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통령 김두관

김두관 모병제, 한국사회에 대한 '변화의 화두'

장백산-1 2012. 8. 24. 20:24

 

 

오피니언칼럼
[기자수첩] 김두관 모병제,

              한국사회에 대한 '變化의 話頭'

정찬  |  jcha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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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8.24  19: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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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김두관 대선경선후보가 한국 국민들에게 대담하게 ‘모병제’를 제안했다. 국민정서나 캠프내부의 반대분위기를 예상하면서도 과감하게 자신의 소신을 정책공약으로 내세웠다.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 중 한 명인 김 후보의 모병제 이번 제안은 지금까지 애써 외면했던 ‘안보 이데올로기’에 의해 규정된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들에 대해 비로소 눈을 돌리게 한 사건이다. 특히 60여년 이상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병영문화에 변화를 모색한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국방개혁 차원에서 2015년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환수해 육해공 모든 영역에서 ‘자주국방’의 틀을 짜야 하는 한국군이 새로운 국방전략을 모색하는 데 있어 ‘징병제’를 고정된 상수로 놓는 것이 과연 바람직 할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첨단무기를 운용하는 현대전에서 육군 사병 중심의 우리 국방편제의 문제점은 과거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던 사안이다. 특히 전시작전권까지 환수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국방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데 김 후보의 모병제 제안은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병제에 대한 논쟁은 ‘안보 이데올로기’ 등 여러 논란과는 별도로 병영화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점이다. 일본 군국주의에서 비롯된 왜곡된 병영문화는 일본에서는 사라졌음에도 건군 60년이 넘은 지금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한국사회는 어쩔 수 없이 왜곡된 ‘병영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과거부터 존속된 군대 내 인권문제나 구타, 불합리한 관행들이 없어졌다 하지만 ‘징병제’ 틀 속에서 제도적으로 배양돼 온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보다는 집단-계급-서열이 우선하는 병영문화가 공직사회, 기업체, 지역사회, 학교 등 한국사회 곳곳에 뿌리내렸다는 것이다. 박노자 씨가 한국사회를 두고 ‘거대한 병영국가’라고 비판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또 병역을 둘러싸고 한국사회는 또 다른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병역이 의무로 규정됐음으도 각종 비리나 편법을 통해 병역면제자들도 양산해온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이에 국민들은 ‘병역’ 자체를 ‘공정성’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게 됐다. 

 

이에 우리 사회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청년은 ‘어른’이 될 수 없고 ‘군필’이 아니면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사실상 ‘징병제’가 한국 청년에게는 사회적 성인으로 인증 받는 제도적 ‘할례의식’이 된 것이다.

 

‘강남스타일’로 선풍적 화제를 일으킨 가수 ‘싸이’나 ‘타블로’ 등 유명 대중 연예인들이 과거 이 ‘할례의식’을 안 받았거나 제대로 받지 않았다 해 사회적으로 배척 당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이 복권된 것은 당연히 정상적인 군 입대를 통해 가능했다.

 

운동선수들이 올림픽 메달을 따야 간신히 국위선양이란 명목으로 병역혜택이 주어지는 것으로 병역은 피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의무이다. 그러나 사회지도층과 정-관-재계 인사와 그 자제의 병역회피 또한 일상화 돼 왔다는 현실적 모순 때문에 사회적 갈등의 뿌리가 돼 온 것도 현실이다. 

 

사회지도층의 병역회피 기사가 장식될 때마다 ‘나’는 군대에서 ‘뺑이’ 쳤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군을 회피할 수 있느냐는 강한 정서가 팽배하다. 우리 사회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국민적 스트레스가 다른 아닌 ‘병역’이다.

 

이러한 사회적 풍토에서 김두관 후보의 ‘모병제’ 제안은 충격적이다. 병역의무를 다해왔던 일반 국민정서로는 당장엔 ‘사회적 약자만 군대 가란 것이냐’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란 현실을 무릎쓰고 이러한 제안을 했다. 서민들이 병역을 통해 보다 안정된 사회적 기반을 갖출 수 있는 방식이 ‘모병제’란 점을 감안하면 당장의 비판에 연연한 것은 아닌 듯 하다. 

 

김 후보의 주장처럼 미국 등 모병제를 택하는 국가에서는 서민이 병역을 통해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군 복무로 다수의 일반 청년들이 ‘병역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사회적 진출을 일찌감치 도모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특권층만 병역회피를 하는 사회가 아닌 일반국민들도 병역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김두관 후보의 ‘모병제’ 제안은 올 대선국면에서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지만 향후 우리 사회의 중요한 틀을 깨는 큰 ‘社會變化’를 야기하는 단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 건국과 동시에 발생한 6.25전쟁으로 한국사회를 60여년간 지속시켜온 ‘병영문화’를 후퇴시킨다는 것 자체는 중요한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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