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인데 왜 내말을 듣지 않는 걸까? 껍데기인 육체를 ‘내것’· ‘나’ 로 착각
과연 최소한 우리가 인식하듯 감정이나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나 동물등의 생물체는 몸과 정신작용으로 이루어 진 것일까?
의학 중에서 백신 접종이나 암의 연구 등으로 알려진 면역학에서는 생물이 자기를 외부 이물질로부터 보호하는 현상을 다루고 있다. 이것은 외부 이물질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생물 체내의 면역체계는 최소한 자기 자신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편, 이것이 나의 육체를 이루고 있는 신체적 자기라고 말한다면 지금은 생물의 의식작용을 담당하고 있는 신경체계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어 뇌의 어느 부분이 우리의 어떤 인식작용을 담당하는지도 많이 연구되고 있고 이는 신경계가 정신적인 나를 규정하는 기본적 바탕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롭게도 현대의학의 발전하면서 지금까지 별개의 체계로 알려졌던 이러한 면역계와 신경계가 실제로는 매우 긴밀하게 연관되어 면역전달 물질과 신경전달물질이 서로 공유되기도 하면서 커다란 하나의 체계임이 점점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사대(四大)로 이루어진 육체에 바탕을 둔 서양과학의 관점으로 자기를 이루는 것이 신체적 자기와 정신적 자기의 통합이라고 생각한다면 우선 신체적 자기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신체적 자기가 나의 일부이기에 기본적으로 내 명령을 들으며 또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신체는 전혀 나의 말을 듣지 않고 제 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전혀 내 말을 듣지도 않는 신체적 자기를 어찌 나의 일부라고 착각을 하게 되었는가? 이것은 신경계에 바탕을 두어 우리가 보고 듣고 하는 생각하는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닌 것이라는 말이다.
'본래의 나'는 하늘을 날고, 바다 속을 거닐며, 불속을 거침없이 다니는 모습인 것이다. 갓 난 어린아이를 보라. 그들은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무 겁 없이 걸어 나가 떨어지기도 하고 깊은 물도 두려워하지 않고 들어가다가 빠지기도 하며 뜨거운 불에 손을 넣기도 한다. 이것을 과학이라는 사물(事物)의 시점에서 보면 아직 신경계가 발달하지 못해서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거꾸로 가고 옴이 없는 생명의 시점으로 보면 그 자유롭고 시공(時空)에 거침없는 생명이 부모로부터 받은 육체를 뒤집어쓰고 이 세상에 태어나 육체와 더불어 길들여져 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본래의 진면목은 이렇게 내 말도 전혀 듣지 않는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이라는 육체에 길들여져 가면서 육체에 의해 받아들인 정보에 의해 세계를 바라보고 인식하며 '나' 라는 것을 형성해 간다.
결국 생명체는 진정한 본래 면목과는 전혀 다른
이러한 껍데기인 육체를 통해 나라는 생각을 지니게 되면서
전혀 내 뜻을 따르지도 않고 따로 노는 육체와 그것에 의해 만들어진
허망한 '자기라는 의식' 을 붙들고 그것이 '나' 라고 착각하여
갈고닦고 울고 불며 희노애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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