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법귀일(萬法歸一) 일귀하처( 一歸何處)

만법귀일(萬法歸一)  일귀하처( 一歸何處)   / 혜월스님

너무나 목이 말라서 죽을 지경인 남자가 가까스로 물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 도착하니 이것은 우물

이라기 보다는 아주 거대한 폭포수였습니다. 이 남자는 오직 물 한 모금 넘기면 다른 소원이 없겠다 

하던 차라 허겁지겁 입을 폭포수에서 떨어지는 물에 대고 뱃고래가 불룩하도록 양껏 물을 마십니다.

잠시 후 목구멍까지 물이 차서 더 이상은 마실 수 없다 싶었던 남자는 마음에 욕구가 채워졌으니 잠시 

누웠다 떠나가리라 하고 누워 쉬려고 하는데 오직 물만 찾아 헤매면서 도착했을 때는 들리지 않던 

폭포수 소리가 귀청을 때리고 울립니다

이 남자는 내가 필요한 물도 먹었겠다 이제는 더 이상 물이 필요 없으니 폭포수야 그만 떨어져라 귀청이 

아파 죽겠다 하며 폭포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쳐보는데 폭포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폭포 소리와 

씨름하다 잠이 다 달아나버린 남자는 여전히 씨근덕거리며 폭포수 앞에 버티고 서 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던 노스님 한 분이 왜 그러고 있느냐 묻습니다

남자는 마침 내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 생겼다 싶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노스님에게 폭포야 멈춰라 

하고 있다 하니 노스님은 폭포는 그대가 여기 오기 훨씬 이전부터 그대가 여기를 떠나간 뒤에도 영원토록 

흘러 떨어질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그대가 여기 이 자리를 떠나가는 것이 상책임을 왜 모르는가 하고는 

혀를 차며 떠나갑니다.

어찌보면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옳으네 그르네 시비(是非)하거나 맞다 틀리다 시비(是非)하고

이래서는 안 되니 바꿔보고 잘해보자 하는 모든 일들이 위에서 말한 비유(比喩)에 들어맞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生覺)합니다.

목이 몹시 말라 오직 마실 물에만 정신(精神)이 팔려있던 남자에게는 폭포소리가 있고 없고는 전혀 상관

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오직 물만 찾다가 일단 물이 충족이 되고나니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던 폭포소리

가 시비(是非)의 중심(中心)에 선 것입니다.

물에서 폭포소리로 마음이 옮겨간 것일 뿐 그 남자가 폭포가 있는 그곳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가는 순간

이제 그는 폭포소리가 시비거리가 아니라 눈에 보여지는 온갖 모양의 사물(事物)과 귀에 들려오는 온갖 

소리들이 시비(是非)의 중심 자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게 될 것입니다

본래로 무시이래(無始以來)로 이 세상은 처음 생겨나서는 아무런 시비(是非)가 없고 선과 악, 주인과 손님,

가고 옴, 음과 양, 탄생과 죽음, 병과 건간, 부자와 가나뱅이, 높다 낮다, 시작과 마침, 이쁘다 추하다,

향기와 악취, 좋아하다 싫어하다, 순경 역경, 몸과 마음, 지혜와 어리석음, 등등의 분별하는 개념(槪念)

조차 없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낙원(樂園) 같은 곳이지만

사람들이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촉감을 느끼고, 생각을 하고 사는 일에서부터 위에서 말한 분별

을 하는 생각(生覺), 분별심, 분별의식을 일으킨 순간(瞬間)부터 낙원은 한순간에 저 멀리로 날아가버린 

것입니다

타종교를 말할 자리는 아니지만 성경(聖經)에서 말하는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낙원(樂園)이란 마음에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는 생각이 없는 천진무구(天眞無垢)의 자리를 의미합니다. 낙원(樂園) 거기

에는 벌거벗고 산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의식이 일어나지 않고, 남자와 여자라는 개념조차 없고 둘이면서 

하나요 하나면서 둘인 상태로 오직 무한한 즐거움과 무한한 행복만이 넘쳐나는 세상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뱀이라고 하는 어떤 존재(存在)가 낙원(樂園)의 삶을 시기하고 흩트려 놓으려고 마음먹는 순간

아담과 이브는 부끄러움이란 것이 뭔지 느끼기 시작했으며 분별개념인(分別槪念)인 선(善)이라는게 

무엇이고 악(惡)이라는게 무엇인가 나누고 구분하고 분별(分別)하며 이분법적인(二分法的)인 生覺의 

틀, 분별의 틀 쪽으로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분별의 틀인 한 생각(生覺 )이 일어나기 이전에는 그렇게 행복하고 기쁨만이 충만하였었는데 분별의 

틀인 생각을 품기 시작하는 순간 낙원의 행복과 평화는 깨져버리고 마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결국

