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법회인유분 (法會因由分) 법회가 열린 이유(금강경)

2. 법회인유분 (法會因由分) 법회가 열린 이유(금강경)


질문하고 답하는 수보리와 세존은 본공(本空) 들어 어떤 상(相)에도 걸림이 없어

빈부귀천 없이 차례대로 집집마다 공양 받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복 지을 기회 주기 위함
수보리가 세존이 대중들의 번뇌 없애주려 하는 마음을 본공(本空) 입장서 보게 돼
분별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없이 무분별(無分別)의 행동 하는 것이 대승심(大乘心)

 

                     인도 쉬라바스티 기원정사의 향실. 부처님께서 ‘금강경’을 설하신 장소로 알려졌다.법보신문 자료사진

이시 세존 식시 착의지발 입사위대성 걸식어기성중  차제걸이 환지본처 반사흘 수의발 세족이 부좌이좌(爾時 世尊 食時 着衣持鉢 入舍 衛大城 乞食於其城中 次第乞已 還至本處 飯食訖 收衣鉢 洗足已 敷座而坐). 그때  세존께서는 공양 때가 되어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들고 사위대성으로 들어가셔서 집집마다 차례로 걸식하신 후 본래의 처소로 돌아와 공양을 드신 뒤 가사와 발우를 거두시고 발을 씻으신 다음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세존께서는 빈부귀천(貧富貴賤)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한 끼에 일곱 집의 공양을 나누어 받으시는 것이 당시의 규율이었다. 그 시절에는 맨발로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으니, 걸식한 음식을 드신 후에 발을 씻으시고 자리에 고요히 앉으신 것은 금강삼매(金剛三昧)에 들기 위함이다. 세존께서 다른 대중과 똑 같이 법의를 입으시고,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집집마다 차별함이 없이 차례대로 걸식(乞食)을 하시고, 거처로 돌아와 발을 씻으시고, 걸식한 음식을 대중들과 균등히 나누어 드시고, 발우(鉢盂)를 펴시고, 고요히 앉으심에 평범함과 예사로움이 떠나지 않으셨으니, 이러한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에게 말없이 교훈을 보이신 것이다.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차례차례 밥을 얻는 것은 무슨 뜻일까? 박복한 중생에게 복(福)을 심을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빈자(貧者)에게 밥을 빌어 복을 심어 주는 기회를 주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부자에게도 복을 심을 기회를 주는 것은 왜일까? 부자에게 지금은 잠시 복이 있어 부자로 사는 기회를 가졌으나, 그 인과(因果)에 의해 얼마 후 다시 가난함을 면치 못하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므로, 나중을 위해서 부자에게도 복을 심어 주기 위함이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높고 낮은 곳,더럽고 깨끗한 곳을 가리지 않고 빛의 혜택을 평등하게 베풂과 같이, 세존이 대중에게 복을 심어주는 자비심도 그와 같은 것이다. 세존께서 행위하는 모든 행동모습에는 무슨 뜻이 있을까? 여기에는 대개 마음을 깨친 사람이 마음을 깨치지 못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입으로 전하고 입으로 받게 하는 방법이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하는 말을 따라하게 하는 것과 같다. 둘째, 입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받게 하는 방법이니 강의 설법 법문 등이다. 셋째,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고 따라하게 하는 방법이다. 훈련과 실습을 통하는 방법과 같다. 넷째, 마음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받게 하는 방법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방법이다. 이로써 세존께서 움직이시는 모든 행동은 그 자체가 법(法)이요, 가르침이시다. 세존께서 행하는 방법에 어떤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

 

첫째, 백천다라니주(百千陀羅尼呪)를 친히 소리 내셔서 중생들이 받아 외우게 함으로써 필경에는 중생들이 깨달음을 이루게 하심이니, 이것이 입으로 전하고 입으로 받게 하는 방법이다. 둘째, 팔만사천법문(八萬四千法門)을 친히 설하시어 미혹한 중생이 귀로 들어서 마음을 깨치게 하심이니, 이것이 입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받게 하는 방법이다. 셋째, 부처님께서 중생의 몸으로 태어나셔서 생노병사하는 사문(四門)을 유관(遊觀)하시고 출가(出家)하시어 성불(成佛)하시고 열반(涅槃)까지 보여주심은,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을 본받아 배우게 하심이니, 이것이 몸(행동)으로 보여주고 따라하게 하는 방법이다. 넷째, 마음으로써 마음을 전한 삼처전심(三處傳心)이다.

