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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땐 그냥 슬퍼하라

장백산-1 2015. 5. 27. 14:40

 

 

 

 

 

 

15. 05. 22 - 슬플 땐 그냥 슬퍼하라         

 


 

슬플 땐 그냥 슬퍼하라

 

저녁노을이 질 때가 되면 해지는 풍경 속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요즘 같으면 찬바람이 휑하니

불어 내 안에서 피어오르는 느낌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때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외롭다고

할 수도 있겠고, 고요하다거나 평화롭다거나 할 수도 있겠지만 애써 그것을 표현하지 않아도 좋다. 뭐랄까

내 안의 본래적인 감각을 온전하게 끌어내 주는 이 느낌에 가만히 마음을 모으다보면 이 대자연의 숨결과

하나 되어 내 마음은 어느덧 선禪으로 향한다.

 

이러한 느낌은 참 소중하다. 그 느낌을 그저 휙 지나쳐 버리지 말라. 가만히 그 느낌에 마음을 집중해

바라보면 그 모든 느낌들 속에서 冥想의 連結點을 만날 수 있다. 느낌(受)에 의식 마음을 집중하는 것은

四念處  수행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우리는 늘 수많은 감정과 느낌 속에서 살아지만 그 느낌을 온전히 느껴보는 데는 무척 인색하다. 그 느낌

에 아무런 差別心 分別心을 내지 말고 그냥 텅~빈 마음으로, 맨느낌으로 감정과 느낌을 느껴보는 것에

익숙치 않다. 그러다보니 좋은 느낌에 속아 執着하고, 싫은 느낌에 속아 아파하며 집착해서 스스로의

마음를 얽어맨다. 그러나 本來 느낌 감정 그 자체에는 아무런 分別心도 없다.

 

어떤 느낌이 되었든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그 느낌에 마음을 집중하라.

그 느낌을 온전히 느끼라. 온전히 느낀다는 말은 그 느낌을 싫다고 피하려 하거나 좋다고 더 가지려고

애쓴다거나 하는 두 가지 좋고 싫은 分別하는 마음을 다 놓아버리고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말이며, 충분히 그것을 즐기고 느껴본다는 말이다.

 

외롭다면 외로운 느낌에 마음을 집중해서 흠뻑 느껴보고, 화가 일어날 때 그 화에 마음을 모으며, 슬픔이

올 때 슬픔과 하나가  되어 슬퍼하라. 그 느낌을 어떤分別心없이 마음을 집중해 지켜보고 충분히 느끼라.

音樂治療의 原理도 이와 같다고 한다. 우울할 때 사람들은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오히려 신나는 음악을

들으려 애쓰지만 그것은 우울감 치료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우울할 때 일수록 우울한 노래를 듣는 것이

좋다고 한다. 우울할 땐 흠뻑 우울해 하고 슬플 땐 충분히 슬퍼하면 內的인 治癒는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고

한다. 자꾸만 우울한 느낌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면 애쓸 수록 오히려 더 내 마음은 옭아매어질 뿐이다.

 

느낌을 있는 그대로 認定하고 느껴보고 즐기고 바라보면 그 느낌을 느끼는 속에서 하나의 커다란 '轉換'을

經驗하게 된다. 느낌이라는 감정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事實, 텅~ 비어 있다는 事實. 충분히 그 슬픔에 젖어

서 슬퍼하는 나를 觀察하게 되면 슬픈 내 마음이 사라진다. 슬픔이라는 느낌을 찾을 수 없고 結局에 그 슬픔

이 고정불변하는 독립적인 실체가 없는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다. 온갖 느낌은 주위 우주법계의 因緣에 따라

잠시 나타난 幻影이며 신기루 꿈 거품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의 그 느낌을 '있는 그대로' 認定하고 받아들이고 충분히 알아차리면서

바라보고 느끼기만 하라. 다만 지금 그 느낌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라.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의 느낌을 가지려고 애쓰지도 않고 버리려고도 애쓰지

않으며,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認定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랬을 때

느낌 속에 살면서 느낌을 超越할 수 있다. 함이 없이 모든 것을 하게 된다.

 

하루 중에 잠시 틈을 내어 그렇게 할 때 생활 속에서 禪을 佛性을 道를 眞理를 꽃피울 수 있다. 아주 단순한

방법을 통해서 가능하다. 어떤 특정한 느낌이 올라올 때 잠시 멈춰서서 그 느낌에 어떤 解釋을 붙이지 않고

그저 맨느낌을 느껴주고 바라보는 것이다. 아니면 그저 담담하고 평범한 순간이라도 좋다. 그저 그 湛然한

瞬間을 그대로 담담하게 느껴주고 바라보는 것이다. 느낌을 '있는 그대로' 느껴줄 때 바로 지금 여기 이 瞬間

속의 眞實로 뛰어드는 것이 된다. 그리고 그 짧은 瞬間, 저 깊은 根源은 아름다운 變化를 시작하게 된다.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