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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K 의혹 무마 ‘가짜편지’ 주인공 신명 씨 인터뷰 “배후 더 있다” (오마이뉴스 / 특별취재팀 / 2011-10-13) ▲ 17대 대선 과정에서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 씨의 기획입국설을 입증해준 편지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신명 씨가 1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소연 2007년 대선 엿새 전인 12월 13일, 현 한나라당 대표인 홍준표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었다.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의 기자회견장에서 홍 위원장은 편지 한 장의 존재를 공개했다. A4용지 한 장에 손으로 쓴 그 편지에 대해 홍 위원장은 ‘이명박 후보의 낙선을 위한 노무현 정권의 공작정치의 물증’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방송 보기] http://news.naver.com/main/vod/vod.nhn?oid=052&aid=0000174822 ▲ 지난 2007년 12월 16일 대선을 사흘 앞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BBK 설립’ 발언 광운대 동영상이 공개된 가운데, 같은 날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박형준 대변인,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 나경원 대변인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권우성 홍 위원장은 그 편지가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의 감방 동료 신경화 씨가 김경준에게 직접 쓴 것이라고 했다. 편지에는 노무현 정권의 공작을 암시하는 이런 대목이 들어 있었다. “자네가 큰집(청와대와 여권을 암시-편집자)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고…”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홍준표 위원장이 공개한 편지는 가짜로 조작된 것이며 그 배후에 당시 이명박 후보의 상근특보 등이 있음이 밝혀졌다. 문제의 편지를 작성한 사람은 김경준의 미국 교도소 수감 시절 ‘감방 동료’로 당시 한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신경화 씨가 아니라 치과의사인 그의 동생 신명 씨였다. 신명(50) 씨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3차례 5시간에 걸친 녹화 인터뷰에서 그 편지가 어떻게 조작되었는지를 증언했다. “홍준표가 흔든 편지는 완전 가짜다. 우리 형이 쓴 것이 아니고 친아버지처럼 알고 지내던 양승덕(경희대 관광대학원 행정실장) 씨의 부탁을 받고 내가 쓴 것이다. 양승덕 씨는 그 편지를 이명박 후보의 특보였던 김병진(당시 경희대 교수, 현 두원공과대학 총장) 씨에게 전달했다. 그것이 홍준표에게 간 것이다.”
여기 3장의 편지(윗 사진)가 있다. 이 편지들은 모두 날짜가 2007년 11월 11일로 같다. 작성자는 신경화 씨로 되어 있고 내용도 틀림없이 똑같다. 그런데 필체는 서로 다르다. 왜일까? 이 편지들의 실제 ‘제조일’과 작성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서로 다른 3장의 편지가 조작과 은폐의 과정을 보여준다.
신명 씨는 “양승덕 씨가 (정부) 과천청사 주차장에서 미리 써온 컴퓨터글씨 편지를 내밀면서 그대로 베껴 쓰라고 했다”면서 “혹시 내용이 문제 되지 않겠느냐”고 하자 “한나라당 BBK대책 법률팀에서 8번이나 검토한 것이니 괜찮은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컴퓨터글씨로 쓰인 편지1(사진 왼쪽)은 조작지시 원본이다.
편지2(사진 가운데)는 신명 씨가 그것을 보고 베껴 쓴 것이다. 신명 씨는 “대학 때부터 오랫동안 친아버지처럼 보살펴 준 양승덕 씨가 부탁한 것이고, 행여나 수감 중인 형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봐 별생각 없이 써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편지3(사진 오른쪽)은 무엇인가? 대선이 끝나고 2008년 초 수감 중이던 신경화 씨가 언론에 보도된 동생의 가짜편지를 보고 베껴 쓴 것이다. 자기가 쓴 것이라고 사후에 입을 맞추기 위해.
홍준표 위원장이 기자회견장에서 흔든 가짜편지는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정동영 후보 측에서 BBK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던 당시, 이 편지를 ‘노무현 정권 공작의 물증’으로 제시하며 이른바 ‘기획입국사건’을 만들어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즉 미국 교도소에 있던 김경준과 그의 감방동료 신경화가 대선 전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송되어 BBK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노무현 정권과 정동영 후보의 이른바 ‘기획입국’ 공작에 의한 것이라며 이 편지를 물증으로 활용한 것이다.
