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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발심을 하는 것과 안하는 것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불이법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요?

장백산-1 2024. 1. 12. 14:43

[질문] 발심을 하는 것과 안하는 것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불이법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요?

[답변] 불이법에서 볼 때는 발심을 하든지 안 하든지 지금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완전한 부처입니다.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을 느끼고, 깨달아서 아는 이 모든 능력이 부처의 작용입니다.
부처라는 단어도 거창하고, 그저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가 전부 다일 뿐입니다.

말 한 마디 했다 하면 그것은 부처의 작용에 어긋납니다. 불이법에서는, 유마거사가 침묵했듯이, 한 말도 꺼내기 어렵습니다.
중생의 특성은 분별심, 즉 의식으로만 분별을 해서 세상을 이해합니다. 의식, 분별심은 대상을 둘로 나누어 놓고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즉 중생은 의식으로 대상을 분별해서 아는 것 외에는 대상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방편을 일으켜, 방편으로 불이법을 가르치는 스승 또한 일단 둘로 나누어 놓고 설명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교의 모든 경전은 전부가 다 방편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파라미타, 바라밀다라는 것이 곧 차안의 '이 언덕'에서 피안의 '저 언덕'으로 간다는 뜻이거든요. 그런데 이 언덕과 
저 언덕은 따로 없습니다. 그러나 중생들의 분별심을 이해하기에, 그 의식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방편을 내어 금강경, 반야심경 등에서는 파라미타(바라밀다)를 설명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다 제켜놀고 발심도 하지 않는다면 이 공부의 원동력이 사라집니다. 발심은 단순히 괴로움에서 벗어나겠다고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교 공부는 해도 안 되고, 하지 않으면 더 안 되는 공부라고도 합니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무위법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해서는 안 되지요.

모든 것을 하되 함이 없이 하면 됩니다. 집착없이 발심하면 됩니다.
너무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고, 다만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발심해 보세요.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