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유교·도교 알면 알수록 기독교 이해하기 쉬워져요”
김흥호 목사는 청중에게 “여러분이 이렇게 날 찾아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공자도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면 그렇게 기뻐했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 |
김 목사는 35세 때 ‘시간제단(時間際斷·시간의 끊어짐)’을 체험했다고 한다. 그때 글도 썼다. ‘단단무위자연성 (斷斷無爲自然聲) 즉심여구토성불 (卽心如龜兎成佛) 삼위부활영일체 (三位復活靈一體) 천원지방중용인 (天圓地方中庸仁)’. 일종의 오도송(悟道頌·깨달음을 얻고서 짓는 시)이다. 당시 이걸 본 스승 유영모는 “이건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글이다”라고 했다.
김 목사는 이 글에 각 종교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했다. “도교에선 ‘무위자연’, 불교에선 ‘즉심성불’, 기독교는 ‘삼위일체’, 유교는 ‘중용’이다. 내가 배우고 생각해오던 모든 진리가 이 네 가지 말로 요약되고 체계화된다. 이걸 하늘이 나에게 보여준 것이다.”
-목사님은 기독교인이다. 왜 불교와 도교, 유교 경전을 강의하나.
“내가 왜 불교를 자꾸 얘기하느냐. 기독교보다 불교가 이론적으로 정리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유교도 참 정리가 잘 돼 있다. 30세 입(立), 40세 불혹(不惑), 50세 지천명(知天命), 60세 이순(耳順) 등 내가 살아보니까 그대로더라. 그런데 기독교에는 40세에 뭘 하고, 50세에 뭘 하라는 말이 없다. 그러니 유교한테는 그런 걸 배우는 거다. 나는 노자의 무위자연을 ‘나알알나(나를 알면 앓다 낫는다)’로 표현했다. 무위자연을 그렇게 한 마디로 풀면 무척 알기 쉬워진다. 그래서 불교도 배우고, 유교도 배우고, 도교도 배우는 거다.”
-그게 기독교와 충돌하진 않나.
“기독교에는 한없는 진리가 내포돼 있다. 예수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했다. 그러니 우리는 길과 진리와 생명을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럼 불교를 믿지, 왜 기독교 믿느냐?’고 반문한다. 그런 게 아니다. 불교와 유교, 도교를 깊이 알게 되면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훨씬 쉬워진다. 나는 기독교를 사랑한다. 내 평생 찾은 것도 기독교다.”
-진리의 내용이 뭔가.
“진리의 내용은 눈을 뜨는 거다. 지식하곤 다른 거다. 사람들은 다들 자신이 눈을 떴다고 여긴다. 그런데 실은 눈을 못 뜨고 있다. 석가는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고 했다. 그게 뭔가. 진리에 눈을 뜨는 거다.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진리에 눈을 뜨고, 일어서고, 걸어가야 한다.”
-그럼 그리스도란 뭔가.
“눈을 뜬 사람이다. 그리스도가 눈을 뜬 사람이고, 그리스도가 일어선 사람이고, 그리스도가 걸어간 사람이다. (진리와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 눈 뜨는 게 통일, 일어서는 게 독립, 걸어가는 게 자유다.”
-예수는 “내가 너희 안에 거하듯, 너희가 내 안에 거하라”고 했는데 .
“예수의 십자가가 아니라 나의 십자가가 돼야 한다. 예수의 부활이 아니라 나의 부활이 돼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성숙해진다. 성숙해지면 예수와 내가 하나가 되고 만다. 그게 거하는 거다.”
-목사님 말씀이 참 귀하다. 그런데 한국 기독교계의 중심부에는 왜 서지 못하는가. 어찌 보면 기독교계의 변방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현실적인 교회가 어떻다는 생각은 안 한다. 다만 우리 교회가 좀 더 높아졌으면 한다. 교회는 진리를 찾는 곳이다. 그러니 와서 설교만 듣고 가는 교회가 돼선 안 된다. 사람들은 더 깊이 예수의 말씀을 짚어보고, 더 깊이 성경 공부를 해야 한다.”
- 유영모 선생에게 배울 때는 어땠나.
“그때 유영모 선생이 YMCA 강당에서 강의를 했다. 그런데 청중이 한 명도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럼 함석헌 선생과 내가 번갈아가면서 강의실에 홀로 앉았다. 그럼 유 선생은 ‘한 명이 아니라, 반쪽이 와도 공부를 해야지’라며 강의를 했다. 유영모 선생 때는 5명 정도 강의실에 모였는데 내 강의는 100명 내지 200명이 모인다. 나는 굉장히 성공한 거다.”
이 말끝에 김흥호 목사는 웃었다. 그는 교회의 사람 수, 강의실의 사람 수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은 세계철학회에서도 유영모 선생이 한국 철학의 핵심이라며 떠받들고 야단이다. 결국 진리는 아무 때고 가면 빛나는 거지, 그 사람이 죽었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다. 예수도 젊어서 죽었다. 후계자가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나중에 바울이 나타나고, 기독교가 2000년 동안 이어졌다.”
-기계적으로 교회에 가고, 세례를 받고, 성경을 읽으며 죄사함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꽤 있다.
“그게 다 자기 죄인의 마음이다. 나도 그랬다. 15년 동안 그냥 교회를 다녔다. 그런데 도무지 죄사함을 받은 것 같지가 않더라. 죄사함을 받아야 믿음인데 말이다. 그래서 무진 애를 썼다. 어떻게 하면 나는 믿음을 얻을까. 그렇게 몰두하다 35세 때 ‘탁’ 눈을 떴다.”
-한국 사회는 다종교 사회다. 그런데 불교도는 기독교를 모르고, 기독교도는 불교를 모른다.
“성인은 모두 눈을 뜬 사람이다. 예수도, 공자도, 석가도 다 눈 뜬 사람이다. 눈 감고 사람을 인도하는 건 없다. 나는 석가를 사랑한다. 불교도가 석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조금 더 사랑한다. 그래서 『법화경』과 『원각경』, 『화엄경』에 대한 책도 썼다. 기독교인도 알아야 한다. 불교를 깊이 알면 기독교에 대한 이해도 쉬워진다.”
백성호 기자
◆김흥호 목사의 저서와 강의
현재(鉉齋) 김흥호 목사는 1978년부터 2007년까지 29년간 총 44권의 책을 출간했다. 사색출판사는 7월부터 총 150여 종에 달하는 ‘김흥호 사상전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기독교’ ‘다석 유영모 사상’ ‘한국사상’ ‘유교사상’ ‘불교사상’ ‘노장사상’ ‘서양철학’ ‘수상집’ 등의 순으로 책이 나온다. 김흥호 목사의 사상을 알리고 연구하는 모임인 ‘현재학회’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 www.hyunjae.org’다 . 저서 구입 문의 070-8265-9873, ‘연경반’ 강의 문의 010-3017-8628.
폐암과 싸우며 ‘시편’ 강의, 아흔살 김흥호 목사에게 듣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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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호(金興浩·81) 교수는 기독교를 동양적으로 체득하고 그 깨달은 바를 이웃 .... 그 글에서 그는 한국에 가보니 뜻밖에도 기독교 목사인 김흥호가 구경각(究竟覺)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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