검찰은 2007 대선 직후 한나라당이 수사 의뢰한 ‘기획입국사건’을 수사했다. 신명 씨는 “2008년 초에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편지가 가짜라는 것과 배후가 누구라는 것을 다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오마이뉴스> 기자의 확인 요청에 “신명 씨가 지금 그때 진술과 다른 말들을 하고 있다, 그런 적 없다”고 주장했다.
양승덕 씨와 전 이명박 후보 특보 김병진 씨는 모두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이 건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올해 3월 <세계일보><경향신문> 등에 가짜편지에 대한 일부 보도가 나오자 은폐대책모임을 수차례 하면서 ‘민주당에서 신명 씨를 고발해 출국금지 조치가 나오기 전에 신명 씨를 미국으로 내보내자’는 대책을 마련했음이 <오마이뉴스>에 의해 확인됐다.
신명 씨는 김병진 씨가 가짜편지 조작사건의 1차 배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 편지가 2007 대선을 엿새 앞두고 기자회견장에서 홍준표 위원장의 손에 들려지기까지 이명박 후보 측근들과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2차, 3차 배후로 개입되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있던 지난 3월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공작적 요소가 있다거나 법적으로 잘못된 게 있었다면 책임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명 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에 연루돼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너무 힘들었다”면서 “나와 우리 형 같은 보통 사람들을 동원하는 공작정치가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3차례 5시간 동안의 녹화 인터뷰의 한 대목.
- 왜 지금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는 것인가? “홍준표 씨가 올 3월 <세계일보>와 <경향신문>에서 이 가짜편지와 관련한 일부 보도가 나오자 진실규명은 하지 않고 ‘전과자 가족들이 나서서 뭐라고 한다’ 운운하는 발언을 했다. 나는 그것이 분하고 억울했다. 그래서 나는 자성하는 마음으로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다.
나는 우리 형제를 ‘전과자 가족’이라고 표현한 홍준표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이 사건의 진실을 검찰이 밝혀주길 바랐다. 그런데 그 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에 찾아온 것이다.”
- 홍준표 의원이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서 편지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 이거 내가 쓴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나? “알았죠. 내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양승덕 선생님한테 ‘선생님, 이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신경 쓰지 말라고, 그 편지는 한나라당 캠프 법률팀에서 8번 검토하고 해서 보낸 거니까 법률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고 그랬거든요. 그래도 난 겁 나잖아요.”
- 편지 내용의 원 소스는 양승덕 씨가 아니라 한나라당 법률팀에서 8번 검토하고 쓴 거다? “네. 난 그 당시 양승덕 선생님이 쓴 줄 알았죠. 그런데 나중에 일이 전개된 걸 보니까, 가만히 보니까 양 선생님이 그걸 쓸 이유가 없잖아요. 왜 쓰겠어요? (한나라당에서) 이렇게 이용해먹으려고 만든 거지.”
- BBK사건 본류와 상관없이, 이 가짜편지 사건의 교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내가 제일 앞으로 생각하는 건 공작정치는 하지 말고 정책선거를 했으면 좋겠어요.”
- 평범하게 사는 사람을 공작정치에 활용해서 인생을 망쳤다는 건가요? “역사적으로 계속 그래 왔잖아요. 앞으로도 또 그럴 건데, 제발 그러지 좀 마라는 거죠. BBK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나는 몰라요. 나랑 우리 형 같은 사람은 불쌍한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 동원해서 감언이설로 (하면 안 되지요). 만약 내가 치과의사가 아니고 멍청한 놈이면 그걸로 끝났겠지요, 이용만 당하고.”
[해설] BBK ‘김경준 기획입국 가짜편지’ 사건의 의미
(오마이뉴스 / 김당 / 2011-10-13)
2007년 11월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라고 폭로한 김경준(재미교포, 이 후보와 친분 있는 에리카 김 변호사의 동생)씨가 국내에 입국했다. 당시 여당이던 대통합민주신당(이하 통합신당)은 이명박 후보가 김씨와 함께 법인계좌를 유용해 투자자문회사 BBK의 주가조작에 가담,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통합신당은 BBK 주가조작 사건이 이명박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라고 판단해 BBK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올인’했다.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씨가 귀국하자, BBK 진상이 대선 판도를 흔들 수 있는 핵심변수라고 판단하고 연일 이 후보와 BBK 관련 의혹에 대한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대선 사흘 전에는 이 후보가 스스로 “내가 BBK를 설립했다”고 밝힌 광운대 경영대학원 특강 동영상을 입수해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BBK 관련 의혹의 결정적 증거였던 이 동영상은 선거에서 ‘약발’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선방’ 때문이었다.
