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분별하는 생각들은 벌건 화로에 떨어지는 한 점 눈송이다. - - 서산대사
천계만사량(千計萬思量) 홍로일점설(紅爐一點雪)
모든 계획들과 온갖 사량하는 분별심들이 전부가 다
뜨거운 벌건 화로에 떨어지는 한 점 눈송이일 뿐이다.
진흙으로 만들어진 소가 물위를 뚜벅뚜벅 걸어가니까
대지(大地)와 허공(虛空)이 함께 무너져내린다.
千計萬思量 紅爐一點雪 泥牛水上行 大地虛空裂
천계만사량 홍로일점설 니우수상행 대지허공렬
- 서산집, 청허 휴정 서산 대사 -
온갖 가지의 분별을 하는 생각들, 사량분별심(思量分別心)은 벌겋게 뜨거워져있는 화로에 떨어지는
한 점 눈송에 불과할 뿐이라는 표현은 이 세상 모든 것들, 일체(一切)를 소멸(消滅)해 버린 절대부정
(絶對不定)의 의식 상태를 표현한 말이다. 이 표현은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의식의 경지로
대기대용(大機大用)의 의식의 경지이며 쌍차쌍조(雙遮雙照)의 의식의 경지이다.
절대부정(絶對不定)의 의식의 경지에는 또한 절대긍정(絶對肯定)의 의식의 경지가 함께 한다. 그래서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에서 다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라는 절대긍정의 경지로 바뀌는
것이다. 이처럼 절대부정의 경지에서 절대긍정의 의식의 경지로 전환되는 의식의 경지를 표현한 말이
“진흙으로 만들어진 소가 물 위를 걸어가니까 대지(大地)와 허공(虛空)이 함께 찢어져서 무너져내린다.”
라고 격(格) 외의 소식처럼 표현했으나, 결코 격(格) 밖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일상의 일일 뿐이다.
그냥 그저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맡고 하는 것일 뿐이다.
누가 나를 부르면 대답하고 누가 나를 꼬집으면 아프다고 소리치는 일일 뿐이다. 그게 이 세상 전부
다인 것이다. 함께 그림자가 생기고 함께 빛을 비추는 차(遮)와 조(照)가 동시(同時)이며, 긍정과 부정이
원융무애(圓融無碍)하게 조화를 이룬 서산(西山, 淸虛, 休靜, 1520~1604) 대사의 선심(禪心)을 표현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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