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6.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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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최근 미연방대법원은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이 생명공학 회사인 미리어드 제네틱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무효 소송에서 만장일치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미리어드 제네틱스는 1998년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과정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 유전자 BRCA1과 BRCA2를 추출하여 특허권을 얻어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그동안 1000달러 미만의 진단에 무려 3300달러를 내야 했다. 미연방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인간 DNA는 자연의 산물로서 인체에서 특정 DNA를 발견하여 분리해냈다는 이유만으로는 특허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나는 감회가 새롭다. 일찍이 2001년에 출간한 '과학 종교 윤리의 대화'라는 책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 있다. "생명과학 정보와 기술은 발견하는 것이지 발명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과학 발견에 특허를 준다는 것은 어딘가 모순이 있어 보인다. … 인간은 물론 다른 모든 생명체 안의 유전자에 관한 정보에 선진국들이 특허를 내며 독점하는 행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당시 나는 국가 간 불평등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미국에서는 이 문제가 개인 간 불평등 문제로 부각된 것이다.
특허권은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벨의 전화기, 그리고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전쟁에서도 보듯이 개인과 기업의 창의 의욕을 고취하여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새로운 연구자의 진입을 저해하고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악영향도 만만치 않다. 엄연히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 물질을 먼저 돈을 들여 추출했다고 해서 그들의 재산권을 보호해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민주적 자본주의가 아닌 것 같다.
인도의 환경 운동가 반다나 시바는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2000)에서 이러한 갈등을 생태학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자연은 문화로부터 분리되면서 예속되었다. 정신은 물질과 분리되면서 물질을 지배하게 되었다. … 생태학은 우리와 자연의 관계가 조화를 이루는지 아니면 그러지 못하는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연결과 재생의 정치는 생태적 파괴를 불러일으키는 분리와 분열의 정치에 대안을 제공해준다. 바로 '자연과 연대'하는 정치이다."
이번 판결이 자연을 약탈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어리석음을 넘어 연대 대상이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지기 바란다.
출처 : 화엄경보현행원(부사모)
글쓴이 : 普賢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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