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스님과 현대물리학

별(恒星)과 行星

장백산-1 2015. 6. 6. 14:51

 

 

 

 

 

 

 

별빛, 푸를수록 뜨겁고 붉을수록 차갑다

한겨레 | 입력2015.06.06. 10:10

 

[한겨레][토요판]


 

별빛

廣闊한 宇宙 空間에서는 빛조차도 느림보 거북이처럼 움직입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빛은 사실

수년 수십년 동안 여행해 이곳 地球에 닿았죠. 太陽界에서 가장 가까운 켄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도

빛으로 4년이 걸립니다. 이렇듯 당신이 보는 별은 지금의 별이 아닙니다. 그 빛깔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밤하늘은 검다. 불빛이 많은 도시의 밤은 푸르스름하거나 불그스레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밤은

검은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검은 장막을 배경으로 銀白色 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별들이 있어 칠흑 같은 暗黑의 비정함을 덜어준다. 그래서 밤하늘은 온갖 화려한 色으로 치장된 낮과 달리

黑과 白의 世上이다.

 

 

 


글쎄, 정말 그럴까? 밤하늘의 별들을 조금이라도 열심히 들여다본 이들이라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얼핏 흰色으로만 보이는 별들이 實은 各己 다른 여러가지 色으로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이 形形色色의 별빛은 일견 무미건조해 보이는 밤하늘을 無彩色의 黑白이 아닌 섬세한 컬러의 세상으로

수놓아 준다. 그리고 色을 통해 그들 별들 自身의 正體와 特性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는 별이 아니네

별의 色은 무엇에 의해 결정될까. 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별과 行星을 한번 더 구분지어보자. 우리는

習慣的으로 하늘에 떠 있는 모든 빛나는 것을 별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래서 윤동주의 '서시'에 등장하는

바람에 스치우는 별빛이 시리우스인지 金星인지 따지고 드는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실은 별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 지은 이름이라고 비난하지도 않는다. 하나 천문학적 의미에서

별은 스스로 타들어가며 빛을 내는 天體이고, 行星은 다른 별- 우리 경우는 太陽- 의 빛이 反射돼서 눈에

보이는 天體이기 때문에 서로 完全히 다르다.

 

그런 觀點에서 行星부터 이야기하자면 地表나 大氣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느냐에 따라 行星의 色이 左右

된다. 즉 火星이 붉게 보이는 것은 산화철 성분 때문에 지표의 흙이 붉기 때문이고, 海王星이 푸른 것은

수소와 헬륨이 주종인 대기에 메탄가스가 소량 섞여 있기 때문이며, 地球가 푸른 것은 물로 된 넓은 바다와

엽록소를 가진 森林이 퍼져 있어서다.

 

하지만 타오르는 별(恒星)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대부분의 별은 宇宙에서 가장 單純한 元素인 水素와

그 核融合 反應의 산물인 헬륨, 이 두 物質이 構成 性分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行星들처럼

性分에 의해 色이 確然히 달라질 일은 없다. 스펙트럼 분석을 하면 소량 포함된 규소, 탄소, 질소, 산소와

각종 금속의 존재가 드러나지만 여하튼 그 色이 눈에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별의 色은 物質이 아니라 溫度에 의해 결정된다. 그럼 어떤 溫度가 어떤 色을 만드는 걸까? 우리

일상생활에서라면 대개 붉은 것은 뜨겁고 푸른 것은 차다. 예컨대 뜨거움 그 자체라고 할 불길은 붉게

타오르고, 그 반대편에 있는 얼음은 투명한 푸른색으로 보인다. 그래서 感情的으로도 붉은色은 熱情을

象徵하고 푸른色은 '쿨함'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별도 마찬가지일까. 베텔게우스, 알데바란,

안타레스 같은 붉은 별들은 지옥같이 뜨겁고 시리우스, 리겔 같은 靑白色 별들은 그 색깔처럼 차라리

시원한 가을 저녁 같은 상태일까?

