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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사회vs 수평사회

장백산-1 2009. 6. 28. 00:01

<수직사회에서 수평사회로>

1. 조직의 변화

새 세계의 줄서기는 "옆으로 나란히"다. 한눈을 팔아선 안되는 "앞으로 나란히"가 아니다. 끊임없이 주위를 살펴야 하는 "병렬"이 새 질서다. 그 본질은 평등과 개방이다. 의사결정과 전달의 메카니즘이 수직에서 수평으로 달라진 사회다.

 

흘러간 시대는 강력한 중앙집권을 모태로 한다. 자연과 문명 모두가 투쟁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힘을 모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생존이 보장됐다. 엄격한 서열과 위계질서가 필요했다. 조직은 단선이어야 했다. 획일적인 사고가 요구됐다. 통제와 감독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비단 자연을 상대로 삶을 영위할 때의 논리가 아니다. 금세기 중반을 넘겨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세계대공황과 2차 대전을 기화로 권력의 거대화와 집중화는 절정에 이르게 된다. 본격적인 관료주의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황폐해진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국민 스스로가 국가의 총동원령을 기꺼워했다.

 

세기말에 상황은 돌변하고 있다. 거대한 힘의 피라미드는 붕괴되는 중이다. 재래식 전쟁이 끝난 뒤 다양성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태동했다. 거대조직은 한계를 드러냈다. 단선조직 사회는 수적으로 많으면서 고학력인 베이비 부머(전후세대)를 수용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다른 형태의 조직을 원하게 됐다. 분권화된 조직이다. 정보화의 돌풍이 그 마무리를 짓고 있다. 변화와 창조로 규정지어지는 이 혁명은 태초이후 인류를 다스려온 수직사회를 송두리째 몰락시키고 있다. 동시다발적이면서 쌍방향으로 흐르는 정보는 일방통행식 세계관을 허용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정형화되지 않은 유동상태여서 획일적 사고는 발붙일 곳이 없다. 명령으로는 창조가 불가능하다.

 

 신속한 변화와 유연한 대응이 생존논리다. 상생의 세계이기 때문에 힘을 모아줄 일도 없다. 직렬에서 병렬로의 천이이다. 역학의 개념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수직사회에선 힘의 크기가 관계를 결정했다. 지배와 종속, 명령과 수행, 승자와 패자라는 흑백론적 관계만이 존재했다. 이제는 힘도 수시로 창출된다. 힘의 방향은 항상 바뀐다. 모든 관계는 망(network)으로 형성된다. 그 망들은 서로 작용하며 순간마다 필요한 역학질서를 만든다. 그리고 지속시키지 않는다. 관료적인 계층조직이 붕괴되는 것은 필연이다. 국가의 힘이 약화돼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형태는 아래위로 길어서는 안된다. "납작한(flat)" 조직이 요구된다. 네트워크 조직이다. 조직의 논리와 조직원의 인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수직적 조직을 움직이는 가치는 실적이다. 내려오는 지시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충성심이 덕목이다. 조직원간의 경쟁이 효율을 향상시킨다. 그래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는다. 경험과 경력이 중요하다. 각각의 역할과 권한은 엄격하게 구분된다.

 

그러나 수평조직에선 결과보다 과정이 중시된다. 맹목적인 충성은 조직을 망친다. 경험보다는 창의력이 조직의 성패를 좌우한다. 조직의 능률을 높이는 것은 경쟁이 아니라 대화다. 협조와 신의가 필수다. 의사결정은 공개된 정보의 통합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모두가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는다. 조직을 구동시키는 동력원은 자율이다. 수평사회에선 기업지배 구조도 변화의 대상이다. 한마디도 못했던 소액주주들이 장부를 들추어 볼 수 있게 됐다. 이사진을 갈아치울 수도 있다. 관계도 없는 사외인사가 경영을 간섭한다. 기업내용을 내외부에 얼마나 잘 공개하느냐가 오히려 경쟁력이다. 납품기업과의 관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동반자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물결은 산업현장으로도 이어진다. 생산공정의 병렬화를 통한 동시다발 생산체제가 그것이다. 병렬화는 사회전체의 분화를 낳으면서 발전의 촉매제가 된다. 지역적 분산은 지방산업과 지역문화의 꽃을 피운다.

