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법(因果法) / 서암 스님.
온갖 번뇌를 소멸하게 하는 부처님 가르침의 根本은 모든 것은 누가 던져 준 것이 아니라 自己가 짓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지은 번뇌를 없애려면 자기 스스로가 노력해서 없애는 것이지 어느 부처나 어느 신이 없애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야 평등하지 않겠습니까? 누군가가 배급을 주듯이 주는 사람이 마음대로 없애 주고 보내 주고 한다면 얼마나 불평등하고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겠습니까?
이러한 것이 모두 因緣法입니다.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니 이것이 있고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이 없어지고 저것이 없어지면 이것이 없어집니다. 모두 이렇게 상대적으로 일어나지만 본래 모습은 다 평등합니다.
내가 무엇을 한 주먹 쥐고 있다면 누군가에게 받은 것이 있으니까 한 주먹이 생긴 것입니다.
또 여기에 내가 보태서 누군가에게 주면 저 쪽에서도 또 다시 나에게 무엇인가 보태 줍니다. 산다는 것이 다 이런 반응 작용으로 서로 의지하는 것이지 어느 신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상의상존하는 인연법이지요.
어느 신이 너는 미우니까 지옥 가거라 해서 지옥 가고 너는 예쁘니 천당으로 가거라 해서 천당으로 보내 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이 증발되면 안개나 구름이 되고 눈이 되고 우박이나 얼음이 되는 등 모양은 변하지만 그 물 자체의 성격은 조금도 변하지 않지요.
사람도 나쁜 짓을 하면 소 껍데기 뒤집어쓰고 지옥 가며 독한 마음 갖고 있으면 독한 기운으로 독사되고 부드러운 생각하면 부드러운 사람이 되며 착한 업을 지으면 천상에 가고 악한 업을 지으면 지옥에 가는 것이니 이처럼 스스로의 업을 따르는 것이 윤회법입니다. 누가 지옥으로 밀어 넣고 천상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출가하기 전에는 머리도 기르고 구두도 신고 다녔지요. 그런데 중이 되어 얼마간 수행을 하니까 꿈을 꾸어도 머리 깎은 중의 모습이지 머리 기르고 구두 신은 모습은 꿈에도 보이지 않더군요. 그러니까 어느 창조주나 조물주가 나를 그렇게 변하게 한 것이 아니라 몇 해 동안에 나 스스로 그렇게 변해 간 것입니다.
스스로 술을 좋아하여 그 술 먹는 것이 습관이 된 그런 사람은 돈이 없으면 논밭을 팔아서라도 술을 사먹겠지만 본시 술을 좋아하지 않으면 술이 한강처럼 흘러가도 그 까짓 것은 본체만체 할 수 있지요.
즉 그런 나에게는 술의 세계가 없는 것이지요. 자기가 술의 세계를 지어서 술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전부 자업자득이고 이것이 윤회법이고 인과법입니다.
콩 심으면 콩이 나지 팥을 심었는데 콩이 나는 법은 없어요. 권력있는 사람이 심으나 다리 밑의 거지가 심으나 남자가 심으나 여자가 심으나 잘난 이나 못난이나 누가 심든 간에 콩을 심으면 그 자리에 콩이 납니다.
이 이치는 아무리 속여도 속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세상 중생들은 모두 서로 속이며 살아갑니다. 내가 불행해지면 부모를 원망하고 국가를 원망하고 친구를 원망합니다. 자신이 책임지려 하지 않고 남을 원망합니다.
내가 불행한 것은 내 스스로 만든 것이므로 반성하고 정진하고 노력해서 그 원인을 개선해야 합니다. 남을 원망하게 되면 점점 더 불행으로 빠질 수밖에 없지요. 이것은 모두 인과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업중생共業衆生이라 해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책임질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서로가 노력하고 충고하는 상생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겠지요.
요즈음 보게 되면 애써 마련한 것들을 힘들이지 않고 빼앗거나 훔쳐가는 이가 많습니다. 자기는 평안히 놀면서 눈을 휘두르고 남에게 욕심을 냅니다. 그렇게 하면 자기가 잘 살 줄 알지만 그렇게 하고 어떻게 잘 살아지겠습니까? 만약에 그런 사람들이 잘 산다고 하면 이 세상은 살아가기가 어려워지지요. 그러니까 불교의 인과법을 모르기 때문에 세상이 어두워집니다.
인과를 알면 길가에 수많은 재물이 흩어져 있어도 줍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재물은 내가 노력해서 얻어진 것이 아닐 진데 어떻게 나에게 이익이 될 수 있겠습니까? 절대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노력한 것만큼 수용하는 것이 불법이요 인과법입니다. 그래서 불교를 공부하는 이라면 인생을 진지하게 살려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스스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합니다.
자기가 우주의 창조주이기 때문에 지옥과 천당도 스스로 건설하였으니 이 모든 것을 자기가 해소하고 책임질 줄 아는 인생관을 가질 때 한 순간 한 순간 세월을 허송할 수 없음을 분명히 알게 됩니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살찌우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 송화님 메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