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밥 한번 먹자는 말

장백산-1 2014. 10. 10. 10:13

 

 

 

 

나눔뉴스님(www.nanumnews.com) 향기메일입니다.

 

 

 

밥 한번 먹자는 말


"언제 한번 봐. 밥이나 먹자."
전철 안, 여인은 통화 끝에 인사말처럼 약속을 합니다.
저 말은, 그냥 끊기가 그래서
습관적으로 붙이는 말이라는 걸 압니다.
오래 방치해둔 약속은 곰팡내가 솔솔 풍기겠지요.
하기야 약속은 만기가 없으니
무덤이 된들 상관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죽은 사람들이 마주앉아
"언제 한번 밥 먹자고 한 날이 오늘이네."
진설해놓은 메와 탕을 뜨고
어동육서 좌포우혜 즐거운 식사를 나누는 상상 ......

이런, 너무 앞서갔나요.

언제 한번, 이라는 막연한 시간의 등짝에 업힌
밥이나 먹자며 정을 모락모락 피우는 말.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그저 입에 붙은 두루뭉술한 말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끝내 따뜻한 밥 한 끼 건네지 못한,
엊그제도 전화를 받고 메아리로 돌려보낸 막연한 대답,
"그래요, 언제 한번 ......"

참 미안해지는 순간입니다.


- 최선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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