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강 한반도대운하의 대재앙

[오마이뉴스 권영숙 기자] 4대강 살리기는 부모들이 나서야 하는 일인데 !!

장백산-1 2010. 6. 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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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6월 18일 (금) 14:45  오마이뉴스

4대강 살리기는 부모들이 나서야 할 일인데...

[[오마이뉴스 권영숙 기자]
 
수경스님께. 스님 안녕하세요. 저는 카톨릭 신자로 십여 년을 살다 몇 년 전 부처님 법을 만나 새로운 인생의 길을 가는 사람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스님께서 승적을 내놓고 홀연히 떠나셨다고 했지만 놀라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문수스님이 소신공양을 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처럼 담담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무심했습니다.

먹고 살기 바쁜 현실도 있지만 그보다 더 깊은 밑 마음에는 스님께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을 성찰하는 스님이란 생각보다 세상의 불의에 맞서 싸우는 운동권 스님을 연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처님 법을 공부하면서 일과 수행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임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사회문제가 곧 나의 문제고, 세상을 떠나 세상을 외면하는 것이 수행자의 역할은 아님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게 되면서 스님께서 하시는 오체투지도 함께 동참했었습니다.

어제 조계사 생명평화마당에서 도법스님이 저희들께 화두를 던져주셨습니다. 수경스님이 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조건이 무엇이었겠느냐고요. 또 수경스님께서 당신의 자리로 돌아오려면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도 물으셨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도 스님께서 떠나시면서 남기신 글을 접하지 못했었기에 단순히 스님 혼자 그동안 너무 힘드셨겠구나, 생각만 했습니다. 그래서 스님께만 모든 걸 맡기고 편히 살았던 제 자신을 꾸짖는 정도에서 그쳤습니다.





▲ 수경스님 < 생명평화마당에서의 수경스님 많이 지쳐보이셨다 >


ⓒ 권영숙


그런데 오늘 스님께서 남기신 '다시 길을 떠나며'를 보게 되었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죽음이 두렵고, 원력이라 하기에 당신의 양심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그 솔직한 내어놓음에 몸들 바를 몰랐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을 당연히 즐기는 분들이 많은데 그것이 당신을 속이는 위선이고 그런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다시니 당신을 오해해도 단단히 오해한 제가 어찌하면 좋을까요?

저는 스님께서 감투를 즐긴다, 여겼습니다. 싸움을, 투쟁을 즐긴다, 여겼습니다. 그래서 스님을 바라보는 제 마음이 불편했었습니다. 스님께서 하시는 일이 다 옳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강하다는 선입견으로 스님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성찰하시며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돌아가신다 하시니 제 마음이 어찌 죄스럽지 않겠습니까.

스님께 감히 돌아오라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또다시 돌아오셔서 이 험한 일을 맡아 달라 청하지 못하겠습니다. 주위 여건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데 무조건 돌아오시라고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나설 테니 스님은 뒤에 계셔만 달라 단언하지도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도 조계사 '생명평화마당'에 갑니다. 스님께서 4대강의 뭇생명을 살리시고자 하셨던 그 뜻을 잇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하고 지친 몸이지만 갑니다. '생명평화마당' 첫날 스님께서 두 손을 머리에 감싸고 힘겹게 앉아계셨던 모습을 기억하며 그냥 갑니다.

지금 제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이 정도 수준이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환경을 보존하는 일은 스님보다 저처럼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나서서 할 일입니다. 왜냐면 스님은 홀홀 단신이시니 세상을 떠나면 그 뿐이지만 우리는 자식들이 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스님보다 더 절절하게 4대강 사업을 막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 한 몸 안일함을 위해 어리석게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작 스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실천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뒤따르지만 지금이라도 노력하겠습니다.

스님, 수경스님. 쉬시다가, 푹 쉬시다가, 왜 일을 그렇게 밖에 못하느냐고 꾸짖으러 와주시면 꾸짖음 달게 받고 따르겠습니다. 이제 스님께만 맡기지 않고, 스님을 벼랑 끝으로 떠밀지 않겠습니다. 꼭 벼랑 끝에 서야 한다면 스님 곁에 제가 서겠습니다. 우리가 서겠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2010년 6월 18일.
수경스님께 귀의하는 권영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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