이것이 인류의 4대 문명(황하문명, 인더스 문명, 이집트 문명, 메소초타미아 문명)이며, 그중 한 갈래가 환국 배달 고조선을 거쳐 고구려를 세우게 된다. 고구려의 국시가 마고성 시대의 회복을 뜻하는 '다물(多物)이었다 한다. ‘부도지’는 ‘환단고기’의 뿌리인 셈인데 부도지에 대한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화란 영적가능성의 실마리다. 신화 외부적으로는 인류시원을 설명하는 역사의 전개 같지만 신화 실제로는 인류의 내부적 잠재성을 가리키는 내용이 신화다. 인간(人間)의 본성(本性)을 회복하는 것이, 즉 본래 우주의 빛과 음악을 일상생활 속에서 다시 연결하는 것이 율려(律呂)다. 이 율려(律呂)야말로 성스러운 일상생활이요 참다운 인간 본성의 회복이고 마고성 신화의 실현이다. 


인도의 타고르와 간디가 대양에 비유하며 자신들은 ‘그 대양의 물 한 방울에 불과하다’며 지극히 존경했던 까비르는 노래한다.


하아프의 소리 들려온다/ 손도 없이 발도 없이 춤이 시작된다/ 손가락이 없이 하아프를 켠다/ 귀 없이 하아프 소리를 듣는다/ 그는 귀다. 동시에 그는 듣는 자이다/ 문은 굳게 닫혔다. 그러나 그 속에 향기가 있다./ 이 만남은 누구도 엿볼 수 없다. 그러나 지혜 있는 이는 이를 이해할 것이다.


둘째, 물론 고대사 속 신화가 역사적 진실인지 아닌지는 전문가의 몫이다. 하지만 진실 여부를 떠나 이런 고대역사를 신화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 민족의 상상력(想想力)을 더욱 더 해방시킨다. 모든 우주만물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은 우리 한민족이 얼마나 영적(靈的)인 민족인가를 짐작케 해준다. 한 민족 경전정 중 천부경(天符經)에서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 즉 인간에게는 하늘과 땅이 하나로 되어어 있다 고라 했다. 홍익인간(弘益人間)에서의 인간은 사람뿐 아니라 동식물과 무생물까지 포함한 인간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생명(生命)이다. 


이렇게 볼 때 사실 인류의 역사도 결국 마음의 행로에 다름 아니다. 수많은 인류 역사 속에서 모든 것을 대표하는 인간의 마음의 행로가 있고, 이 인간 마음의 행로를 통해 인간의 전일(全一)함을 깨우치는 게 역사공부이자 마음공부다.


셋째, 앞에 거론한 두 가지 보다 무엇보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내 생명과 다른 생명을 죽여 그 생명을 내가 음식으로 먹는 것은 크게 불편하고 두려운 일이다.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사과를 따 먹은 아담과 이브 처럼 마고성 사람들이 포도를 탐하고부터 모든 분열(分別)과 분쟁(分爭)이 시작된다. 그러나 모든 생명의 삶에서 먹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삶의 전제조건이다. 인간이 우주의 음악과 빛, 즉 율려(律呂)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이 문제의 성찰이 필요하다. 


현대의 대표적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삶의 전제와 인간의 마음을 화해시키는 데서 모든 신화가 탄생했다’고 한다. 삶의 전제에 대해 고민이나 문제의식 조차 없이 공장식 가축사육, 대규모 단일경작, 유전자조작 등 생명이 조작되고 상품화되는 오늘날 현실과 비교할 때 신화 속 인간의 마음은 지극히 순수하고 우주적인 하나다.


생명체의 생명의 존속은 또 다른 생명체의 생명에 의지한다. 생명체들은 오직 ‘필요한 ’만큼의 해를 끼치고 다른 생명체의 생명을 취함에 겸손하고 조심하며 배려해야 한다. 항상 지금 여기 깨어있는 마음과 모든 것을 사랑하는 연민의 마음으로 살아 있는 존재의 고통을 덜어주고,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방식으로 음식을 먹도록 해야 한다. 


이 말에서 거지동냥해서 빌어먹는 발우공양과 그 정신이 현대에 맞게 대중화된 비건채식운동이 맞닿아있다. 음식은 삶에서 죽음으로, 다시 죽음에서 삶으로 흘러가는 원천이자 은유이다. 이와같이 섭식(攝食)이 지닌 영적 공동체적 가치는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신화(神話)와 종교적 전통에 깊이 새겨져있다. 사람들은 사람들이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마음 설레는 더 큰 전체, 우주의 일부라는 신비에 의식적으로 접속할 수 있는 때가 있다면 그 때는 장례식 때와 공양 때 뿐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71호 / 2019년 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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