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고여 있는 말

장백산-1 2011. 2. 16. 00:43

나눔뉴스님(www.nanumnews.com) 향기메일입니다.
고여 있는 말


짜글짜글한 입에
한 방울의 이슬도 머금지 않은
마른 대추

물기란 물기 햇빛과 바람에게 다 내주고
입 꼭 다문 침묵
물 부어 푹 달이면 제 속에 가두었다가
일제히 풀어놓는 두어 동이의 말

생것은 품을 수 없는 묵직한 향을 위해
제 안의 문이란 문 다 걸어 잠근
가벼워진 대추처럼 나를 단단히 봉해볼까
단, 너에게로 흐르는 길 하나 남겨둔 채

봄날 세상에 내놓을 한 종지 말을 위하여

- 최선옥, '고여 있는 말' -


마른대추를 푹 달이면 그 향이 참 진합니다.
생것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음이지요.
젊음은 젊음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생것이 품을 수 없는 숙성된 향은
세월과 함께 더해진답니다.
나 자신을 숙성시켜 세상을 향해 내놓을
나만의 향기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