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體露金豊

장백산-1 2011. 9. 23. 11:35

體露金風

 

한 수좌가 운문 선사에게 물었다. "나무가 시들고 낙엽이 떨어질 때는 어떠합니까?"

운문이 답했다. "가을 바람에 전체가 드러난다(體露金風).

" 수좌의 물음은 제자가 스승의 역량을 시험하기 위한 질문이며 (辨主問),

자연의 사물을 빌려 선의 핵심에 관해 질문한 것이다.

'나무는 시들고 낙엽이 떨어진다'는 나무의 생기가 사라져 낙엽 이 땅위로 펄럭이며 떨어지는

쓸쓸한 늦가을의 정경을 물었지 만, 실제로는 사물에 의탁해 선의 경지를 물은 것이다.

즉 번뇌 망상을 늦가을 나뭇가지와 잎에 비유했다.

그 가지와 잎이 떨어 지는 것은 곧 번뇌망상의 티끌을 없애서 맑은 심경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 물음은 질문한 수좌의 경지를 나타내고 있는데, 스승의 역량 을 시험할 정도로 상당한 수행을 쌓은 수행자라 하겠다. 운문 선사 역시 그 수좌와 마찬가지로 가을의 정경을 비유해서 답하고 있다.

그가 답한 '체로금풍'의 '체로'는 전체로현(全體露現)을 줄인 말로 완전히 드러나는 것을 말하고,

'금풍'은 가을 바람(가을은 오행 중에서 금에 해당)을 말한다.

이 체로금풍은 번뇌망상의 소멸을 나뭇잎을 쓸어내는 가을 바람 에 비유한 것으로

가을 바람에 불법의 전체가 완연히 드러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명력력(明歷歷:역력하게 밝음)' '노당당 (露堂堂:당당하게 드러남)'이다.

가을 바람이 번뇌망상의 나뭇잎을 남김 없이 쓸어내는 정경이야 말로 일체를 놓아버린,

맑은 바람이 오고 가는 깨달음의 경지이 다.

이 체로금풍을 체득해 운문의 맑은 심경에 한걸음 더 가까 이 가고 싶다. <碧巖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