(結局) 아담과 이브 두 사람의 평화(平和)를 파괴해버린 것은 사악한 뱀으로 묘사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일어난 한 생각(生覺)의 움직임 그 자체(自體)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분별의 틀인 한 생각(生覺)이 일어나는 텅~빈 바탕 마음자리에서 아~하!  이 뱀이라고 하는 한 

생각(生覺)의 유혹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낙원(樂園)의 일부(一部)로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다면 갈등

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을 것을, 그 한 순간(瞬間)을 놓치는 바람에 한 번 잃어버린 낙원(樂園)으로의 

회귀(回歸)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낙원(樂園)이 지고의 행복(幸福)과 지고의 평화(平和)를 상징한다면 실락원(失樂園)은 다툼과 갈등 

파괴와 저주 등 수 없는 부정적인 단어들이 나열되는 그야말로 폭포소리 같은 시끄러움이요 번잡

(煩雜)함이니 다툼과 갈등 파괴와 저주 등 수 없는 부정적인 단어들을 향해 그만 그치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이미 한번 흘러내리기 시작한 폭포수는 멈추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世上)은 善과 

惡의 對立과 갈등, 戰爭과 살륙이라는 대결 구조를 멈출 수 없는 現場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같은 고통( 苦痛)을 벗어나는 方法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것은 그 고통을 피해서 그 자리를 

떠나는 방법이 우선일 것이고, 그 다음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는 방법, 卽 

자기 자신의 내면(內面) 속으로 깊이깊이 침잠해 들어가서 소리가 들어오지 못하는 영역으로 가버리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시비(是非)의 중심(中心)에 있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거나, 선과 악이라는 

분별심 속에 머물러 있어도 분별의 틀인 한 생각(生覺)을  일으키지 않으면 그 사람의 내면(內面)에는 

언제나 맑고 시원한 바람이 일어납니다.

불교에서는 한 생각 일어나면 죄가 수미산이라 말하고, 한 생각 일으키지 않으면 그도 역시 죄가 수미산

이라 하는데 모든 분별의 틀인 이 생각(生覺)이라는 실체(實體)도 없고 소리와 모양 냄새와 맛도 없는 

생각(生覺)이 한 순간(瞬間)에 우주,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를 짓고 또 허물며 과거(過去)와 미래

(未來)를 왔다갔다 하면서 온갖가지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는 능력자(能力者)요 天地造化翁(천지조화

옹)이지만 분별의 틀인 생각(生覺)의 근본(根本)바탕에는 추호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중심(中心)자리,

텅~빈 바탕자리 하나, 마치 태풍(太風)의 중심 눈과도 같은 그 무엇이 있습니다

분별의 틀인 생각(生覺)의 근본바탕자리 그 자리에 분별하는 마음이 고요히 침잠해 있으면 염기염멸

(念起念滅 : 생각이 일어나고 생각이 소멸하는)하는 위지생사(謂之生死 : 소위 말하는 생사)가 끊어진 

적멸(寂滅)의 자리요 적멸(寂滅)의 자리가 바로 낙원(樂園)이 되는 것이니 우리는 굳이 애써 멀리서 

낙원(樂園)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겉으로는 폭우가 몰아치고 엄청 강한 바람으로 집과 바위를 허공으로 날려보내는 허리케인조차도 그 

중심(中心)은 오히려 고요함, 적멸(寂滅) 그 자체(自體)라는 말이 오히려 역설(逆說)입니다.

펼치고 거두어들이는 모든 것의 중심(中心)에 텅~빈 바탕자리가 텅~빈 마음자리가 있습니다. 스스로 

펼쳐만들고 스스로 거둬들이는 심심미묘(甚深微妙)한 작용(作用)이 텅~빈 바탕자리, 텅~빈 마음자리

거기에 있습니다

생노병사(生老病死), 애별리고(愛別離苦), 원증회고(怨憎會苦),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음성고(五蔭成苦)

등의 사고(四苦) 팔고(八苦) 이 모든 것들이 내가 극본(劇本)을 쓰고 연출(演出)을 하고 내가 主人公과 

助演을 맡아서 연극을 하며 울고 웃는 모든 공연상(公演上)의 화면(畵面)이요 스크린이기에 우리는 일희

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전혀 없는 관객(觀客)으로 돌아가 스스로 만들어 펼치는 연극(演劇) 한 편 잘 

보다가 연극(演劇)이 끝나면 아무런  미련없이 다음 장소(場所)로 옮겨가기만 하면 됩니다

세상(世上)은 어차피 시끄러운 곳 세상을 보고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려는 그 마음의 중심(中心)으로 들

어가 내가 먼저 조용해지는 방법을 알아 돌아가게 되면 세상(世上)은 본래 조용한 곳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길이 보일 것입니다. 선(禪)의 화두(話頭)에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만법귀일(萬法歸一), 그 

하나는 어느 곳으로 돌아가는가, 일귀하처(一歸何處)라는 話頭가 있습니다. 이 화두를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요.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이 모두가 부처님 덕분입니다!  

나무석가모니불 _()()()_  반야연꽃님이 올린 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