 

계층간 경제력 분산은 균형사회를 이루는 기초다. 권력이 흩어지며 생긴 비정부기구와 자조적 단체들은 이해갈등을 풀어 주는 새로운 창구 역할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양성은 사회전반에 더 많은 기회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병렬사회는 리더십의 변화로 완성된다. 네트워크형 사회를 이끌 수 있는 지도자라야 한다. 자율과 창의에 대한 존중이 제일의 덕목이다. 지도자가 스스로 권력을 나누려들지 않는 "병렬"은 "무질서"가 돼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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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직사회와 수평사회 체제비교 ]

<> 조직구조

- 직렬형 : 피라미드

- 병렬형 : 네트워크

<> 가치관

- 직렬형 : 실적.결과(일 중심)

- 병렬형 : 과정.내용(인간 중심)

<> 능력평가

- 직렬형 : 경험.경력

- 병렬형 : 창의력

<> 관리자 행동

- 직렬형 : 명령.통제

- 병렬형 : 정보통합

<> 조직원 행동

- 직렬형 : 경쟁.충성

- 병렬형 : 협조.대화

<> 의사결정 형태

- 직렬형 : 품의제도

- 병렬형 : 단위완결형

<> 정보유통

- 직렬형 : 비공개

- 병렬형 : 공개

<> 국가권력구조

- 직렬형 : 중앙집권

- 병렬형 : 분권

2. 미래 조직

병렬조직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등장한다. 개념은 비슷하다. 구성원들 간의 평등한 관계로 이루어진 조직이다. 권한을 나누어 가지면서 동등한 무게를 갖는다. 그림으로 그리면 "납작한(flat)" 형태가 된다.

 

원형조직, 변형가능조직, 네트워크조직, 공동체조직,은 대표적인 미래형 조직들이다. "원형 조직"은 수레바퀴 형태다. 상하개념은 아예 없다. 수직조직의 최고경영자는 삼각형의 꼭지점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 반면 원형조직의 최고경영자는 한 가운데에서 바깥을 본다. 조직원들은 동심원을 가로질러 의사를 전달한다. 원형조직은 각 조직이 독자적으로 작은 원을 만들기도 한다. 작은 공들이 큰 공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베어링과 흡사하다.

피터 드러커재단 이사장인 프랜시스 헤셀바인이 설정한 조직형태다.

 

각 부문들이 동등한 계약관계를 맺는 "네트워크 조직"도 있다. 여러개의 원이 떨어지거나 겹쳐져 있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이 조직은 네트워크 통합자를 중심으로 업무 모듈별로 구성된 팀으로 만들어진다. 작업은 핵심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그때그때 연결된다. 필요에 따라 만들었다가 해체된다.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네트워크 조직은 이런점에서 스위스 IMD(국제경영연구원)의 갈브레이스 교수가 정의한 "변형가능 조직"의 한 형태일 수 있다.

 

변형가능 조직은 형식과 패턴이 변화무쌍하다. 이 조직의 특징은 세가지다. 첫째 부문조직에 구애되지 않고 스스로 팀을 재구성한다. 둘째 팀간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가격이나 준시장제도 등을 사용한다. 셋째 자신에게 부족한 능력은 제휴를 통해 해결한다는 것이다.

 

"공동체 조직"은 회의 때 쓰는 원탁이 그 모형이다. 권위의 소재가 완전히 이동해 경영진은 필요하지 않다. 필요에 따라 구성원에서 리더로 바뀐다. 개인과 조직이 완벽하게 융합을 이룬 동료조직(peer organization)이다. 여기선 집단의 움직임이 한 개인의 움직임과 일치한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조직의 특성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했다. 연주자마다 다른 악기를 연주하면서 독자적인 권한을 가진다. 하지만 화음을 맞추어야 할 의무가 있다. 단 한가지 소리만 틀리게 나와도 연주는 엉망이 된다. 조화가 생명이다.


(99/01/12. 한국경제신문: 새천년 패러다임 시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