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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고뇌, '대북송금 특검'

장백산-1 2011. 6. 23. 00:41
 
[② ‘문재인의 운명’으로 되돌아본 오해와 진실] ‘노무현의 고뇌’ 대북송금 특검
조회수 : 1766
등록일 : 2011.06.20 18:01

‘노무현의 고뇌’ 대북송금 특검
- ‘문재인의 운명’으로 되돌아본 오해와 진실



노무현 대통령 및 참여정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의 두 번째 주제는 ‘대북송금 특검’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매우 난감하고 고통스러워한 일에 부딪쳤다. 대북송금 특검과 이라크 파병 요청이 대표적이다. 진보진영이 참여정부에 등을 돌린 첫 번째 계기가 이라크 파병이었을 것이라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던진 지지층의 첫 일탈은 대북송금 특검수용일 것이다.

자서전 <운명이다>는 대북송금특검 법안을 “한나라당이 보낸 ‘고약하지만 수령을 거절할 수도 있었을 취임 축하선물’”로, 이라크 파병 요청을 “미국이 보낸 ‘고약하지만 수령을 거절하기 어려운 취임 축하선물’”로 각각 표현했다.

더욱이 대북송금 특검은 정치적 신의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김 대통령 지지자는 물론 노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서도 논란거리가 됐다. 김 대통령이나 동교동측에선 꽤 오랜 시간 서운해 했다. 문재인 이사장이 2004년 탄핵재판이 끝나고 시민사회수석으로 복귀하면서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도 김 대통령은 섭섭함을 토로했을 정도였다.

노무현의 난감 ‘대북송금 특검’

인수위 때부터 불거진 이 문제는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 한나라당이 특검 발의를 하면서 본격화됐다. 국회를 지배하고 있던 한나라당이 ‘대북송금특검법안’을 단독 처리해 정부로 보낸 것이다. 2000년 6월 김 대통령이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했을 때 현대그룹이 4억 달러를 몰래 북으로 보낸 것이 문제였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이 되더라도 ‘정면돌파’를 하겠다는 의지였다. ‘대북송금이 실정법에 위반된다 하더라도,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고도의 ‘통치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자 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특검 거부권을 행사하고, 검찰엔 수사해선 안된다는 특별지시를 내릴 것을 검토했다.

다만, 통치행위를 주장하려면 김 대통령이 그 일을 지시했거나 하다못해 사전에 보고받고 허용 혹은 묵인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줘야 했다. 그때까지 김 대통령 측에서는 사전에 알지 못했던 일로 설명해왔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뜻을 김 대통령 측에 전하도록 했다. 그런데 얼마 후 김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당신은 사전에 몰랐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 분의 결단에 의한 통치행위임을 주장할 여지가 없어졌다.

남은 선택은 특검 수사냐, 검찰 수사냐는 방식이었다. 동교동측에서는 특검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치적 신의를 지켰다는 평가는 받겠지만, 검찰수사로 갈 경우 수사를 제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반면 특검은 법안 자체에 의해 수사 목적과 범위가 특정되고,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신경을 써줄 만한 분이 특별검사가 될 경우 절제된 수사를 기대할 수 있었다.

청와대 참모들과 국무위원들이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특히 내각은 반대가 우세했다. 국무회의에서는 반대발언이 더 많았다. 대통령은 발언을 다 들은 후, 기탄 없이 의견을 말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장 강하게 반대의견을 말한 정세현 통일부 장관에게도 “통일부 장관이 반대하는 것은 직무상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통일부 장관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이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최종 선택 ‘남북관계’

노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특검 수용을 결정했다. 그날 국무회의에서 말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생각한 것은 그 수사로 남북관계 근간이 손상돼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점에서 특검이 검찰수사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방대한 조직과 인력을 가진 검찰에 수사를 맡기면 수사가 엉뚱한 곳으로 갈 우려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수사가 대북송금과 관련된 절차적 위법규명에 국한돼야 하는데, 그 보장이 없었다.

다행히 대한변협은 특검의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고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수사를 할 분을 특별검사로 추천해줬다. 송두환 특검은 송금의 절차적 위법성 부분에만 한정해서 수사를 했고, 언론접촉도 대단히 신중하게 했다. 수사의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남북관계에도 큰 타격을 주지 않았다.

민주당쪽 정치인들은 두고두고 이 문제를 비난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이란 상황으로 정치적 목적이 컸을 것이다. 지금도 참여정부의 특검수용이 국민의 정부에 대한 사정차원에서 이뤄졌거나, 이전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거나, 햇볕정책에 대한 부정이었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또 참여정부 초기 이 문제로 남북관계가 경색됐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모두 사실이 아니니, 이제는 그만 오해를 푸시라고 문재인 이사장은 당부했다.

[‘문재인의 운명’으로 되돌아본 오해와 진실①] ‘노무현의 고통’ 파병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