 

삼처전심의 첫 번째는, 중인도(中印度)에 있는 비사리성(毘舍離城) 북서쪽에 있는 다보탑(多寶塔) 앞에서 부처님은 앉아던 자리 절반을 가섭(迦葉) 존자에게 내주셨다. 이것이 첫 번째 마음을 전한 다자탑전분반좌(多子塔前分半座)이다. 두 번째는, 영취산(靈鷲山)에서 설법을 하실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는데,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꽃송이 하나를 들어 보이자 가섭존자만이 빙그레 웃었다. 이에 부처님은 “묘(妙)한 법(法)을 가섭에게 전한다”고 선포하셨다. 이 모습을 그린 것이 영산회상거염화(靈山會上擧拈花)이다. 이 그림을 염화시중(拈華示衆) 또는 염화미소(拈華微笑)라고도 한다.세 번째는, 부처님께서 쿠시나가라성(拘尸羅城) 사라쌍수(沙羅雙樹) 아래서 열반(涅槃)하실 때, 가섭존자가 너무 슬픈 나머지 부처님 관(棺) 주위를 세 번 돌고 세 번 절하자, 관 속에 있던 부처님이 두 발을 밖으로 내밀어 보이셨다. 이를 사라쌍수곽시쌍부(沙羅雙樹槨示雙趺)라 한다. 이렇게 세 번에 걸쳐서 부처님께서는 마음으로 마음을 전하셨다. 

선현기청분(善現起請分 - 수보리가 법을 청함)

시 장로 수보리 재대중중 즉종좌기 편단우견 우슬착지 합장공경 이백불언 희유 세존 여래 선호념제보살 선부촉제보살(時 長老 須菩提 在大衆中 卽從座起 偏袒右肩 右膝着地 合掌恭敬 而白佛言 希有 世尊 如來 善護念諸菩薩 善付囑諸菩薩). 이때 장로 수보리가 대중과 함께 있다가 일어나 오른쪽 어깨에 가사를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어 합장하며 공손히 부처님께 말씀드리기를, “희유하십니다, 부처님이시여 세존 여래께서는 모든 보살들을 잘 보살펴 주시고 염려하시며, 모든 보살들에게 잘 당부하시고 잘 부촉하십니다.”

 

부처님, 세존, 여래께서는 고요히 앉아 계시기만 하셨는데, 수보리 존자가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라고 감탄을 하며 질문한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수보리(須菩提) 존자(尊者)는 이미 해공제일(解空第一) 즉, 이 세상 모든 것이 공(空)함을 잘 아시는 분이다. 그러함에 부처님의 32상 80종호가 이미 공(空)하여 없었다. 부처님의 모습 즉, 32상 80종호는 더 이상 붙일 것이 없는 완전한 모습, 즉 본공(本空)을 뜻한다. 세상 모든 것이 철저히 공(空)하고 공(空)하면 이것이 완전한 본공(本空)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일체의 모습인 상(相)은 공(空)의 근본처(根本處)라 할 것이고 이 세상 모든 것의 근원지(根源地)가 된다. 상(相)이 없고 이 세상 모든 현상이 없으면 공(空) 또한 없을 것이니 이를 일러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 하여 색(色,상,相))이 즉 공(空)이고 공(空)이 즉 색(色)이라 함이다. 

 

따라서 수보리 존자의 공(空)한 눈에 비친 공(空)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므로,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다. 이때 수보리가 본공(本空)의 입장에서 보니, 부처님은 이곳에서 1,250인의 대중들을 이시(以時)의 이때에 넣어 놓으시고, 그들의 허망한 육신, 생각, 느낌 감정, 욕망 욕구, 분별 망상 번뇌와 소승(小乘, 작은 깨침)을 녹여 없애려 하시는 마음을 본 것이다. 곧 본공(本空)의 체(體)가 움직여 작용을 하는 용(用)을 일으키시는 것을 보았다. 즉, ‘이러히’ 하시는 것을 본 것이다. ‘금강경’과 같이 세존께서 중생을 잘 호념(護念, 중생이나 간절히 깨달음을 기원하는 이들을 옹호하고 보살피며 깊이 사랑해 주는 것)하시며 부촉(咐囑)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 수보리 존자로서는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를 아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에 세존께서는 금강처(金剛處)를 대중에게 말씀하시려 자리에 앉으셨고 부처님이 하시는 이 법문을 들을 1,250인 대중들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고 멈추었다. 여기서 한번쯤 살펴보고 가야 할 것은, 세존과 수보리 존자는 이미 본공(本空)에 들어 계심으로 어떠한 상(相)에도 걸림이 없으시다. 즉, 세존께서는  모든 시비  분별(分別) 비교 판단 해석을 떠나 계시므로 우리가 생각하는 그 어떤 느낌 감정 생각 상상 욕망 욕구 인식과는 전혀 무관하시다. 그야말로 상상불허이다. 다만, 부처님이나 수보리를 보고 무슨 상상을 하거나 어떤 감정을 갖더라도 그것은 순전히 보는 이의 업으로 그려낸 상(相)이라 할 것이므로, 적어도 공(空)과 색(色)을 잘 이해해야 한다. 

