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깨달음이라는 열매

장백산-1 2020. 6. 3. 18:14

깨달음이라는 열매   /  릴라

땅에 씨앗을 심어도 그 씨앗이 물, 햇볕, 바람, 양분을 만나지 못하면 싹이 트지 않는다. 씨앗 혼자서
싹이 나는 것이 아니다. 싹이 자라나 줄기를 뻗고 가지를 만들며 잎을 만들어내기까지도 흙, 물, 햇볕, 
바람, 양분 등 이런 인연이 알맞게 갖춰져야 한다. 땅이 너무 메말라도 안되고 제때에 물을 주지 않아도 
안되며 너무 그늘져도 식물은 잘 자랄 수 없다.

마음공부 하는 것을 식물의 성장에 비유한다. 누구에게나 깨달음의 씨앗은 심어져 있다. 그런데도
깨달음의 씨앗을 틔우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알맞은 물, 햇볕, 바람, 양분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과 같다. 
깨닫겠다는 발심(發心)을 하고 알맞은 습도 온도가 되고 양분을 모으더라도, 눈밝은 사람을 만나 법비를 
맞아야 싹이 움튼다. 이 인연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면 식물이 튼튼히 자라 꽃이 핀다. 식물이 성장하는 
과정이 쉽지 않듯이 깨달음의 꽃이 피는 과정도 쉽지 않다.

언제 바람이 불어 마음이 다른 곳으로 흐를지 알 수 없고, 주변 여건이 마음공부에 우호적이지 않아 
언제 어떻게 뿌리가 뽑혀나갈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스스로 마음공부에 굳은 뜻이 
있다면 이 힘으로 마음공부의 인연은 무르익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 순간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심경으로 위태롭게 나아갈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본성(本性), 본래의 마음을 향한 그리움과 간절
함은 다른 여러 악조건을 이겨내게 한다.

식물이 잘 자라서 시절인연이 무르익으면 화려한 꽃이 핀다. 꽃은 깨달음에 비유된다. 세계일화
(世界一花)라고 세상은 한 송이 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본성(本性), 본래의 마음 하나의 일이다. 
그런데 깨달음을 보리과(菩提果)라고 해서 마음공부가 결실을 맺는 일을 식물이 열매를 맺는 일에 
비유했다. 꽃과 열매는 깨달음의 상징이다.

그런데 꽃과 열매 이 둘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꽃은 화려하다. 하지만 연약하다. 식물이 성장하여 
아름다움이 절정에 다다른 것이 꽃이고, 주변도 아름답게 장식한다. 마치 스스로 이 사실이 환하게 
밝아졌을 때 기쁨에 차올라 세상에 경배하는 순간과 같다. 그러나 꽃은 환경의 변화에 예민하다.
꽃은 조건이 달라지거나 때가 되면 시들어버린다. 꽃이 핀 기쁨은 언젠가는 사라진다. 이전에 없던 
새로 생겨난 소식이었다. 아직 견고한 깨달음, 불퇴전의 깨달음은 아니다. 꽃은 아무 생각도 맛도 
느낌도 없는 깨달음은 아니다.

꽃이 핀 기쁨의 잔상이 싹 사라진 곳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열매는 꽃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튼실
하다. 과육이 있어 달콤하고 영양가 있는 양식을 주변에 제공하기도 하며 스스로도 단단한 씨앗을 
갖추고 있다. 열매는 어떤 조건에 놓여도 본성(本性)을 잃지 않는 초연함이 있다. 흔히 꽃과 열매를 
같이 놓고 마음공부에 대해 말 할 때 꽃은 열매가 되기 이전의 소식이다. 아직 꽃에는 성숙한 열매가 
없다. 하지만 꽃이 없다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꽃은 피어나 열매를 맺으면서 제 운명을 다한다. 
꽃은 지는 것을 통해 흔들림 없는 성숙, 열매를 맺는다.


마음이라는 땅이 여러 종류의 씨앗을 품었으니 모든 곳에 내린 비에 모두 싹이 트네.
문득 깨달아 꽃을 생각함이 사라지면 깨달음이라는 열매를 저절로 이룬다. 

心地含諸種 普雨悉皆萌. 頓悟華情已 菩提果自成 .
심지함제종 보우실개맹  돈온화정이 보리고자성

-대감혜능-
 
꽃을 생각함이 다하여야 깨달음이라는 열매가 저절로 열린다. 깨달았다는 생각, 깨달음에 대한 생각이 
다하여야 진정한 깨달음이다. 깨달음의 꽃이 화려하게 피어나 세상을 환하게 밝히지만 끝내 이마저 
사라져야 하는 운명이다. 이 꽃은 그동안의 힘들었던 여정을 모두 함께 데리고 사라진다.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인연으로 성장해왔는지의 이야기를 남김없이 가져간다. 부처의 마음이 다하여야
결실을 맺을 때 부처 아닌 것의 마음은 남아있지 않다. 밝아진 마음이 다하는데 어두운 마음이 남아
있을리 없다. 깨달음이라는 열매에는 진실로 무엇이라고 할 게 없다. 깨달음이라는 열매가 없다. 
모든 것이 자기 생각에 속아 사방으로 이리저리 찾아왔고 추구해왔다. 마음을 내어 시작도 하기 전에 
본래 이미 세상은 완전했다. 여기에는 꽃도 없고 열매도 없고 식물도 없고 사람도 없다. 도의 종언이며, 
자기의 종언이며, 세상의 종언이다. 텅~빈 마음에서 생각만 어지러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했을 뿐이다.
언제나 바로 지금 여기 처럼이다.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니라 텅~빈 바탕자리, 텅~빈 마음에서 허망한 
생각, 허망한 분별심, 허망한 의식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는 향기도 없고 
등불도 없으며 차향도 없다. 쌀의 맛도 빈 맛이며, 결실을 맺은 열매 역시 허공에 그린 그림과 같다.
진실로 줄만한 물건이 없고 받을 자가 없다. 모든 것이 고향으로 돌아가 종적을 감추었을 때 그때 참된 
향내가 나고 차맛이 난다. 이맛이 참된 밥맛이며,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것이다. 본래 이미 이렇게 
밝은 깨달음이라는 열매가 맺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