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법상 스님]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 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부처님께 서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병을 괴로움으로 보셨습니다.
'병고(病苦)'라고 하여
4가지 커다란 괴로 움인 나고(生) 늙고(老) 병들고(病) 죽는(死)
생노병사 가운데 하 나의 괴로움으로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만큼 우리 중생들 에게 병이란 '괴로움'의 존재인 것입니다.
괴로움이란 인과(因果)라는 가르침 가운데
악인악과(惡因惡果) 의 범주에 속한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악한 원인을 지으면 악한 과보를 받는
그 가운데 하나의 악과라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즉 병이란 내가 지 은 악한 과거세의 원인에 대한
괴로운 과보의 하나 라는 것입니다.
나와 나 이외의 것 을 둘로 보고 성내고 헐띁고 싸우던 진심이
악의 업보가 되어 병고라는 과보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또한 마음을 닦지 않아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았거나,
무언가에 풀지 않은 깊은 원한심을 안고 살았거나,
누군가를 지독히 미워하고 증오했거나,
살생의 업을 짓고, 영가의 장애로 말미암는 등
다양한 종류의 원인을 스스로 지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결과인 것입니 다.
이렇게 보았을 때 병 또한 결국 내 안에서 나온 것입니다.
원인이 내게 있다면 그 결과 또한 내게 있으며
결과를 바꾸는 힘도 내게 있습니다.
병이란 것은 결코 나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나의 또 다른 모습 인 것입니다.
병의 원인이 내게 있기에
병을 이겨낼 수 있 는 힘도 내 안에 다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린 병에 걸리면 우선 병원부터 찾고 약부터 찾기에 바쁩니다.
병의 근본이 무엇인 지 살피려 하지 않고
외부의 수단으로 외 부에 드러난 병을 치유하려 합니다.
병은 뿌리를 치유해 야 합니다.
약으로 병을 다스렸다 하더라도
그것은 겉에 드러 난 병의 바이러스를 치유한 것이지
근원에 있는 병의 원인 그 자체를 치유한 것은 아닙니다.
병 또한 나와 둘이 아니라는 그런 절실한 자각이 있어야 합니다.
자각이 아니라면 굳 은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내게서 나왔기에 병을 치유할 수 있 는 손길은 오직 내 안에 있음을
굳게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안의 '약사여래'의 손길에 모든 것을 내맡겨야 합니다.
내가 나를 해칠 수 없듯 병도 나를 해치지 못합니다.
모든 것을 내 안에 참 나 참생명
그 밝은 자리에 굳 게 믿고 맡겨버린다면 병은 이미 '양약'이 될 것입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눈을 지긋이 감 고 호흡을 깊게 집중해 쉬며 가만히 관찰을 합니다.
처음에는 호흡의 이동을 관찰하고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면 내 몸의 병이란 놈을 가만히 지켜 봅니다.
가만히 지켜봄에 머물면 됩니다.
마음은 절대로 가만 히 두시고 오직 믿고 맡기기만 하면 됩니다.
‘지켜봄’ 그 수행 속에 ‘맡김’ 그 굳은 믿음 속에 병고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 가는 데로
몸에서 원하는 데 로 먹고 싶은 것들을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몸에서 원하는 그 어떤 음식도 그때부터는 그저 그 대로 '약'이 됩니다.
까짓 병 쯤이야 내 수행의 작은 재료로 돌려 놓을 수 있는
구도자의 여유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수행자의 당당한 한 마음 속에 병고란 하찮은 티끌 밖에 되지 못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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