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기부..수천억 재산 사회에 남기는 사람들
KBS 이승종 입력2015.08.19. 15:28기사 내용
◆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자신이 모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통 큰 기부 소식이 화제다.
이 회장은 전 재산 2000억원을 통일운동 펀드에 기부하겠다고 18일 밝혔다. 그는 후손을 위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통일이라는 생각에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는 사회 지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대표 수단이다.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들도, 한 나라를 일군 정치인들도, 후손들의 번영을 기원하며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3월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사재
4400억여원을 공익재단에 출연했다. 조 명예회장은 '재단법인 한샘드뷰 연구재단'에 한샘 지분 260만 주를
기부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삼영화학그룹 창업주인 이종환 관정이종환교육재단 명예이사장은 2012년 서울대 중앙도서관을
신축하는 데 써달라며 관정재단을 통해 600억원을 기부했다. 이 이사장은 재산의 대부분인 8000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만들기도 했다. 류근철 고(故)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초빙 특훈교수는 2008년 578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소장 골동품을 카이스트에 기부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국내 기부 문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덜 활발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구호재단(CFA)이 지난해 말 발표한 세계기부지수를 보면, 미국이 1위에 올랐고 한국은 60위에 머물렀다.
CFA는 ▲금전 기부 ▲봉사 활동 ▲낯선 이에게 도움을 주는 정도 등 3가지 항목으로 평가한다.
◆ “재산 절반 기부하겠다”…앞다퉈 서약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훨씬 어렵다. 더 나은 자선 활동을 위해 누가 돈을 더 효과적으로 쓰는지 빌 게이츠와
경쟁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기부 라이벌'로 지목했다. 마윈의 재산은 약 1500억위안(약 26조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69억위안(약 3조원)을 기부하며 ‘2014 중국 100대 기부자 명단’ 1위에 올랐다.
마윈이 지목한 빌 게이츠는 기부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본인도 기부에 적극적이지만 다른 슈퍼치리들의 동참도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에게 이끌린 대표 인물이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이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2010년 '기부서약(the giving pledge)' 재단을 만들고 억만장자들에게 재산의 최소 50%를 기부할
것을 촉구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회장,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CEO) 등도 재단에 동참했다.
◆ “더 좋은 세상에 살도록”
최근 전 세계 산업을 주도하는 게 정보통신(IT)인 만큼, 기부왕 중에는 IT 종사자들이 많다. 팀 쿡 애플 CEO가
대표적인데, 그는 지난 4월 전 재산을 (자선사업에)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팀 쿡의 재산은 1억2000만달러로
평가되는 애플 주식을 포함해 모두 8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돈으로 8800억원에 이르는 거액
이다.
"사랑하는 열 살 조카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다."
팀 쿡이 전 재산 기부 계획을 밝히며 내놓은 소감이다. 미국 사회에서 지도층들이 기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부는 나 홀로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로
여겨지고 있다.
기부는 기업인만 하는 게 아니다. 최근 중국공익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중국기부 100걸(杰) 명단’에서
비(非)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이름을 올린 이가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다. 주 전 총리는 총리에서
물러난 후 집필한 회고록으로 번 인세를 전액 기부하고 있다. 주 전 총리가 지난 2년간 기부한 금액은 무려
4000만위안(약 70억5000만원)에 달한다. 그는 “빈곤 지역 어린이의 학습 및 생활 조건 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종기자 (argo@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