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자연(自然)스러움

장백산-1 2020. 1. 20. 15:44

자연(自然)스러움 - - 릴라님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음악소리가 제 귀에 들려옵니다. 간간이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도 들립


니다. 모든 소리는 결코 머물지 않고 곧바로 물처럼 흘러 사라져버립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소리도 


그가 누군지, 무슨 말을 하는지 누군지와 무슨 말인지를 붙잡아 집착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내는 소리


도 불분명한 음악소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내는 소리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그 소리의 뜻을 따라 사람들 제각각마다의 생각도 일어났


다가 사라집니다. 지금 이 순간 마음을 일으켜 말 소리를 알아들으려 하거나 말 소리의 의미를 붙잡


으려 하면 마치 그 말에 해당하는 무슨 일이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그냥 소음과 다름없는 뜻 모를 말들이 지나갑니다.



바람이 붑니다. 오늘은 소나무 가지가 잔잔하게 흔들립니다. 소나무 가지들이 흔들리는 것을 가로막


는 것도 없고, 그것을 흔드는 바람도 특별한 의도(意圖)가 없습니다. 아무런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


석하려는 마음이나 뜻이 없이 소나무 가지들이 흔들리는 것이 자연(自然)스럽습니다.



눈앞, 텅~빈 바탕자리,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사람 사물 사건 사고들이 저절로 드러나고, 발


가락 끝의 가려움도 저절로 드러나고, 가려운 곳으로 손이 다가가 긁고 있고, 이런저런 생각도 일어


납니다. 이런 모든 현상들은 마치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이 흔들리듯이 자연(自然)스럽습니다. 이러한 


모든 현상에는 이 상황을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는 나도 없고, 이 상황을 바꿔보려는 의도(意圖)


도 없습니다.



물론 항상 이렇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오면 문을 닫아야겠다는 생각도 일어나고, 공기


가차가워지면 창문을 닫고 보일러 온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도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들마저 매


우자연(自然)스럽습니다.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마음도 없고, 일어나는 생각을 잡으려는 마음도 없


습니다. 마치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흔들리듯이 생각도 인연(因緣) 따라 일어나고 인연(因緣)이 다하면 


사라집니다. 생각을 따라서 일어나는 행동(行動)도 막힘이 없고 장애가 없어 자연(自然)스럽습니다. 감정


이나 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행해오던 습관대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사람이 없고 판단


할 자가 없습니다. 저절로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으며, 간혹 주인 행세를 하는 자가 나타나더라도  그 자


는 이 현상 밖의 인물이 아니라 의식(意識)의 내용으로 드러나는 실체가 없는 '나' 라고 하는 관념(觀念),


즉 아상(我相)입니다.



정신적인 현상 물질적인 현상 등 이 세상 모든 것은 눈앞, 텅~빈 바탕자리,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에서 이렇게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분별심이건 생각이건 소리이건 사람이건 사물이건 사건 


사고건 사람들이 경험하는 모든 현상, 즉 대상 경계는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이렇게 저절로 


일어나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모든 현상은 너무도 자연(自然)스럽고 이 현상을 가로막을 장애물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간혹 현상들을 붙잡으려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합니다만, 그것 마저도 어쩌면 자연(自然)스


러운 현상입니다. 이런 현상은 무언가 있다고 여겨 대상 경계를 붙잡고 살아오던 습관이 일어나고 있


는 현상입니다. 물질적인 현상 정신적인 현상 등의 이 세상 모든 것이 바람처럼 자연(自然스럽게 일


어났다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포함한 이 세상 존재도 비었고, 삶도 비었습니다. 머물 자도 없고 


머물 곳도 없습니다. 눈앞, 텅빈 바탕자리,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는 머물러 있는 움직임도 없


고, 머물러 있는 사물도 없습니다. 고정불변하는 생각이 없고 고정불변하는 감정이 없습니다. 정신


이건 물질이건 이 세상 모든 것은 미리 이미 정(定)해진 것이 없습니다. 이것을 무유정법(無有定法)


이라 합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무유정법(無有定法)이라 세상 모든 것이 늘 새롭습니다. 미리 정해진 


것이 없는 것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묘(妙)한 깨어있음만 있습니다. 눈앞, 텅빈 바탕자리,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온갖 경험을 하지만 아무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자연(自然)스러움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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