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간지의 사람 사는 세상

꼭 기억해야 할 사람, 조기숙

장백산-1 2009. 6. 8. 07:55

노 대통령님의 서거와 함께 꼭 기억해야 할 한 사람
번호 59448  글쓴이 강목어  조회 634  누리 409 (409/0)  등록일 2009-6-8 01:25 대문추천 12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와 함께 꼭 기억해야 할 한 사람이 있다. 그 분 이야기를 하고 싶다.

 

노 대통령님은 재임할 때부터 서거 할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 그런데 지금은 비록 함께 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분을 좋게 말하지만 서거 직전까지도 그 분과 선 긋기를 하거나 그 분을 비난 했다. 원래 세상이 인심이 그러하고 천하는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했고 정말 말 그대로 강호의 의리가 땅에 졌다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몸소 보여주었다.

 

노 대통령님 재임 시절에 장관, 차관, 각급 기관장, 청장, 의원직을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 분이 권력을 놓자마자 돌아섰다. 원래 세상 인심이 그렇게 고약하고 인간의 의리가 얄팍하다 생각하던 상황에 의외로 그 중에 유독 눈에 띄게 그 분을 두둔하는 사람이 있었다.

 

유시민 장관이야 워낙 ‘정치적 경호실장’이라고 할만큼 노대통령님과의 각별한 관계에 있었으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 치고 문재인 실장이나 몇몇 비서관 분들이야 퇴임후에도 함께 하고 있으니 그렇다 치자. 그런데 아주 큰 벼슬 누린 것도 아니고 아주 특별한 인연이나 관계에 있었던 것도 아닌 사람이 언론에 집중 포화를 맞으면서도 노 대통령님을 두둔 했다.

 

필자가 알기에 인연으로 따지면 단지 업무적으로 같이한 직장 동료처럼 청와대에 같이 있었던 것이 전부인 그가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것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게다가 여성으로써 끝내 의리를 지킨다는 것이 더더욱 감동적이었다. (여성 비하는 아니다. 하도 남성 중심적으로 의리, 의리 하기에 남성 보다도 오히려 더 돋보인다는 의미로 여성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더 높은 자리하고 더 특별한 사이였던 남자들도 모두 노대통령님을 배신하고 뒤돌아서는 마당에 그렇게 언론에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도 노 대통령님과의 의리를 지킨다. 말 그대로 남자 보다 나은 여걸이고 여장부다.

 

주위를 돌아보라. 정치판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 이익을 따라 배신이 판치는 세상이다. 자칭 사나이 대장부라고 떠벌리던 사내 놈들도 배신을 밥 먹듯 하고 자기 잇속을 찾아 떠났다. 툭하면 소신을 바꾸고 소속을 바꾸는 것이 현 세태다. 하지만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로만 내세우는 남자들보다 훨씬 더 당차고 의리 있게 소신을 지킨다.

 

그녀가 노 대통령님을 지키기 위해 글을 쓰거나 발언을 하면 수구언론과 보수 논객들의 수많은 비아냥과 조롱이 쏟아졌었다. 사회생활 하는 사람으로써 그녀도 몹시 힘들었고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끝내 자기 소신 것 바른 말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앞날을 계산하며 원칙, 양심, 소신 운운하며 노 대통령님을 버렸지만 그녀는 그와 정반대로 그분에게 던져지는 돌팔매를 나누어 맞으려 했다.

 

예수의 제자들 조차도 예수가 잡혀갈 때 예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고개를 돌렸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그토록 존경하고 따랐던 예수를 제자들 조차도 모른 척 하는 것이 세상사이고 연약한 사람들의 마음이다. 위험에 빠진 누군가를 구한다는 자기도 함께 그런 위험에 빠질 수 있기에 그렇게 힘든 거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그녀는 예수와 끝내 함께 한 믿음의 여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예수가 택한 12 제자들 중 두려움에 배신하고 도망쳐 모두 다 흩어졌지만 죽음의 그 순간에도 무덤까지 따라가 확인한 것은 이름 모를 여인들이었다. 필자는 어쩌면 그녀들이 예수의 진정한 제자인 것이라 본다. 비록 예수께서 초라한 자리에 가도, 실패자처럼 보여도 끝내 예수를 떠나지 않은 강인한 신뢰와 꿋꿋한 소신. 그런 올곧은 모습을 필자는 노무현과 함께한 그녀에게서 보았다.

 

오히려 이름을 남긴 제자도 떠났지만 이름 없는 그녀가 예수를 지켰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후와 흡사 비슷하지 않은 가. 장관은 떠나고 배신자는 속출했지만 그녀는 끝내 노 대통령을 지켰다는 사실이.

 

이제 노무현 대통령님은 떠났고 우리는 영원히 그를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더불어 기억해 할 것이 한가지 있다. 유시민 장관만큼 뜨겁게 그를 껴안고 함께한 사람이 있다. 그녀 이름은 바로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다. 그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조기숙님은 노무현 대통령님과 똑같이 길바닥에 내팽개쳐진 채 온갖 욕설과 비아냥을 감내했다.

 

아마 친노라고 불리는 인사 중에 가장 많은 욕설을 들은 이가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라고 필자는 생각 한다. 실제로 떠올려보라. 수구언론이 노 대통령에게 총공세를 퍼부을 때 누가 그를 위해 단 한마디의 변명이라도 했었던가. 필자가 아둔한 탓인지 유시민과 보좌진을 제외하고는 그녀 이외에 마땅히 기억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좋다. 그녀의 그런 올곧은 마음이 좋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당당함이 좋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님이 재평가 받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가 그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나선다. 노 대통령을 무시했던 사람들 조차 열혈 노무현 지지자로 변해 노무현을 내세우며 나선다. 하지만 그 동안 꿋꿋하게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킨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아무런 말이 없다. 세상의 관심도 없다. 오히려 얼마 전 노 대통령님의 참 뜻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반성하자고 기고 했다가 기득권을 쥔 일부 얼치기 개혁 세력들에게 또다시 무시를 당했다.

 

물론 소신을 지키는 사람들이 남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그런 대가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그녀의 신의와 소신을 알아주지 않는 야속한 세상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이런 말하면 그렇지만 배신의 여인으로 유명한 전모 여인은 배신으로 오히려 더 잘나간다. 세상 너무 불공평하고 너무 억울하지 않은 가. 노무현 대통령님도 이렇게 억울했던 사람이 아니었던 가.)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님을 기억하려는 것은 그 분의 정의와 진실에 대한 당연한 보답이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마찬가지로 조기숙님의 신의와 소신도 반드시 함께 기억해야 한다. 그것 역시도 정의고 진실이다.

 

'강목어'블러그 "사람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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