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감옥에 가고 사형 당하고 고문 당할 때, 독재자의 편에 섰거나 방관했던 사람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초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 정부 신년하례식에서, “작년 1년 동안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져 악몽을 꾸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며 △민주주의 △경제 △남북관계 세 가지가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5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쟁취한 민주주의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을 거치며 이제 반석 위에 올랐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민주주의가 큰 도전을 받고 20~30년 전으로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강권정치나 억압정치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촛불집회에서 나타났듯이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경제 위기에 대해서는 “금융기관과 기업은 건전한 편이므로, 밑바닥에서 고통받는 가난한 사람들, 서민, 비정규직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소비가 늘어나고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는 건전한 은행과 기업을 넘겨 받은 데 대해 전임자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은 레이건에서 부시까지 시장의 규제를 완화하고 부자에게 감세 혜택을 줘 일자리를 만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썼지만 그러다가 경제가 실패했다”며 “오바마는 부자가 아니라 서민계층을 집중 지원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고 하는데 그래서는 안된다”며 “특별법을 만들어 지위를 항구적으로 보장하고 정부예산으로 급여를 보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