 

“세존이시여 선남자 선여인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 응운하주 운하항복기심”(世尊 善男子 善女人 發阿縟多羅三貘三菩提心 應云何住 云何降伏其心). “세존이시여, 선남자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니 마땅히 그 마음을 어떻게 머물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시켜야 하오리까?”

 

이 구절에서는 세존(世尊)께서 중생이 부처나 보살을 마음에 잊지 않고 염송(念誦)하며, 잘못된 분별 번뇌 망상(妄想)을 일으키지 않게 하시고, 복을 닦는 중생이나 간절히 깨달음을 기원하는 중생들을 옹호하고 보살피며 깊이 생각해 주시는 호념(護念)과, 더불어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중생들의 깨달음을 잘 부탁하여 이르시며, 불법(佛法)이 후세에 잘 전달되어 영원하도록 부촉(咐囑)해 주신 그 결과가 어떠한 것인가를 수보리 존자가 이어서 여쭙는 광경이다. 또 부처님께서 중생들을 호념(護念)해 주신 결과로서, “깨달음이 없던 중생들에게 최상의 깨달음, 즉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뜻이 무엇인가를 알게 하시고, 깨닫겠다는 마음을 일으켜 주셨습니다” 하고, 부처님의 중생을 위한 호념(護念)하심과  부촉(咐囑)하심이 이제 발효되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는 장면이다.

 

그리고 수보리 존자는, 대중이 이렇게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마음을 어떻게 머무르게 할 것이며, 어떻게 안과 밖 장애로부터의 유혹을 항복 받을 것인가를 겸하여 여쭌 것이다. 이 질문은 최상의 깨달음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알게 되었다고 하여 아직 마음을 깨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소승(小乘)의 마음에 만족했던 대중들이, 부처님의 호념부촉(護念咐囑)하신 은덕으로 소승의 마음을 버리고 대승(大乘)의 마음으로 돌아왔다는 것에 아직까지 그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을 안팎의 장애로부터 항복 받는다는 것은 어떠한 것인가? 마음을 안으로는 항복을 받는다는 의미는, 대승심(大乘心)을 놓치지 않고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요, 밖으로 마음을 항복을 받는다는 것은 대승심(大乘心)을 망각하게 하려는 무수한 망상(妄想)과 온갖 경계를 영원히 굴복시키는 것이다. 즉, 일반적으로 내가 무엇을 꼭 이루겠다고 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일 진데,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해야지 하는 마음은 곧 분별심(分別心)으로서, 설사 원하는 일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기쁨과 즐거움, 만족한 마음이 드는 순간, 곧바로 인과(因果)가 생기게 되어 거기에 따르는 분별심인 슬픔과 괴로움, 불만족이라는 과보(果報)가 남아 곧 다가올 것이니, 이같은 마음은 결코 대승심(大乘心)이 아니다. 

 

따라서 무분별심(無分別心)으로써 분별심(分別心)을 항복받는 것이 대승심(大乘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안으로 대승심(大乘心)을 놓치지 않고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는 곧, 수많은 억겁(億劫)에 걸쳐 좋고 싫은 분별심(分別心)으로 쌓이고 쌓인 업장(業障)을 완전하게 멸(滅)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승(小乘)은 이같은 말씀을 곧바로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 분별(分別)하지 말자고 결심한다 하여 분별심(分別心)의 업(業)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니, 분별심(分別心)이라는 업장(業障)이 완전히 소멸되어 분별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까지도 하지 않고 곧 바로 무분별심(無分別心)에서 하는 행동으로 실행되는 경지를 대승심(大乘心)이라 한다. 

 

따라서 밖으로 온갖 분별 번뇌 망상과 경계의 유혹을 항복 받는다는 의미는, 어떤 상황과 인연을 만나더라도, 어떤 것을 보고 듣고 신구의(身口意-행동, 말, 생각) 삼업(三業)을 겪더라도,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의 고락시비(苦樂是非)하는 분별심(分別心)을 단 한 순간도 일키지 않으며, 여여(如如)하고 평안한 마음을 항상 유지하는 것이 분별심(分別心)으로부터 항복을 받는 것, 즉 해탈이 되는 것이다. 수보리 존자가 바로 이 구절을 질문하는 까닭이니, 부처님은 이미 말없는 말로서 대중에게 최상의 깨달음, 즉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縟多羅三貘三菩提)를 호념(護念)하기고 부촉(咐囑)하고 계신 것이다.

진우 스님 조계종 교육원장 sansng@hanmail.net

[1617호 / 2022년 1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