BBK 의혹만 방어해내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한나라당은 선대본부 조직 자체를 ‘클린정치위원회’로 만들었다. 국민으로 하여금 야당의 BBK 의혹 공세를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인식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위원장은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였던 홍준표(현 한나라당 대표), 고문 박희태(현 국회의장), 대변인 나경원(현 서울시장 후보), BBK팀장 은진수(전 감사원 상임위원, 구속) 등 총 35명의 전·현직 의원과 당직자들이 가세한 매머드급 조직이었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의 활동은 ‘방어’에만 그치지 않았다. 대선을 1주일 앞둔 12월 13일 홍준표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김경준 씨 기획입국이 진행됐다”며 “김씨의 기획입국을 입증할 편지와 각서가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폭로가 있은 날 저녁 <국민일보>에는 미국에서 김씨와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함께했다가 국내로 이감된 신경화 씨가 교도소에서 김씨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다. 김씨와 신씨 두 사람이 이 후보에게 흠집을 내기 위한 정치권(통합신당 측)의 요청을 받고 ‘기획 입국’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근거였다.
편지 내용은 이랬다.
“나의 동지 경준에게… 난 대전(대전교도소-편집자)에 와 있네. 이곳에 와 보니, 자네와 많이 고민하고 의논했던 일들이 확실히 잘못됐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자네와 약속했던 것들도 이행하지 못했고, 또한 그 약속들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네. 대권은 이미 MR. 리(이명박 암시-편집자)가 확실시되었고, 모두가 박수칠 날만 기다리고 있지.
자세한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이곳에 오기 위하여 준비한 내용들을 다시 수위 조절해야 하고, 그것이 경준이를 위하는 길이고 살 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네. 자네가 큰집(청와대와 여권을 암시-편집자)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고, 또 미친놈 소리만 듣게 되었다네. 그러니 명심하고 형(신경화-편집자) 말대로 신중하게 판단하여 가지고 나오는 보따리도 불필요한 것들을 다 버리고 오길 바라네. 몸조심하길. 2007. 11. 10. 대전교도소에서 6891 수번.”
홍 위원장의 폭로 다음날, 이방호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클린정치위원회 소속 33인이 서명한 수사의뢰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로 국내에 들어오라는 법무부 요청을 거부해 온 김경준 씨가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송환에 응한 것이 수상하니 김씨의 ‘기획 입국’ 배경을 수사해 달라는 취지였다. 증거물로는 김씨의 미국 교도소 수감 동료였던 신경화 씨가 쓴 편지와 당시 통합신당 측 이아무개 변호사가 쓴 신씨에 대한 무료변론 각서가 첨부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4년 만에 당시 신경화 씨가 썼다는 편지는 그의 동생인 신명 씨가 가짜로 쓴 것이 조작되었고, 그 조작 편지를 쓰게 한 배후에 이명박 대선캠프의 상근특보였던 김병진(전 경희대 교수, 현 두원공대 총장) 씨가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 편지는 최종적으로 홍준표 위원장의 손에 들어가 정치공작에 활용되었다. 또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그 정치공작의 배후에 이명박 후보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통합신당 측의 끈질긴 BBK 의혹 공세를 막아내는 데는 홍준표 위원장이 제기한 ‘김경준 기획입국설’과 이를 뒷받침한 ‘신경화 편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대선 직후 홍 위원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공공연하게 “BBK 의혹을 막아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특히 홍 위원장이 대선 1주일 전에 공개한 ‘기획입국 편지’가 있었기에 통합신당이 대선 사흘 전에 공개한 ‘BBK 동영상’의 약발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클린정치위원회의 은진수 BBK 팀장과 당직자들은 감사원으로 영전하거나 청와대로 입성하는 등 ‘전리품’을 챙겼다.
당시 김병진 특보와 홍준표 위원장 사이에 누가 개입되었는지, 홍준표 위원장은 이 편지가 가짜임을 알고도 정치공작에 활용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신명 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양승덕 씨로부터 (조작편지는) 한나라당 BBK대책 법률팀이 8번이나 검토한 것이니 아무 문제 없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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