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가 한 여인을 잡아와 염라대왕 앞에 대령했습니다.
그러자 여인의 얼굴과 저승명부 서류를 대조해 보던 염라대왕이 저승사자를 꾸짖었습니다.
"아니, 사람을 잘못 잡아왔지 않느냐? 이 여인이 아니지 않느냐?"
사자가 대답했습니다.
"이 여인이 맞습니다요. 대왕님"
"아니야, 여기 서류에 나와있는 원본과 완전히 다른 얼굴이야"
"대왕님,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요즈음은 다 이렇게 성형해서 몰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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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지려는 욕망은 얼굴을 고치고 화장을 합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야 무분별의 경지에 이른 성자가 아니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원초적 본능이라서 비난할 이유가 전혀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성형을 해서 얼굴을 몰라보게 고친다고 해도 역시 저승사자의 눈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저승사자의 눈에서 벗어나려면 마음을 성형해야 합니다.
당나라에 홍주 태안사 주시 스님은 경론을 강론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는 경전을 보지 않고 수행만하는 스님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밤중에 저승사자가 나타나서 때가 되었으니 저승으로 가자고 재촉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홍주 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지옥에 끌려간단 말인가?"
"경전의 글자나 탐하고 마음을 닦지 않아 욕망이 그대로 남아있으니 어찌 죄가 되지 않겠는가?"
홍주 스님은 저승사자에게 애원했습니다.
"내 나이 올해로 67세인데 그간 출가한지 40년 동안 경론을 강의하느라 미처 수행하지 못했으니 제발 하루 밤낮의 말미를 주어 수행을 할 수 있게 해 주시오."
첫째 사자가 말했습니다.
"그대가 40년 동안이나 경론을 강의하면서 수행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에 이르러 수행을 한들 무엇에 쓰겠는가 이는 목마름에 임해서 우물을 파는 격이니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에 둘째 사자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첫째 사자에게 말했습니다.
"염라대왕께서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실 터이니 그로 하여금 하루 정도의 수행할 시간을 준다고 그리 큰 방해됨을 없지 않겠는가?"
첫째 사자도 이에 동의했습니다.
"그럼 하루 쯤 놓아주어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해봅시다."
주지 스님은 일단 저승사자들을 돌려보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밤새 고민해보아도 별달리 뾰쪽한 대책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선승으로 유명한 마조 스님이 계신 개원사로 달려가 마조스님에게 매달려 사정을 낱낱이 고하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마조 스님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그를 자기 곁에 있게 하였습니다.
어느 덧 시간이 다 되어 밤이 되자 저승 사자들이 주지 스님을 찾아 태안사로 갔으나 찾지 못하자 개원사로 와서 여기 저기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갔습니다.
아마도 마음이 소멸되어 무아의 상태에 있는 도인은 저승사자나 귀신의 무리에게 보이지 않나 봅니다.
" '내'가 없는데 누가 나를 잡아간단 말입니까?"
이렇게 선적인 무아의 도리를 주장하거나
"저승사자나 귀신의 무리는 형상으로 사람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보고 인식하기 때문에 마음이 사라진 무심도인은 보지 못한다."
라는 형이상학적인 논리를 들이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단 경전공부보다는 수행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의미있는 에피소드입니다.
전에 어디 외국 잡지에서 본 이야기인데 서양의 영능력자들이 저승의 신들 무리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마음 공부"라는 단어였다고 합니다.
저승에서는 돈이나 명예 또는 언변이 뛰어나거나 얼굴로 계급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마음 공부"를 얼마나 했느냐로 계급이 정해지는 모양입니다.
죽음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우리는 언젠가 죽을 운명이고 죽음 이후의 일을 생각해야 지금 이 순간을 알차고 값지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 사띠(=알아차림, 깨어있음)를 유지하는 것이 어떤 일보다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 무념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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