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인형과 바다
아주 특이한 재료로 만들어진 인형이 하나 있었다.
그 인형은 '소금인형', 소금인형은 이곳 저곳 여러 곳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바다에 다다르게 되었다. 소금인형은 난생 처음 본 바다에 놀랐지만 친근감이 들었다.
그래서 바다에게 물었다. "얘 네 이름은 뭐니?" "응. 나의 이름은 바다야."
"바다? 바다가 뭐야? 바다 넌 도대체 누구니?"
"말로는 바다인 나를 설명하지 못해. 그러니 직접 네가 바다 속으로 들어와보면 알 수 있어."
그래서 '소금인형'은 살며시 왼쪽 발을 바닷 속으로 내밀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왼쪽 발이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소금인형'은 겁이 덜컹 났지만 조금 더 들어와 보면 자신을 알 수 있다는 바다의 말을 믿고
오른쪽 발도 바닷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감쪽같이 오른쪽 발도 사라져버렸다.
바다에 닿는 즉시 자신의 것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안 '소금인형'은 오른팔과 왼팔까지 바다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점점 자신의 몸이 사라져버릴 수록 '소금인형'은 바다를
조금씩 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는 소금인형은 마침내 아주 작은 알갱이 하나로 남게 되었다.
그 작은 소금알갱이 하나마저 사라지려고 하는 순간 '소금인형'은 환희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야~ 난 이제 바다야. 그래 이제야 알겠어. 바다 네가 바로 나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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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인형 - - 류시화 시
바다의 깊이를 재기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 처럼
당신의 깊이를 알기위해
나는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 처럼 소금인형 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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