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왜 언론이 저들의 손에 들어가면 안되는지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어제 보신각 타종식(?)을 난생 처음 남편과 구경하러 나갔습니다.
지난 며칠간 아이들의 연이은 감기로 마침내 저까지 감기몸살이 들어
실은 집에서 쉬어야 함에도 링거를 연이틀 맞으면서 몸을 추스렸습니다.
웬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는 편이지만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죽어도 31일엔 보신각에 나가고야 말거야'이런 정신력과 약물의 힘을 빌리고 옷
은 거동이 둔할 정도로 끼어 입는 중무장 상태로 지하철을 탔습니다.
한편 저희 부부가 활동하는 민주시민카페 회원들과도 지하철역서 합류를 했는
데 다들 옷차림부터가 예사롭지 않았고 누군가의 말처럼 '쥐새끼 묻으러 삽들고
나가자'는 결연한 의지를 가는 도중 불태웠습니다.
광화문 지하철역에 내리니 언론노조 회원들이 '한나라당은 해체하라...' '언제나
싫은 친구 mb씨 재벌방송' ,''한나라당은 재벌방송','재벌방송 조중동 방송 절대
안돼!' 등의 피켓과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그 잘난 경찰청장께오서 일반 시민들과 시위대를 구별하겠다는 무시무시한 경
고를 한지라 저는 마치 독립운동을 하는 독립투사처럼 모든 전단지를 품속에
넣고 지퍼를 올렸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할까 하다가 혹시 잡혀갈까봐 (아직 이 법은통과가 안되었다더군
요.)망설였더니 남편은 "자꾸만 쥐새끼가 원하는 국민이 되어 가는거 같다"며
소심한 저를 비난했는데요 저도 모르게 이 공안정국에 순치당하고 있음에 놀
랐습니다.
청계광장을 지나 종각쪽으로 올라갔는데 길목 곳곳에서 언론노조 회원들이 '난
~언론장악 ,mb악법 반대할 뿐이고...'가 찍힌 연필을 나눠주고 있더라구요.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그들의 결연한 모습이 순간 감동으
로 다가왔습니다.
요며칠간 실망스러운 언론인의 자세를 보여준 kbs의 젊은 기자들도
늦었지만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현수막에 내걸고 매서운 칼바람과 맞서는 모습
이 눈에 띄었습니다.
종각 지하철역사 안으로 들어갔더니 대학생들이 새해의 소망을 외치고 있더군
요 .그들의 소망이 어찌나 소박하던지..겨우 대통령 선거 다시 하는거라니...원
보신각이 바로 눈앞에 보였건만 어찌나 경찰이 많은지 아예 보신각 주변에는 접
근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인파들이 하나같이 '독재 타도 명박퇴진'을 외치는 참으로 오랫만
에 만나는 모습에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지난 6월 이후 시민의 힘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각하여 정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하지만 우리 카페 회원분들의 평균연령이 45세 임을 감안할 때 힘을 비축하여
보신각 타종에 대비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제안으로 잠시 빵집에 들어가 11시
까지 몸을 녹였습니다.
11시가 되자 kbs뉴스부터 대형 뉴스 판으로 제공이 되었는데 이때 mb의 얼굴이
잠시 나오자 사람들은 하나같이 '재수없어~' 를 외쳤습니다.
11시30분부터 이곳에서 타종식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니 이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tv화면에 나오겠구나 하는 순진한 마음으로 카운트다운을 기다렸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의 멘트시,노래와 노래가 끝난 시점,등 틈나는대로 우리는
'이명박은 물러가라','한나라당 해체하라'를 목이 터져라 외쳤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화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어떻게 현장의 그 많은 사람들의 손피켓과 노란 풍선 등이 한 장면도
노출되지 않고 있는지
우리는 정말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보신각 바로 앞에는 동원된 알바 인력인지 아니면 프로그램에 초청된 가수들의
철없는 팬들인지 백명 정도의 인원만 들어가 있었는데 이들만 화면에 내보내고
경찰뒤쪽의 수많은 인파들의 모습은 단 한컷도 잡지 않았습니다.
프로그램의 절정이었던 타종식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나오자 '우~"하는 야유를
있는 힘껏 보냈지만 방송기술상 어떤 조작을 하는지 tv화면에서 오디오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무얼 어찌 해보겠다고 나간 자리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생방송을 방해(?)하여
국민들의 목소리를 100분의 1아니 1000분의 1이라도 전달하고자 했지만
역시 우린 아마추어였고 저들은 프로였던 것만 확인하고야 말았습니다.
어차피 국민의 소리에는 귀닫았고 아무리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도 mb일당은
흔들림없이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거 라는 생각을 하니 새해 첫날부터
마음이 몹시 무겁습니다.
어제 타종식 행사를 무사히 치른 어청수는 또 칭찬을 받겠지요.저는 못봤는데
어제 타종식에도 나왔다 하더라구요.타종식이 끝날 무렵 종로경찰서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는데 '일찍 가정으로 돌아가라' 는 메시지에 참 고양이 쥐 생각해준
다 싶더군요.
공씨 영감탱은 아프다면서 이런 행사에는 처 기어나왔더군요.젊은 교사들 목쳐
내고 지는 이런 축제에나 참가하고 정말 후안무치가 따로 없는 꼴통들의 모습
만 재확인했습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한데 앞으로 언론악법이 통과되면
도대체 우리 국민의 목소리는 얼마나 묻히고 왜곡될 까 여론은 어떻게 조작될까
하는 생각이 하니 새해 첫날부터 희망은 커녕 절망의 무게만 더해 갔습니다.
나름 애국자인 우리 남편마저도 집에 와서는 심각하게 "왜 사람들이 이 나라를
떠나는지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다"는 말을 하길래 동지로서 참 가슴아팠습니
다.
저 또한 이 나라에서 뼈를 묻고 여기서 우리 아이들을 키우고 내 사랑하는 사람
들과 살아가려 했는데 자꾸만 이땅이 희망을 못 갖게 하는군요.
새해 첫날부터 활기차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서프에 적고 싶었는데
어제 느낀 절망감이 너무 커서
다른 서프앙님들에게 마저도 폐가 된 거 같네요.
그래도 결론은 우리 비록 적들의 눈엔 아마추어겠지만
'역사는 언제나 사필귀정'이었음을 떠올리며 열심히 반정부투쟁에 나서야 겠습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