 

사실은 그와는 正反對로 별은 푸를수록 뜨겁고 붉을수록 차갑다. 熱과 色에 대한 우리의 統念과 충돌하기

때문에 의아하지만, 다른 빛이 反射되어 보이는 色과 熱에 의해 만들어지는 色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地球의 차가운 바다가 푸르게 보이는 것은 太陽빛 중 波長이 긴 붉은色이 물에 흡수되어 사라지는 반면

波長이 짧은 푸른色은 물分子에 散亂, 反射되어 우리 눈에 잘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다는 자체적

으로는 거의 빛을 내지 않고, 따라서 푸른색을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별은 核融合을 통해 스스로 高熱과 함께 빛을 생산한다. 이때 에너지가 클수록, 卽 뜨거울수록

波長이 짧은 빛이 생겨나기 때문에 푸른色을 띠게 되고, 弱할수록 波長이 길어지기 때문에 붉은色을

띠게 되는 것이다. 이 순서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갯빛을 反對로 늘어놓은 것과 원칙적으로 같다.

 

그런데 잠깐, 그렇다면 푸른 별과 붉은 별 사이 中間 溫度에서는 에메랄드처럼 綠色으로 빛나는 별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우리 記憶 속에서의 '초록별'이란 오직 地球와 그 비슷한 (假想의) 行星

들에만 붙는 이름일 뿐이다. 밤하늘에서는 물론 宇宙를 찍은 수많은 화려한 사진에서도 초록색으로

빛나는 별을 본 經驗은 없다. 當然한 것이, 초록빛을 내뿜는 별은 實際로 없기 때문이다.

 

별은 表面 溫度가 一定하지 않기 때문에 單一한 波長의 빛만 만들어낼 수는 없고, 여러 色이 뒤엉켜 있다.

그래도 뜨거운 쪽으로 치우친 별은 푸르게 보이고 차가운 쪽으로 치우친 별은 붉게 보이지만, 그 中間 溫度

의 별에서는 빨주노초파남보의 가운데인 綠色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가운데와 양쪽의 색깔이 모두 겹쳐서

보이게 된다. 그래서 우리 눈에 보이는 結果物은 다름 아닌 흰色이다. 컴퓨터 모니터의 RGB는 레드, 그린,

블루를 뜻하는데 이를 흔히 '빛의 3元色'이라고 부르고, 이 세가지 色을 합쳐 흰색을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별빛을 보라, 각기 다르다

恒星은 스스로 타오르는 별

푸른색일수록 뜨거운 별이다

行星은 빛을 반사하는 별

지표나 대기가 별의 빛깔을 만든다

당신은 어떤 별이 좋나요

맹렬히 불타다 짧게 산화하는 별

뜨뜻미지근하지만 오래가는 별

우리가 붙어사는 '태양'은

작지만 100억년을 사는 별이다

 

 

별이 하얗게 빛나는 이유

이제 이런 觀點에서 溫度에 따른 별의 色을 정리해 보자.

별의 表面 溫度가 2만~3만5000도에 달하면 푸른색이 되고, 1만5000도 정도면 청백색을 띤다.

9000도면 RGB가 뒤섞여 녹색 아닌 흰색이고, 7000도면 노란 기가 강해져 황백색이 된다.

태양과 비슷한 5500도에서는 노란색, 그보다 낮은 4000도에서는 주황색, 그리고 3000도에서는

붉은색으로 빛나게 된다. 이 溫度의 基準은 絶對溫度(영하 273.15度)이기 때문에 우리가 익숙한

섭씨로 알려면 273.15度를 빼면 되는데, 물론 큰 差異는 없다.

 

이 溫度에 따른 별의 색깔은 별의 크기나 수명과도 관련되어 있다. 일반적인 별들 -主係列星이라고 부른다-

을 基準으로 보면 뜨거운 푸른색 별일수록 核融合의 燃料인 水素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크고, 한편

으로 맹렬히 불타다 보니 壽命도 짧아서 겨우 數百萬年밖에 되지 않는다. 反面 비교적 溫度가 낮은 노란 별인

太陽은 水素 燃料가 덜 쓰이기 때문에 크기는 작지만 壽命이 훨씬 길어 100億年이나 된다. 더 차가워서 붉고

작은 별들은 지금까지 宇宙의 나이인 137億年보다 훨씬 길게 살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例外도 있다. 보통 크기의 별이 늙으면 原來 모습을 잃고 定常的인 삶의 궤적을 벗어나게 된다.

