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3

이어령 선생님 - - 최재천

이어령 선생님 - - 최재천 2006년 이화여대에 처음 둥지를 틀었을 때 일이다. 무슨 까닭인지 6개월이 지나도록 주문한 실험 기기가 들어오지 않아 연구를 시작할 수 없었다. 석좌교수라는 타이틀을 50대 초반 너무 이른 나이에 얻은 터라 행동거지를 각별히 조심하던참이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연구처장실을 찾았다. 자초지종을 보고하던 관재과장의 답변은 참으로 뜻밖이었다. 이어령 교수님의 후임으로 오신 분이라 실험 기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학의 공식 표명은 없었지만 학내에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교내 행사에서 이어령 선생님을 만났다. 이화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내 손을 꼭 쥐어 주셨다. 선생님은 인문학자이고 나는 과학자이지만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식을 두..

따스한 ‘눈물 한 방울’

따스한 ‘눈물 한 방울’ 얼마 전, 죽음을 목전에 둔 어느 노문화 학자가 ‘눈물 한 방울’을 떨구었다고 한다.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며 스스로 영정사진도 찍었다 한다. 지인들 앞에서 (췌장암 투병 중인) 그분이 떨군 ‘눈물 한 방울’은 행복의 눈물이었을까, 고통의 눈물이었을까. 희망의 눈물이었을까, 회한의 눈물이었을까. 그분이 떨군 ‘한 방울의 눈물’처럼 행복과 고통은 동전의 두 얼굴이다. 뒤집으면 고통이지만, 되돌리면 행복이다. 행복이 행복인 것은 고통이 없어서가 아니라 고통이 있기 때문에 행복인 것이다. 행복은 말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천으로 이루어진다. 실천했을 때 진정한 행복은 온다.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그래서 고통스러웠을 때의 고통을 잊지 않는다. 온 세계를 고통에 빠뜨리고..

세밑, 영정사진을 찍었다.. 이어령 "죽음 코앞까지 글 쓸 것"

세밑, 영정사진을 찍었다.. 이어령 "죽음 코앞까지 글 쓸 것"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조선일보 입력 2021.01.02. 03:04 수정 2021.01.02. 10:11 [아무튼, 주말] 병상 낙서를 詩로.. 코로나 이길 특효약.. 영정사진을 찍다 #암 투병 중인 노(老)학자가 마루에 쪼그려 앉아 발톱을 깎다가 눈물 한 방울을 툭, 떨어뜨렸다. 멍들고 이지러져 사라지다시피 한 새끼발톱, 그 가여운 새끼발가락을 보고 있자니 회한이 밀려왔다. “이 무겁고 미련한 몸뚱이를 짊어지고 80년을 달려오느라 새끼발가락 니가 얼마나 힘들었느냐. 나는 왜 이제야 너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냐.” #햇볕 내리쬐던 가을날, 노인은 집 뜨락에 날아든 참새를 보았다. 어릴 적 동네 개구쟁이들과 쇠꼬챙이로 꿰어 구워 먹던 참새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