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는 폭로 전문 인터넷 매체 위키리크스에 이날 오전 현재에도 게재돼 있습니다.
문서 작성자는 당시 주한 미국대사였던 버시바우다. 수신자는 미 정부와 미 국방부, 유엔 본부 등입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는데요.
버시바우 대사는 박근혜 후보가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며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이미지를 쌓았지만 최태민씨와 관계로 상처를 받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비록 루머라고는 명시했지만 ‘최태민에게 몸과 마음이 사로잡혔다’는 문구까지 등장합니다.
“아마도 그녀의 어머니(육영수 여사)가 피살된 이래 그녀가 자신을 희생하며 국가를 위해 봉사해왔다는 이미지에 더 큰 상처를 낸 것은, 카리스마 넘치는 고(故) 최태민씨와의 관계였다. 최태민은 박의 인격 형성기 동안 그녀의 몸과 마음을 완벽하게 통제했고, 그의 자녀들은 이로 인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루머가 파다하다.”
(Perhaps even more damaging to her image as the maiden who sacrificed herself in the service of the nation upon the assassination of her mother, Park has been linked to the late Choi Tae-min, a charismatic pastor. Rumors are rife that the late pastor had complete control over Park's body and soul during her formative years and that his children accumulated enormous wealth as a result.)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벌어지자 인터넷에서는 이를 다시 거론하는 네티즌들이 많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40년 이상 최태민-최순실 부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걸 암시하는 대목 아니냐는 것입니다.
최태민씨는 1975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접근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부터 미심쩍기 짝이 없습니다.
‘김형욱 회고록’에 따르면 1974년 육영수 여사가 피살된 뒤 최태민씨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차례 위로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최태민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육영수 여사를 꿈에서 만나 받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하는군요. 그 메시지는 ‘어머니는 돌아가신 게 아니라 너의 시대를 열어 주기 위해 길을 비켜 주었다는 것을 왜 모르느냐’였다고 합니다.
1912년 황해도 태생으로 알려진 최태민은 각종 이권개입과 횡령, 사기는 물론 여성 스캔들과 같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황해도경 순사를 지냈고 이후 강원도와 대전, 인천에서 경찰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불교 승려가 된 적도 있고 천주교 세례를 받기도 했습니다. 1975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았다고 하나 정통 교단도 아니고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월간중앙’ 1993년 11월호는 “(목사직을) 돈 주고 샀다는 것이 교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라고 보도했다는군요.
그는 사교 집단의 교주와 같은 기행을 일삼았습니다. 1970년대 초반에는 불교와 천주교, 기독교를 합치고 샤머니즘까지 결합해 ‘영세교’라는 신흥종교를 세웠습니다. 서울과 대전 일대에서 난치병을 치료한다며 사이비 종교 행각을 벌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접근한 이후인 1975년에는 ‘대한구국선교단’을 만들고 총재가 됐습니다. 대한구국선교회는 이후 구국봉사단, 새마음봉사단으로 개칭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구국선교단이 주최한 임진강 구국기도회에 참석했다가 최태민씨의 즉석 제안으로 명예총재로 추대됐다고 합니다.
최태민씨는 새마음운동본부의 비공식 고문으로 각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군요. 그를 둘러싼 각종 비리가 드러났습니다. 수사 자료에 적시된 비리만 해도 횡령 14건, 사기 1건, 변호사법 위반 11건, 권력형 비리 13건, 이권개입 2건 등 40여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최태민씨가 구국봉사단에 기탁한 수십억원을 횡령하고 여비서들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보고를 받은 뒤 직접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씨를 앉혀 신문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김계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998년 11월 월간 WIN과 신동아에서 한 인터뷰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최태민씨가 딸(근혜)을 홀렸고 이 때문에 딸이 시집조차 가려하지 않았다고까지 했다는군요.
최태민씨의 다섯 번째 부인의 다섯 번째 딸인 최순실씨는 독일 유학생활을 마치고 1985년 귀국한 뒤 박근혜 대통령의 말벗을 해주며 친분을 쌓았다고 합니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스스럼없이 ‘언니’라고 불렀다”고 말했습니다.