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 대부 - 사이비 이론의 화려한 부활, 종부세 |
번호 166744 글쓴이 뭉게구름 조회 1172 누리 417 (417/0) 등록일 2008-9-25 22:22 | 대문 15 추천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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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이론의 화려한 부활 (한겨레 / 이준구 / 2008-9-26) 한 무명 경제학자가 종이 냅킨 위에 그린 그림이 레이거노믹스에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래퍼곡선이라고 하는 이 그림은 세율을 내리면 조세수입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세율 인하가 경제를 활성화시켜 세원을 더 크게 만들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줄기차게 감세를 부르짖어 오던 레이건으로서는 천군만마의 힘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레이거노믹스가 거품이었던 것이 드러남에 따라 래퍼곡선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그리고 래퍼곡선이 기반을 두고 있는 이른바 공급중시 경제학에 대한 신뢰도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경제학 교과서 어느 것을 펴놓고 보아도 공급중시 경제학을 진지하게 다룬 사례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시류를 타고 한때 반짝한 사이비 이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사망선고가 내려진 지 20년이 넘은 이 사이비 이론이 태평양 너머 한국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세가 경제를 살리는 묘방이라도 되는 양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그 부활의 주역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 경제가 또 한 번 이런 사이비 이론의 시험대가 되려 한다는 사실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정부는 이번에 취한 감세정책이 대폭적 투자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그런 자신감을 갖게 되었는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나는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 증가를 가져왔다는 믿을 만한 분석결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경제학계에서는 심지어 법인세의 성격이 과연 무엇이냐에 대해서조차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내기를 한다면 법인세율 인하의 투자촉진 효과가 별로 없다는 데 자신 있게 걸 용의가 있다. 현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머뭇거리는 결정적 이유가 다른 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엄청난 현금을 깔고 앉아 있으면서 대통령의 읍소에도 꿈쩍 않는 이유가 무거운 법인세 부담에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이것은 대답할 가치조차 없는 의문이라고 생각한다.
상속세 깎아준다고 중소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리라고 기대하는 것 역시 엄청난 오산이다. 그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죽어버린 소비심리, 좁디좁은 대출창구, 그리고 널뛰는 환율이다. 상속세 부담에 대한 두려움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주원인이라는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도 한참 동떨어져 있다.
특히 지금처럼 시스템 그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감세가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하는 격이 될 수 있다. 감세정책은 시스템이 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만 기대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감세정책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정부는 또 핑계를 댈 거리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수를 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결국 이번의 감세정책은 부자들만을 위한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는 중하위 소득계층에도 감세의 혜택이 돌아간다고 강변하지만, 그 크기는 고작 떡고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2006년에 상속세를 한 푼이라도 낸 사람은 0.7%에 불과한데, 감세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이 최상위 소득계층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 감세정책으로 미미하기 짝이 없는 우리 조세제도의 재분배 기능은 한층 더 약화되고 말았다. 한 번 내린 세금을 다시 올리기 힘들기 때문에 나중에 바로잡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경제 살리기 효과도 의심스러운 정책 탓에 두고두고 안고 가야 할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부작용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대가가 너무 클 것 같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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