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하나’다
이 우주 전체가 오직 ‘하나일’뿐이라면, 그 누구와 싸울 것이고, 그 누구와 다툴 것인가? 너와 내가 둘로 나뉜 것이 아닌 하나라면 상대방에게 행하는 짓이 곧 나에게 행하는 짓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은 곧 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다. 상대방을 돕는 것은 곧 나를 돕는 것이다. 너와 내가 사실은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둘이 아닌 불이법의 차원에서 보면 모든 것이 무쟁삼매인 것이다. 다툴 것이 없는 삼매가 무쟁삼매이다. 그 누구와도 다투지 않고, 그 누구의 것도 욕심내지 않고, 그 누구도 질투하지 않으며,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내가 미워하고 사랑하며, 욕하고 질투하던 그 모든 대상이 사실은 나이기 때문이다.
너와 내가 참된 하나이며, 이 우주 전체가 둘이 아닌 하나라면, 무엇을 욕심내고 집착할 것인가? 전혀 무언가를 가지려고, 소유하려고 집착할 필요가 없어진다. 모든 것이 바로 나 자신으로써 하나라면 전혀 부족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소유하려는 것들이 바로 나와 다르지 않은 하나인데 무엇을 소유하려 들 것인가?
소유하려는 관념 속에는 ‘나’와 ‘내 것’이 둘로 나누어져 있어야만 가능한 개념이다. 나와 내것 모두가 둘이 아닌 하나인데 무엇을 소유할 것이고, 무엇이 부족할 것인가? 하나일 때는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고, 그 어떤 것을 소유함으로 인해, 혹은 무언가를 얻는 것을 통해 완전해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명예, 권력, 물질, 소유물, 사랑, 사람 그 모두가 전부 나 아님이 없는 둘이 아닌 존재인데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그것이 바로 나이니 따로이 나를 얻으려 할 것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그 ‘하나’를 ‘나’라고 표현한다면, 이 우주에는 단 하나의 티끌 조차도 ‘나’ 아닌 것이 없다. 그러니 그 무엇도 얻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 완전하고 충만할 뿐이다. 온 우주가 둘이 아닌 하나이기에, 이 우주에는 전혀 부족할 것이 없는 것이다. 내가 도착해야 할 어떤 목적지도 없다. 도착해야 할 그 자리가 바로 지금 여기 이 자리리 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욕망하며 도달하려고 애써왔던 최종의 목적지가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이다.
예외 없이 누구도 단 한 발자국도 옮길 필요가 없다. 진리를 찾아 히말라야며, 온 우주를 다 찾아 헤매고 다닐지라도 사실은 단 한 발짝도 옮기지 않은 것이다. 언제나 지금 이자리에 있을 뿐이다. 이것을 일러 선에서는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고도 하고, 당처(當處)라고 한다. 어딜 가나 언제나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일 뿐인 것이다.
언제나 우리는 완전한 완성의 자리, 부처의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다. 단 한 순간도 부처의 자리를 벗어난 적이 없다. 생각, 분별심, 망상이 그부처의 자리에 없다고 착각하고, 둘로 나뉘어 있다고 분별했을 뿐이지, 그 생각 분별심 망상만 없다면,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완전하지 않은 때가 없다. 부처가 아닌 적이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꿈 속에서나 기도 중에 부처님을 친견했다거나, 오대산에서 지장보살을 친견했다거나, 부처님 성지에서 가피를 입었다거나, 적멸보궁에서 진신사리를 친견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사실은 내가 부처를 본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마주한 것일 뿐이다. 친견한 부처 또한 나 자신이며, 입은 가피가 따로 없고, 친견한 진신사리 또한 언제나 지금 내 안에 오롯이 있었던 것일 뿐이다. 새로이 발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언제나 있는 것만이 계속 있을 뿐이다.
언제나 이 하나의 진실, 하나의 마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을 대승기신론에서는 ‘일체경계 본래일심’이라고도 했고, 법화경에서는 일승법이라 했다. 이 하나의 자리에서는 그 어떤 분별도 붙을 자리가 없는 것이다. 이 하나에 모든 분별을 녹아내리게 하라.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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