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치병 소년의 소원과 골드만 삭스 사장의 소원
이제 이틀 후면 미국 명절인 추수감사절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가끔씩 미국 영화 속에서나 보던 명절이 이제는 저희 가정에도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국 생활 초기에는 기반을 잡으신 교민들 가정에 초대를 받아가서 한국 닭보다 5~6배는 더 커 보이는 칠면조의 다양한(?) 부위를 무슨 희귀한 음식 맛 보듯이 먹던 것이 이제는 추수감사절 며칠 전에 칠면조를 준비해서 식구들과 알아서 챙겨 먹는 분위기로 바뀌었죠.
아마 아래 소개해 드릴 뉴스를 접하지 못했다면, 올해는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쁜 추수감사절로 기록되는 기간이 되었을 것 같군요. 아주 골치 아픈 일이 두 가지나 겹쳐서 연말까지는 혼이 쫙 빠져있게 생겼으니까요. 그런데 점심 시간에 야후 뉴스를 클릭한 순간 화면 상단에 뜬 이 뉴스를 무심코 접하며 생각이 확 바뀌게 되었습니다.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소년의 마지막 소원 – 노숙자들에게 먹을 걸 좀 가져다 주세요" ☜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한 꼬마의 마지막 소원이 추수 감사절을 코 앞에 두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미국에는 Make A Wish Foundation: 소원 들어주기 재단 (http://www.wish.org/) 이라고 불치병에 걸린 아이들에게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걸 돕는 단체가 있답니다. 보통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아이들은 꿈에만 그리던 큰 선물을 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한 연예인과 한번 만나고 싶다는 소원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런데 오늘 소개해 드릴 시애틀에 사는 '브랜든'이라는 이 꼬마는 11살의 나이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 겁니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노숙자들을 봤어요. 이들에게 뭔가 가져다 줘야만 하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들은 아주 배고플 거에요."
이 방송이 전파를 타고 나간 뒤에 미국 전역에서 Food Drive라고 주로 노숙자들이나 가난한 이들에게 먹거리를 기부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게 되었고 엄청난 액수의 모금이 이루어지고 있죠. 저 역시 이제는 기력이 없어 침대에 기대어 눈을 감은 채 이야기하는 브랜든의 모습에 연민의 정과 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올 한 해 내가 얼마나 많은 축복 속에서 살았고 감사할 일들이 넘쳤는지에 대해 반성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링크를 달아 놓은 동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먹거리 기부에 열심인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서민들입니다. 현재 미국은 극심한 불경기에 다들 몸을 사리는 판국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브랜든 소년의 소식에 먹거리 기부 대열에 동참하는 마음이 따뜻한 많은 이들이 있죠.
오늘 출근길에 제가 즐겨 청취하는 NPR 라디오 다이안 레임쇼☜에서 한 청취자가 이런 불평을 내 놓더군요. "정부에서 수천억 달러의 구제 금융 자금을 시장에 퍼 붓고 있는데 왜 바뀌는 것이 하나도 없는지.. 도대체 난 열심히 일한 것 밖에 없는데 내 주변 상황은 왜 이렇게 나빠지기만 하는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그 돈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건지…."
사회를 보고 있던 다이안도 평소와 다르게 흥분한 목소리로 참석한 패널들에게 거의 질타에 가까운 불평을 하더군요. 정말 이 돈들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 건지.. 서민들에게 혜택이 가기는 가는 건지…
불치병으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소년의 따뜻한 소망이나 아니면 다이안 레임쇼에서 염려하는 것처럼 서민들에게는 춥디 추운 겨울만 될 건지…… 저 역시 염려도 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각종 경제 정책이 과연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단기간에 해결해 줄지에 대해서 확실한 믿음이 없는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히 아는 건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는 이야기 하나 하죠.(Goldman Sachs CEO, six leaders give up 2008 bonuses 2008-11-16 AFP ☜)
얼마 전에 미국의 유명한 금융회사인 골드만 삭스의 최고 경영진 7명이 올해 보너스를 받는 걸 자진해서 포기한 것이 꽤나 유명한 뉴스거리가 되었습니다. 어려운 경제 사정 속에 회사의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한 걸로 보이시나요? 언뜻 보시면 그렇게 생각이 들 수도 있으시겠지만……
정말 깨지 않습니까? 작년까지 회사 고위직들에게 흥청망청 막대한 보너스를 주던 회사가 사정이 어려워지니 이제는 회사가 져야 할 부담을 냉큼 정부에 떠넘겨 버리는 모습이. 이런 도덕적 해이가 가능한 이유 중에 하나는 현재 미국 재무부 장관인 헨리 폴슨이 예전에 골드만 삭스의 최고 경영자였던 인연도 있을 겁니다.
