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심이 곧바로 부처다
ㅡ모든 종교는 사랑을 말합니다. 이 세상에 사랑을 말하지 않는 종교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교는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사랑에 그칩니다. 이 세상은 인간만 모여 사는 곳이 아니라 만물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장(場)입니다.
수많은 생명체들이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조화와 균형의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식물과
동물이 없다면 인간도 생존할 수 없습니다. 식물과 동물이 인간들 곁에 있기 때문에 식물 동물 인간이
서로서로 의지하면서 우주적인 조화를 통해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주만물이 함께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이치와는 반대로 현 세계의 실상은 한마디로 무자비합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미국소의 광우병이 어디서 발병한 것입니까? 풀을
먹고 사는 초식동물인 소에게 같은 소의 뼈와 내장을 사료로 먹이기 때문에 소가 미쳐 버린 것입니다.
동양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서양 사람들은 몇 푼의 이익을 더 남기는 데 혈안이 되어서
태연히 저지르고 있습니다. 사람에게도 사람의 시체를 먹게 한다면 미쳐 버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한 요즘 조류독감 때문에 날짐승들이 큰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아직 병에 걸리지 않은 수많은 닭과
오리까지 산 채로 매장하고 있습니다. 인간 중심의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ㅡ자비(慈悲)란 무엇입니까?
자비는 인간에 대한 사랑뿐만이 아니라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 이르는 사랑입니다. 불교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에는 여러 경전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중 <자비경>에 다음의 내용이 있습니다.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하나뿐인 자식을 보호하듯이 모든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심을 일으켜라.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무한한 자비를 실천하라. 위로, 아래로, 옆으로 그 어떤
장애도 원한도 적의도 없는 자비를 실행하라. 서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서 잠들지
않는 한 이 자비심을 굳게 가지라. 이 세상에서는 이런 상태를 신성한 경지라 한다."
ㅡ한마디로 말해 부처란 무엇인가? 자비심(慈悲心)입니다. 자비심이 곧장 부처입니다. 오늘날처럼
살벌하고 무자비한 세상을, 사람이 살아갈 만한 곳으로 바꾸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자비심(慈悲心)이
실행되어야 합니다. 자비의 '자(慈)'는 서로 함께 기뻐한다는 뜻이고, '비(悲)'는 함께 슬퍼한다는 뜻
입니다. 남이 잘되는 것을 서로 함께 더불어 기뻐하고, 남의 고통을 그냥 바라보지 않고 서로 함께
더불어 슬퍼합니다. 자비심(慈悲心)에는 함께 기뻐함과 함께 슬퍼함의 양면성(兩面性)이 있습니다.
- 법정 스님 법문집 < 일기일회(一期一會)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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