核 속의 水素가 동이 나서 이제 껍질 부분에서 核融合 反應이 일어나는 건데, 이 過程에서 엄청나게 팽창해

버린다. 이런 별을 赤色巨星이라고 하고 太陽도 수십억년 後에는 이 상태에 놓이게 된다. 赤色巨星은 이름처럼

붉은색이기 때문에 溫度가 낮지만 크기는 그야말로 巨大하다. 원체 크게 팽창해 있기 때문에 그리 밝지 않아도

먼 곳에서도 잘 보이는 눈에 띄는 별이 된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붉은 별들은 대개 이런

부류다.

 

한편으로 靑色巨星이라는 것도 있다. 푸른색 별은 원래 뜨겁고 큰 것 아니더냐 하고 반문할 수 있지만 嚴密하게

말하면 그것들은 푸른색의 일반 별들이다. 여기서의 靑色巨星은 별이 늙어 赤色巨星이 되었다가 燃料인 水素를

다 써버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헬륨을 核融合해 炭素를 만들고 있는 상태의 별이다. 맨눈으로 보이는 代表的인

靑色巨星은 하늘에서 일곱번째로 밝은 오리온자리 오른쪽 아래의 리겔인데, 지금은 지름 기준으로 太陽의 62배

나 되지만 質量은 17배 정도라 팽창한 상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靑色巨星이 되기 前에는 太陽의 몇 배 정도

크기였을 뿐이다.

 

이렇게 溫度와 나이에 따라 크기도 色도 變해가는 별들, 하지만 이런 별들의 變化를 우리 삶 속에서 感知하기

란 무척 어렵다. 별의 一生은 아무리 짧아도 數百萬年에 달하기 때문에, 地上에 첫 人類의 祖上이 등장한 以後

로부터 따져도 별로 變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와중에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도록 갑작스레 일어나는

變化도 있다. 바로 超神星 폭발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巨星들은 조만간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며 銀河 全切와

맞먹는 빛을 내뿜으며 몇 달간 밤하늘의 큰 地域을 차지하게 될 텐데, 그런 일은 歷史 속에서도 일어났고

내일이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우리 생전에 그런 장관을 보게 된다면 대단한 행운일 것이다.

 

 

'반짝반짝 작은 별'의 비밀

이렇게 다양한 별의 색깔 외에도 밤하늘을 더 幻想的으로 만들어주는 또 다른 要素가 하나 있다.

바로 별의 깜빡임이다. '반짝반짝(twinkle·깜빡깜빡) 작은 별'이라는 노래에서처럼 별을 잘 보고 있으면

별빛이 일렁거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건 어찌된 일일까? 물론 별은 實際로 깜빡이지는 않는다.

變光星이라는, 光度가 實際로 變하는 별도 있지만 깜빡이게 느껴질 만큼 빠르게 變할 리는 없다.

이것은 별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地球 內에서 일어나는 造化다. 地表를 둘러싸고 있는 大氣의 密度 差異

때문에 이런 現象이 생겨나는데, 그래서 바람이 불어 大氣의 密度가 빨리 變하면 더 많이 깜빡이기도 한다.

바람에 스치우는 별빛이라는 詩句가 괜한 표현이 아닌 것이다. 이렇듯 空氣의 힘으로 별빛은 더 神秘하고

아름다워지지만, 막상 별의 實際 모습을 보려는 천문학자들에게는 觀測에 큰 防害 요소라는 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허블 같은 우주망원경을 만들어 大氣가 없는 宇宙 空間에

띄우기도 하고, 최근에는 아예 렌즈 자체에 미세한 굴곡을 줘서 이 일렁임을 相殺하는 기술까지 등장했다.

그 덕분에 구경이 수십m씩 되는,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Giant Magellan

Telescope) 같은 커다란 망원경을 지상에 만들어 쓰는 일이 가능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실은 아는 만큼 느낄 수도 있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별들은

원시시대부터 신비함의 원천이었다. 우리의 선조들은 하늘 끝에 걸린 장막 위에 찍힌 빛나는 점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이제 우리는 저 별들이 그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巨大한 天體

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 모든 것을 낳은 宇宙의 廣大함 속으로 빠져든다. 밤하늘의 별빛은 수천년 前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지만, 소박한 이야기에서 시작한 별에 대한 꿈은 이제 꿈보다도 더 놀라운 '實際'에

대한 진정한 경이감으로 승화됐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 自身과 우리가 사는 世上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다. 과학을 통해.

 


파토 원종우 <태양계 연대기> 저자·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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