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물과 불의 쓰임새 [부산불교방송]

장백산-1 2011. 9. 5. 14:04

제   목 : 물과 불의 쓰임새
등록일 : 2005-05-27 조   회 : 436 글쓴이 :  관리자

어떤 사람이 물과 불을 같이 쓸 일이 있었다.

그는 하인에게 이 일을 시켰다.
"어디가서 불을 좀 구해 오너라."
하인은 화로에 불을 담아 왔다. 주인은 다시 하인에게 말했다.
"찬물도 필요하니 구해 오너라."
하인이 찬물을 대야에 담아왔다.
"주인님. 이 불을 어디에다 놓을까요?"
"음. 차례대로 놓아라."
하인은 찬물이 담긴 대야를 화로 위에 올려 놓았다.
잠시 뒤 주인이 나왔다. 그러나 참물도 뜨거운 불도 없었다.

물은 화로 위에서 미지근한 물이 되어 있었고,

불은 어느새 사그라져서 찬 재로 변해 있었다.
주인은 어이가 없어 혀만 끌끌 찼다.


현대인의 속성 가운데 하나는 매우 '감각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즉각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좋은 일이 있으면 일단 '하하' 웃고 본다. 노여운 일이 생기
면 '카악' 화를 참지 못한다. 아프면 참지 못하고 아이들처럼
'으앙'울어버리고 입에 쓴 것이면 무조건 '퉤퉤' 뱉어 버린다.

이러한 행동양식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은 매사에 신중하고 사
려 깊은 것에 대해 구시대적 발상이라면서 비웃는다. 하긴 감각
파에 속하는 사람들의 지적이 전혀 틀린 것만은 아니라. 사실 옛
날 어른들은 매사에 너무 신중한 것이 탈이었다. 자동차가 달리
고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세상에 자동차를 탔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비행기를 타면 속이 울렁거리는데 하고 시시콜콜 따지
다 보면 이미 자동차는 떠나고 없다. 그러므로 모든 일은 빨리
결정하고, 그에 따라 행이동해야 능률적이다. 사랑을 할 때도 좋
으면 OK 싫으면 NO라고 분명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현대인다
운 태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너무 쉽게 결정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별의별 상황
을 다 만난다. 이때 그 상황에 즉각 반응을 하기보다 전후좌우
를 살펴 대처한다면 그만큼 실수도 적고 낭패한 일도 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남의 초상집에 문상을 갔다고
하자. 유족들은 모두 슬픔에 잠겨 있는데 굴건이 이상하도고 킥
킥 웃는다면 어떻겠는가. 또, 어떤 사람이 감기가 들어 욕을 먹
게 됐다고 하자. 그런데 약이 입에 쓰다고 무조건 뱉아 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솔직하고 감각적인 것도 좋지만 웃을 곳이 따로 있고, 뱉을 것
이 따로 있는 법이다. 이 점을 무시하고 사려 없이 행동하는 것
은 유아적인 버릇을 못 버린 것에 불과하다.
감각적인 행동이 곧 사려 없는 행동의 다른 표현이어서는 안된
다. 누가 물 한 그릇 달라면 그 물을 어디에 쓸 것이지를 헤아리
고, 성냥을 달라면 그것이 왜 필요한지를 헤아리는 그런 사려 깊
은 감각이어야 한다. 신중함을 바탕으로 한 감각파-. 얼마나 멋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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