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교수의 과학기술과 불교] 18. 줄기 세포
최근 황우석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했다. 암컷과 수컷의 생식 세포의 만남에 의해서 새로운 세포가 탄생하고 이 세포가 분열해 생명이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개 복제는 아프간하운드 수컷 타이의 피부에서 체세포를 떼어, 잡종 개의 난자에서 핵을 뺀 뒤 융합시켜 대리모에 이식시키는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개는 미성숙한 난자를 배란하기 때문에 채취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으며,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하게 됐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성과로 황 교수 팀은 복제와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임을 입증했다.
줄기세포는 어느 부분으로도 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가능성으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몸의 한 부분이 고장 난 환자들에게 큰 복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체세포에서 만들어 낸 줄기세포를 주사하거나, 외부에서 장기로 길렀을 때, 이 부분이 우리 몸에 잘 적응하도록 하는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예를 들어 뼈에 주사한 줄기세포가 분화해서 털이 자라면 큰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줄기 세포를 기르는 기술의 발전은 생명 복제 기술의 진보를 뜻한다. 이번 개 복제의 성공에서 보여 주듯이, 줄기 세포 연구와 복제기술은 전혀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것은 인간의 줄기세포 배양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인간의 복제 또한 결국은 이루어 질 것이라는 점이다.
종교적·윤리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학 기술은 자체의 논리로 발전해 온 경향이 크다. 지동설의 확립이 그러하고, 진화론의 발전이 그러하다.
물론당시 그렇게 많은 논란을 일으킨 지동설이었지만, 지동설이 종교, 특히 기독교의 정체성을 해친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후일, 과연 개를 포함하는 동물이나 인간의 복제 또한 받아들이는 세상이 될 것인가.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불교는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고민의 시작으로 다음과 같은 화엄적 입장을 제시해 본다. 인간을 포함한 천지 만물, 그리고 무생물 조차도 인드라 망이라는 인연의 그물에 의해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연의 아름다운 그물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생명조작으로 파괴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비록 순수한 동기를 표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면에는 탐진치가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탐진치를 세 개의 독이라 가르친 부처님법의 이면에는, 탐진치가 단지 개인을 괴롭히는 것 뿐만이 아니고, 인연 전체의 모습, 아니 우주 전체의 모습을 괴롭게 만든다는 지혜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관점에서 줄기세포의 제조, 그리고 뒤에 숨어있는 산업적 이익에 대한 동기 또한 과도한 탐진치의 결과가 되지 않도록 부처님의 가르침이 스며들기를 기대한다.
글: 박영준 교수/서울대 전기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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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옥련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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