이익의 사유화 그리고 부담의 공유화라고 하던가요?
현재 똘똘한 새 미국 대통령 후보가 열심히 미국을 살려 보겠다고 뛰는 와중에도 저렇게 이익이 생기는 건 내 꺼… 하지만 부담을 져야 하는 건 정부 꺼.. 라는 식의 행태가 백주 대낮에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죠. 합법적으로 말이죠.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다이안 레임이나 아니면 그녀의 토론쇼에 전화를 건 청취자가 느끼는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이런 느낌 뒤에는 저런 경제적 정치적 모리배들이 경제 위기를 이용해서 한몫 보는 행위가 똬리를 틀고 있는 거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국제 경제 환경이 너무나 어렵게 바뀌고 있습니다. 하긴 누군들 국제 경제 사정이 이렇게 바뀔 줄 예측했겠습니까? 그러니 747같은 예전 공약 지키라고 윽박지를 맘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제 위기 속에서 소위 위기 극복을 하는 척(?)하며 위에 언급한 골드만 삭스의 경우처럼 이익의 사유화와 부담의 공유화를 뒤에서 열심히 추진하지는 않는지 많이 염려가 됩니다.
각종 감세 정책이나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규제 완화 조처들이 정말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라고 생각이 드세요? 아니면 지난 거품 경제 시절 흥청망청 대던 배부른 이들이 이제는 마땅히 져야 할 부담을 서민들에게 대신 공유시키는 정책이라고 생각이 드시나요?
며칠 남지도 않은 11년의 삶을 정리하는 소년조차 배고픈 이들을 염려하는 맘이 있습니다. 작년 말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이명박 대통령 입에서 배고픈 이들을 염려하는 발언을 들은 기억이 거의 없네요.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발언으로 열심히 돈 있고 힘 있는 양반들 챙겨주는 모습이 이번 경제 난국을 타개해 나가는 지름길인지 저는 너무 너무 염려가 많이 됩니다.
흠….
나라 염려는 염려이고… 아무튼 브랜든 소년의 소원을 보며 올 한 해 내가 누렸던 수 많은 감사할 일들을 다시 찬찬히 되뇌며 주변의 어렵고 배고픈 이들에게 따뜻한 눈길이나마 한번 나눠줄 수 있는 연말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사족: 한동안 바쁜 일이 생겨서 글을 쓰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제가 즐겨찾는 해바라기C님의 블로그에 "돈의 가치"라는 포스팅이 올라 왔습니다. 그 포스팅과 오늘 글의 주제가 된 불치병에 걸린 한 소년의 소원이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그만 파계를 하고 말았습니다. 해바라기C님의 포스팅에 링크를 달아 봅니다.
※ 블로그 링크: http://crete.pe.kr/6307
ⓒ Crete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조중동문의 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노 전 대통령측 “노건평씨 전화 받은 적 없다” (0) | 2008.11.27 |
---|---|
[스크랩] '뻥튀기 예산' 말로만 "작은 정부" (0) | 2008.11.27 |
"라면 논술'의 정수와 떡찰 그리고 조중동 (0) | 2008.11.27 |
좆선일보(좆죽은신문)...창작의 노력은 가상타만....다 들통나 버렸네... (0) | 2008.11.27 |
'이메르박(2MB)', '미네르바' 예언이 정권퇴진 운동으로??? (0) | 2008.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